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춤추는 도시6, 권수임 <시간>

여섯째.
이제 홍대. 남산공연(다섯 번째 공연) 진행하다 나를 본 사람들이 광팬으로 알겠다. 후훗

권수임-시간

버스를 타고 이태원에 내려 지하철을 타며 간단히 요기를 한다. 이미 남산 오를 적에 에너지를 과도하게 소모한지라 부끄럼 탈 새 없이 포장을 북북 뜯어 빵을 입에 넣고 우적우적 씹어댄다. 생각보다 일찍 도착하겠다 싶어 홍대를 좀 둘러볼까 싶다가 서교예술실험센터에서 어떻게 공연할지 궁금해진다. 우리 축제(서울프린지페스티벌) 때 축제센터로 썼던 그래서 친숙하기도 하고 우리가 꾸며놓은 공간디자인이 사라진 서교예술실험센터가 못내 어색하기도 했었다. “이번에도 남산만큼 친숙한 공간이네.” 게다가 이번 공연자 권수임씨는 올 여름 서울프린지페스티벌에서 야외공연을 했더랬다. 괜한 친근감에 마음이 들썩인다.

홍대에 도착했다. 홍대에서 일하고 홍대근처에서 살아서 푸근하다 지루하다 그런다. 누구는 홍대 올적에 쫙 빼입고 오지 않으면 두렵다하는데 나는 뭐 대강 입고 다녀도 홍대가 친근하긴 하다. 서교예술실험센터에 조금 여유 있게 도착했다. 아, 그런데 8월 축제가 끝난지 2달 즈음 지났는데 맞은 편 가게가 호프집에서 고기집으로 간판을 고쳐달았더라. 홍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업화가 되어가는 일면을 보는 듯 했다. 하루아침에 다른 가게가 들어서고 많은 사람들이 밤새 다녀갔다 아침에 쓰레기만 남겨놓고 사라진다. 그래도 홍대는 예전의 비주류, 인디문화를 홍대 땅에, 저 깊숙한 곳에 담고 있는 곳으로 유효한 걸까?

서교예술센터에 들어가니 어색하더라. 근데 어색하다 못해 공간이 좀 어지러웠다. 5분간 공연공간을 못 찾겠는 사태가 발생했다. 컴퓨터와 각종 영상기기들이 곳곳에 떡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SIDANCE를 알려주는 표시가 없어서 당황을 약간 했다만, 곧 권수임씨의 얼굴이 보여 일단 하기는 하다보다 싶어 안심되었다. 공간을 각 축제들이 나눠서 축제센터로 공연공간으로 쓰는 것은 좋은데 서로 도움이 되도록 조율하는 것에 신경을 써야하지 않을까 싶다. 갑자기 공연 직전에 비가 쏟아지고, 관객도 없어 공연이 10분 지연됐다. 공연 때 마다 춤추는 도시는 관객을 찾아나서는, 가까이서 친근하게 다가가겠다는 표현을 쓰는 것 같더니만 친근하지 않을 공간에 친근함을 불어넣지는 않은 모양이다. 그리고 곧 공연이 시작되었다.


센터 바닥의 한켠이 시계가 되었다. 시계추가 된 무용수는 시간의 흐름을 더듬어 기억에 몸을 내맡기며 쓰러지고 웃고,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특히 그녀의 몸짓은 강렬하고 거칠게 감정을 후두둑 몸으로 떨궈 내고 있었다. 섬세한 동작에도 다소 딱딱한 느낌이 묻어있어 부드럽게 흐르면 좋을 것 같았다. 그녀의 표현 성격이어선지 웃음 짓는 부분도 좀 으스스 하더라. 행복한 기억인데 다르게 보면 불행한 상황을 비꼬고 있는 것 같기도 한 것이. 내가 썩 나이가 든 건 아니다만 철모르고 마냥 까불던 때랑 다르게 고민하고 거기서 오는 좌절감, 진지함에 반응하나보다. 진지한 조금은 심각한 것들이 단순했던 시절에 보기 힘들었는데 요즘은 좋더라. 하하.



