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USD 현대무용단 <아름다운 인생>


USD 현대무용단 <아름다운 인생>


경남에서 연극하시는 분 몇을 뵌 적이 있다. 그 분들은 나를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나는 기억하고 있다. 나는 그 분들을 짧고 깊게 들여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지방에서 연극을 하며 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 나는 내가 오랫동안 팬이었던 팀, 부산의 ‘열린무대’를 생각하곤 했다. 나는 ‘열린무대’를 존경했지만, 극단에 가야겠다고 결심하고 움직인 곳은 서울이었다.

‘USD현대무용단’의 최동석 씨는 경남 연극인의 한 분이다. 무용공연에 그 분이 나온다는 정보를 듣고 깜짝 놀랐다. 예전에 우리가 통성명을 나누었을 때 그 분은 경남에서 둘째가라면 서럽다는 입담으로 자리를 휘어잡았었다. 일찍 결혼을 했고, (부인이 공연 쪽 분이시라는 얘기를 들은 것 같다) 연극하는 사람의 인생을 살고 있었다. 워낙 쾌활하고 장난기가 넘쳐 현대무용을 하실 거라는 생각은 못 했다. 그 분을 보기 위해 공연장으로 갔다. 그 분이 무대에서 어떤 꿈을 꾸는지 알고 싶었다.




공연은 안무가 이지혜씨의 춤으로 시작되었다. 그녀는 서서히 반복 확장되는 음악에 따라 미동의 춤을 추었다. 표정이 참 좋았다. 광목천으로 만든 푸대 자루 같은 의상으로 몸을 가리고 조명 아래 얼굴을 놓았다. 5분여쯤 지나자 광목이 가리고 있던 비밀이 드러났다. 임신 7, 8개월쯤 되었음직한 배.

인트로가 끝나면 남녀의 춤이 시작된다. 만남과 연애, 헤어짐과 고통, 다시 만남의 춤이다. 30분 여간 지속된다. 배우들의 연기가 좋았다.

이야기는 아주 쉽고 통속적이지만, 무용공연에서 이야기는 쉬울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아니 그보다는, 무용공연의 이야기는 쉽기 마련이고, 그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무용수들은 머리가 복잡한 게 아니라 근육이 복잡한 사람들이니까.

이번 공연은 훈련된 근육과 새로운 춤사위의 공연이 아니라 그윽한 존재들의 춤이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공연을 보면서 울었다. 배부른 안무가가 오직 이 순간 지을 수 있는 표정에 대해 생각했고, 남자가 생겨서 결혼하면 결혼한 대로, 배부르면 부른 대로, 애가 자작자작 걷기 시작하면 그 땐 또 그 때 대로 애를 한 팔로 끌면서 연습하고 공연 다닐 것을 생각했다. 그냥 인생.

그래서, 이지혜씨, 연인을 연기한 김혜숙씨, 최동석씨의 존재는 나에게 그윽한 감동을 주었다. 그들이 어느 날 유명해질 수도 있겠지만, 그들의 작업과 인생은 유명해지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들을 무대로 이끈 최초의 꿈이 있을 것이다. 그들은 살면서 몸에 배인, 그들의 머리는 잊고 있을지도 모르는 무대의 꿈을 보여주었다. 나는 오늘의 무대에 감동을 받았고, 다음의 무대가 보여줄 다음의 인생이 궁금해졌다.

예술가가 있기에 예술이 있다고 생각한다. 예술의 절대성이 있는 게 아니라 예술가가 살면서 스스로 경계하고 푸는 과정의 절대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강한 욕망이 드러나지 않는 그들의 무대는 그 과정에 있는 사람들의 존재로 우아했다.

나는 이번에 프린지를 통해, 공연 문법적으로 세련된 공연, 기술로 무장한 배우들의 공연, 철학적인 공연 등 좋은 공연을 많이 보았다. 물론 다 훌륭한 공연들이었지만, 하필이면 오늘의 공연을 보고 글을 쓴다. 오늘의 공연, ‘아름다운 인생’은 이번 달 말에 진주 극장에서 다시 한 번 무대에 오른다고 한다. 시민회관과 같은 극장은 공연들을 비슷비슷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으므로, ‘라이브클럽 빵’에서만큼 아우라가 있는 작품이 나오지는 않을 것 같다. 공연은 항상 많은 변수들이 있는 어떤 현장일 뿐이고, 그것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뱃속의 아이가 태어나면 다른 관점을 통해 다른 공연이 만들어질 것이다. 그들이 그렇게 사는 이상, 무대에서는 항상 그들이 무대에 대해 가진 경건함이 드러날 것이다. 나는 오늘 감동을 받았고, 그분들을 존경하게 되었고, 그 분들이 앞으로 만들어갈 ‘아름다운 인생’을 축복하게 되었다.


아름다운 인생 / USD 현대무용단

무용 50min 8.15(토)-16(일) 15:00 라이브클럽 빵
작/연출 이지혜 | 무용수 김혜숙 최동석

바쁜 일상, 항상 쫒으려고만 하는 시간 속에 자기의 모습들은 어디론가 사라져, 다른 어딘가에 의지하며 살아간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 그리고 자기가 생활하고 있는 곳이 바로 행복한 곳이라는 것을 잊은 채 말이다. 어느덧 욕심이 자기를 감싼다. 시간이 흘렀다. 그리곤 다시 일상에 나를 발견하고, 만족하며 살아간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현재를 표현하고 싶었다. 나의 삶은 현재진행중이고, 그렇게 아름다움을 추구하길 바라면서 살아가고 싶은 나의 바램중의 하나라 생각한다.


USD현대무용단(잘 알려지지 않은 이상한 무용단)은 작품을 통해 가장 순수한 몸으로 말하는 직관과 즉흥의 공간을 창조하고, 관객의 마음에 날 것 그대로의 두드림을 전한다.

글 | 강말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