[리뷰]바나나가 맛있는, “썸머 퍼포먼스 클럽”_<2009 뮈토스 퍼포먼스 프로젝트>


글 개쏭


바나나가 맛있는, “썸머 퍼포먼스 클럽

어떤 이름이 붙여질 수 있는 공연을 생산하기 보다는
그 어떤 이름을 붙일 수 없는 공연을 발견하는 썸머 퍼포먼스 클럽

바나나다. 물감이 좀 묻긴 했지만, 먹는 거다. 여러 의미로 말하건대, 바나나만 먹는 것은 아니다.

우린 참 많은 것을 먹는다고 말한다. 청국장이나 팥빙수도 먹고, 욕도 먹고, 나이도 먹는다. 왜 이렇게 연관성 없는 것들을 전부 ‘먹는다’고 표현했을까. 실제로 먹는 것도 아니면서 말이다. 먹는다는 것에는 무언가, 자신에게 채워넣는다는 느낌을 갖는 것 아닐까. 하나하나 자기 속에 깃들어, 자신의 살이나 뼈처럼 붙어서 떨어지지 않게, 자기를 이루어가는 것, 그것이 먹는다는 표현이 갖는 의미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이날 바나나를 먹었고, 또한 예술을 먹었다. 둘 다 따로 먹긴 했지만, 바나나에 묻은 푸른 아크릴물감처럼 두가지는 내 안에서 하나의 기억을 이루고 있다.

내가 먹은 바나나는 ‘썸머 퍼포먼스 클럽’이란 이름을 가진 과일바구니에 놓여있었다. 그 과일을 선물해준 이들은 ‘뮈토스 퍼포먼스 프로젝트’. 참고로 우석 레퍼토리 극장에서 나눠준다.

‘썸머 퍼포먼스 클럽’ 이 뭐냐, 고 바나나에게 물어보니

예술가들의 휴가






라고 한다. 공연이라는 틀에서 자유로운 공연, 그러니까, 그 어떤 이름도 붙일 수 없고, 관객이 있다는 부담감도 없는 자유로운 공연, 더 나아가 공연의 무게를 벗어나, 장르 규칙의 무게에서도 벗어나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펼치는 무대, 그것이 ‘썸머 퍼포먼스 클럽’ 이라고 한다. 그들은 정말 휴가마냥, 극장을 ‘클럽’으로 만들어 관객석의 구분도 없애버리고 여기 저기 테이블에 앉아 맥주를 홀짝거리며 맘껏 공연하고 있었다.

‘나비’라는 팀이 사람들 바로 옆에서 말을 걸듯 가까이 앉아서, 가야금, 베트남 악기, 리코더, 장구 4중주로 제주도 민요 오돌또기를 멋지게 연주하기도 하고,

연극 ‘태양은 하나다’를 당당 시네마에서 영상으로 만들어 같이 구경하기도 하고,

약속다방에서는 모두가 ‘다방’바닥에 퍼질러 놀맨놀맨 쉬다갔다. 이사람 저사람, 관객, 심지어 ‘나비’와 ‘태양은 하나다’ 팀 조차 바닥 전체에 깔린 종이에 마음대로 그림을 그린다. 발로도 그리고 손으로도 그리고, 아크릴물감에 파스텔에, 목탄, 먹 등 온갖 것들로 그린다. 뭘 그리는지, 그걸로 뭘 말하려는지 분명하진 않지만, 그렇게 그려나가는 과정에서 다른 이들의 선과 만나고 색이 겹쳐지면서 새로운 의미가 만들어진다. 그리다 배고프면 바나나도 먹고.

그렇게 공연, 겸 휴가가 진행되고 있을 때, 나에게 바나나를 건내준 손을 잡고, 이야기를 해본다. 

굳이 의미를 알려고 할 필요가 없어요. 예술이 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을 거라는 생각, 어떤 표현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 거라는 생각은 예술을 어렵고 재미없게 만들어요. 그저 눈앞에 보이는 것 그대로 받아들이고 즐기는 것, 그냥 그것들이 있는 순간을 즐기는 것, 그저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관심을 가져보는 것이 중요한게 아닐까요?

그래, 그 대답 말마따나, ‘답’을 파악하려는 고등학생의 마음은 화장실 저켠에 박아두고, 잠시 그들과 같이 클럽에서의 휴가를 즐겨본다. ‘나비’의 즉흥연주를 즐기고, 스크린 속의 움직임을 즐기고, 바닥에 퍼질러 앉아 장판마냥 널따란 종이에 다른 사람들의 선과 색에 나의 선과 색을 섞어본다. 물감이 잔뜩 묻어 파랗게 된 손을 들고, 출입문을 나서기 전 돌아본 이곳은, ‘나’가 수많은 ‘너’들과 함께함으로 나에게 새로운 의미로 다가왔다.

바나나는 먹어야 맛이다.












<2009 뮈토스 퍼포먼스 프로젝트>
 ‘썸머 퍼포먼스 클럽’

2009년 8월 8일~16일
우석 레퍼토리 극장

만지는 빛/보는 음악/냄새 맡는 춤/듣는 영상/느끼는 연극/먹는 미술

연극집단 뮈토스 http://www.mythostheatr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