오늘 공연이 이루어진 서교예술실험센터는 예술인의 공간이며, 예술을 즐기는 공간이다. 1층에는 각 축제의 핵심공간으로 내어주고 있고, 무인카페처럼 들렀다 갈 수도 있다. 2층은 작가들이 입주해 삼삼오오 모여 본인들의 예술적 영감을 작당모의하고 작전에 돌입하고 있다. 그렇지만 잘 모른다. 서교예술실험센터를 거쳐 간 축제, 축제가 벌어지고 있는 기간 홍대를 들르는 사람들보다 관계자들, 축제구성원들이 드나드는 비중이 많았다. 그렇다고 2층에 거주하는 작가가 아니고 많은 예술인들이 찾는 것도 아닌 듯하다. 유용하게 쓰이는지 조금 아리까리하다. 홍대는 날마다 간판을 바꿔다는 일이 허다하고, 내 노라 할 예술‧문화 공간도 첨자 홍대를 떠나고 있다. 그리고 홍대에 들어선 홍대를 위한 공간은 제 역할을 잘 하는지 의문스럽다. 그래서 다시 얘기하자면, 홍대가 홍대스럽다는 것이 유효한지, 그렇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에 빠지게 만든다.

아무리 집을 개조해 옷가게가 들어오고 카페가 생겨난다지만, 그래도 나는 홍대가 푸근한 마음이 들고, 홍대에 드나들며 오랫동안 살고 있는 예술가들도 있다. 비록 홍대 땅값이 비싸져 서교동, 동교동에 머물고 있는 작업실이나 예술단체의 공간들이 빠져나가고 있지만 그다지 멀지않은 연남동, 망원동 등지에 머물러 있다. 지난 도시, 거리에 대한 세미나를 들은 적이 있다. 대중음악평론가 차우진씨가 말하더라. 홍대가 변하고 그 흐름은 계속 될 것이지만, 홍대의 변화와 상관없이 여기에 계속 머무는 사람도 있다고. 결국 변화하는 공간을 수용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늘, 서교예술실험센터의 공연은 변화하고 있는 공간 홍대에서 자신의 목소리로 자기 역할을 하는 공연이었다. 비록 서교예술실험센터의 공간적이 특징보다 넓은 범위에서 이를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모여 지켜봐주고 찾아오게 된다는 의미는 되지 않았나 싶다.

공연이 마치고 나니 비가 제법 쏟아지고 있다. 비를 추적추적 맞으며 얼른 협소한 메모리를 가진 내 머리를 비워내야겠다 싶어 컴퓨터가 있는 사무실로 달려간다. 내일이 마지막이네.

어떨 땐 일찍 공연을 보러 나서야해 일을 하다 말고 나가서 신나기도 했고, 고픈 배를 쥐고 의무감을 가지고 발을 떼기도 했는데 마지막이라니 좀 시원섭섭하다. 바람이 세게 부는지 밖에서 비닐이 나부끼고 창이 덜컹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내일은 꽤 쌀쌀하겠네.


제12회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 2009)
<춤추는 도시>

극장 속 정형화된 무대를 벗어나 도시 곳곳을 춤공간으로 변모시키는 무용친화프로젝트. 주어진 공간을 활용하고 주변 상황과 관객의 개입을 두려워하지 않는 대담한 작품들이 거리, 카페, 어린이도서관 등 서울시내 일상공간에서 펼쳐진다. | http://www.sidance.org/

권수임 <시간>
끊임없이 흘러간 시간에 대한 기억. 권수임의 <시간>은 시간의 기억을 통해 삶의 다양한 순간들을 포착해내고 있다. 안무가는 타 장르의 아티스트들과 작품과의 교감을 통해 실험적이며 창의성이 강한 작품을 창작하여 국내외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글 | me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