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빨간 다방」 ‘내면의 이야기’ 구성의 다섯 단편 모음

2009. 8. 28. 16:28Review


「빨간 다방」 ‘내면의 이야기’ 구성의 다섯 단편 모음



- 오프닝 -

빨간 다방은 여러 개의 개별 작품들이 모여 있는 하지만 그것이 하나의 몸체를 형상하듯 오프닝 영상을 시작 지점에 투여했다. 공간을 부유하는 놀이 형태로 어색한 듯 움직임이 지연되거나 빠르게 움직이는 식으로 처리함으로써 무성영화를 보는 듯한 생각이 들었다. 
















「선택의 순간」

김보현은 엎드려서 엉덩이를 들은 상태로 어떤 도발적이면서 독특한 자세를 취하면서 약간 환상적인 음악의 에너지를 업고 움직임을 진행시켜 나갔다.

그녀 앞에 음료 두 개가 세워져 있었는데, 그것을 잡으러 가려 하다 마지막에 음료를 따서 실제로 마셨다. 도전과 의지, 갈구가 섞인 움직임들을 조금은 역동적으로 구성해 나가는 방식에서 어떤 미래적인 지향점의 위치를 음료로서, 물질 차원의 것으로 변하는 과정으로 극의 흐름이 순간 전환되었다.

두 개가 선택의 순간에 대한 상징으로 상정된 것인데, 내면의 역동적 표현이 현실 차원에서의 보잘것없음에 대한 성찰로 나아가는 것은 다소 씁쓸했다. 즉, 음료수는 ‘이것은 음료수가 아니다’의 것에서 음료수로 위치되는 것이 실재의 차원을 보여 주는 게 아니라 전체적으로 움직임이 과장되어 있는 것으로 상정된 것 같았기 때문이다.


「기이한 목소리」

유희적으로 분절된 음소들을 나열하는 배경음 가운데 커다란 동근 구멍들이 난 데 색색의 옷감이 비치는 검은 레깅스 의상으로 동물적인 신체를 구현한다. 세 신체는 붙어 가랑이 사이를 드나드는 데 이로써 어떤 엉덩이나 자궁 등의 부분이 강조되는 듯 보인다.

이들은 마치 자신의 신체인 듯 세 사람이 뒤에서 감싸고 다른 사람의 머리 등의 신체를 막 긁음으로써 자아가 형성되지 않은 타자를 자신으로 인식하는 모습을 보인다.

사실상 ‘동물 되기’로 보이는 이들의 행동은 배경의 소리처럼 과한 유희의 충동에 맞춰 흘러가는 듯할 때 마치 연기의 워밍업을 완성하는 과정으로까지 느껴졌다. 약간의 웃음을 띠기도 하고 하품하는 것처럼 동작을 취하는 가운데 움직임에는 나르시시즘이 베어 들어갔다고 보인다.

독특하고 정형화되지 않음 움직임을 만드는 데 새로움을 기하고자 한 것 같았지만, 다소 진지하지 않은 분출로 기울어진 느낌은 보는 이를 조금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Capacity」

조약돌들을 투명 플라스틱 용기에 담는 남자가 무대 앞에 위치해 있고, 무대 뒤에서 한 남자가 그에 반응하며 상처를 입는 듯 즉각적인 반응을 취한다. 약간의 시간차가 있는 가운데 그것은 영향 관계를 갖는 인과의 구조를 띤다. 조금 시간이 흘러 그것들에 즉각 반응하기보다 감내하게 되고 앞의 남자의 뒤에 오며 그것을 응시하자 앞의 남자에게 조명이 가해지며 그의 표정에는 탐욕이 돋아난다. 이른바 주체가 전환된 것이다.

상처받는 남자의 움직임을 탐욕적 시선의 비정사의 움직임에서 기인함으로 나타냄으로써 크게 현대 사회에 비판적 시선을 덧대기보다 페미니즘이 말하는 식물성에 대해 초점을 맞추는 것도 같다.


「Self-portrait」

개울 같은 것으로 상정된 공간이 있고 거기서부터 세 여자가 출현한다. 마치 선녀를 상기시키는 세 여자는 현실과는 괴리된 순수한 이미지를 취하는데, 스스로의 나르시시즘에 도취되어 있는 듯 보인다. 이제 한 명의 내레이션 역할의 여자를 통해 상처와 어린 시절의 꿈, 지난 날 남자에게 시련 당한 기억들을 떠올린다. 엄밀히 말해 이들 앞에 불안하고 무서운 현실은 도사리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시계의 째깍 재깍 소리는 이들에게 압박으로 다가오지만 현대인의 강박과 시간에 자유롭지 못함을 나타내는 데 통상 다른 작품들에 쓰이는 형태라 조금은 식상하게 다가왔다.


「한 사람, 그리고」

사고 현장에 흰색 선분으로 사고 자리를 표시해 놓은 것처럼 흰색 선분에 맞춰 엎드려 누워 있는 여자의 출연은 죽음을 상정하는 듯싶다. 곧 사실 여자의 심연이 그 만큼의 고독에 닿아 있음이 드러난다. 말이 없는 것은 더욱 생생하게 쓸쓸한 정서의 고취 이상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 같지만, 사실 그 이상을 바라보기는 힘들 것 같다.

그녀는 의자를 의지하여 다양한 자세를 순차적으로 취하며 시간의 추이를 나타낸다. 내면 의 미세한 지점을 유도하는 것이고, 자세히 말하지 않아도 여러 다양한 현실이 오버랩되는 측면은 있었지만, 단지 불확실한 어떤 정서에 취하는 개인적 차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단단하게 실재 차원에서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어야 할 것 같다.


- 개인적 에필로그 : 소소한 이야기 구성... -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내면에 있는 욕망들이 조금씩 흘러나오는 곳, 그곳이 빨간다방’이라는 이들의 문구를 통해 보면 서로 다른 작품들을 엮는 데 형태적으로는 이야기의 도입, 그리고 각자의 욕망이라는 추상적이지만 보편적인 지점으로 각자의 개성을 표출하고자 했음이 느껴진다. 이야기의 힘은 다소 부족하고, 그다지 설득적이지는 않은 것 같다. 사실 무용에 이야기가 구체적이거나 이해하기 쉬워야 한다는 뜻은 아니지만, 다만 하나의 주제가 가지는 구심력이 작품 전체를 관통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문제를 제기해볼 수는 있을 듯하다. 그것보다는 내면이라는 불확실한 추상을 표현한다는 것이 개인적 나르시시즘에 그치는 것이 되지 않도록 항상 각별한 신경을 쓰는 것이 중요할 듯싶다.

 
댄스프로젝트 빨간다방 <댄스프로젝트 빨간다방>


무용 80min 8.13(목) 17:00, 20:00 포스트극장

안무 | 가린 강민정 김보현 이정주 정옥광


한 사람, 그리고 +1
모든 것에는 존재하는 이유가 반드시 있기 마련이며, 때로는 그 존재가 다른 존재를 더욱 부각시켜주고 확인시켜주기도 한다.

self-portrait
내 안의 여러 존재들이 서로 꿈틀대며 대화한다. 하나이지만 너무도 다른 존재들, 그 안에서 일어나는 갈등 그리고 사랑. 나는 나 자신을 솔직한 눈으로 바라보고 그것을 움직임으로 형상화시킨다.

기이한 목소리
원초적인 내 안의 목소리들이 말을 걸어, 나를 압도해서 괴롭히기도, 우울의 길로 안내하기도 한다. 나는 이 작업을 통해 견고한 자아가 자기의 벽을 내려놓고 몸을 통해 드러나는 그 목소리들을 발견하기를 원한다. 외면하지 않고 그 목소리들과 놀기를 원한다.

live let
때로는 사는 것이 힘들다. 끝없는 욕망, 외부에서 오는 압력들, 문제들과 해야 할 일들로 인해서…. 하지만 우리가 이것들을 모두 반드시 치루어야 할까?

선택의 순간
선택은 항상 그 결과만이 전부로 치부되어진다. 그러나 선택에 있어 가장 중요시 되어야 할 것은 과정이다. 이 작품을 통하여 선택을 하는 순간의 모습들을 해부해보고자 한다.


이야기 나누고 싶은 내면의 욕망들이 조금씩 흘러나오는 곳, 빨간 다방. 각자의 마음속에 있는 붉은 빛깔로 상징한 이야기들을 다섯 명의 안무자가 자신의 스타일로 엮어나간다.


필자 | 김민관
mikwa@naver.com
공연예술 프리랜서 기자 및 자유기고가
문화예술 분야에 전반적인 관심을 가지고 열심히 현장을 쫓아다니며 기록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