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rd Line Butterfly - 2. 3호선 버터플라이

3rd Line Butterfly
<Nine Days Tour> & <Nine Days or a Million>


글 조웅
* 이 글은 3월 23일자 노컷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세월흘러도 낡지도 새롭지도 않지만 편안한 '3호선 버터플라이'


1. 3rd Line Butterfly

 3호선 버터플라이. 버터플라이 3호선. 버터. 플라이. 3호선의 공연을 보고 들었다. 빛이 소리보다 빠르다니 보고 들었다는 순서가 맞겠지.

 나와는 거리가 있는 3호선. 3호선이 지나는 어느 장소와도 익숙하다 할 만한 곳이 지금까지도 없다. 저 쪽 끝도…이 쪽 끝도… 그 중간에도… 한군데도 없다.

 사람들은 또 어떤가.
 
 
나이로는 한참위인 내 친구의 친구라신다. 함께 술도 마셔봤고, 춤도 춰봤지만, 술 좀 마셔야 반말 나오신다는 것 말고는 아는 게 없다. 영화에 나온 것도 봤고, 하여튼 이쪽(나)에서는 오랫동안 봐온 사람이라 '저 여자'라고 생각했었던, 어쩌다 마주쳐도 "아. 저 여자.. 그 여자" 라고 했었던...
 공연 중 관객의 얘기가 들렸다. "남자 목소린데 여자야" 라고 옆 사람에게 알리는 얘기였다. 내듣기엔 '여자 목소린데…'

 
성기완. 성기완씨. 성. 시인이며, 기타리스트 이며, 영화음악감독도 하신다고, 동네 술집에서 신청곡을 틀어주고, "뽀뽀나 할까~"하며..나를 놀리기도 하는 개구진 얼굴의 아저씨.

 
김남윤. 형. 베이시스트이고, 후진 드러머이고, 좋은 엔지니어이며, 술친구이기도 하는 언제나 간결한 어투이고, 웃음도 짧고, 늘 머리가 잘 감겨있고, 여기 저기 바쁘고..... 

 
난 이들을 각각 봤다. 좀처럼 잘 붙어 다니지 않는 것처럼 여겨지는 이들이 최근 아니 지난 해 언젠가부터 함께로 종종 목격되었다. 앨범을 준비한다고 하더니, 앨범이 나왔고, 공연을 한다고 했는데, 게스트 섭외가 들어왔다. 이들이 직접 한 것은 아니고 비트볼에서 섭외했다고 했다.

 어쨌든 이들의 공연은 게스트로 무대에선 나에게도 경험하고픈 것이었다.


2. Nine Days Tour

 
어딘지 모를 장소의 영상으로 공연이 시작되었다. 카메라는 덜컹 덜컹 어딘가로 가고 있었는데.. 객관적으로 지구의 어딘가라고 인지가 되지만, 도무지 어딜까. 그리고 그 영상의 뒤로 노래가 연주되었다. 낯익은 목소리. 저 목소리는 '아..저여자'의 목소리. 오랫동안 주변에 있던 목소리고 익숙한 말투의 노래였다. 오랜 동안 곁에서 얘기하던 말투. 저 말투의 노래는 3호선의 노래고, 3호선의 노래는 세월동안 낡지도, 새로워지지도 않았다. 



 
이건 나의 짐작이지만, 관객들도 그리 새로워지지 않았으리라. 오랜만에 옛정을 확인하러 그곳에 모였을 것이라 생각한다. 한경록이 나왔을 때의 활기나 미미시스터스가 나왔을 때의 열광과는 다른 기분으로, 3호선의 공연은 진행 내지는 수행되고 있었다.

 
사실 3호선 버터플라이 같은 밴드가 우리나라에서 갖는 위치가 어디인지 생각해보면, 그것은 저기 저어기..저기쯤 가다가 빙~돌아와 여기다. 이 공연의 또 다른 게스트였던 코코어도 마찬가지고. 홍대와 같이 태어났다고 할 수 있는 경력 10년 이상의 밴드. 3호선은 여전히 여기에 있었다. 오랜 침묵에 왠지 어디론가 간줄 알았는데…. 

 
TV드라마에서 노래가 흘러나와 히트를 쳤었지. 그 노래는 나에게도 노래였다. 특히 '길에 나앉은 여인의....' 이 대목은. 내 머리 속에선 장소와 인물이 각인되어 있을 정도이다. 물론 내 맘 대로지만. 


3. Nine Days or a Million

 
그리고 이번에 나온 'nine days or a million'.

 이번에 발매된 ep앨범을 듣고 전작 Time table과의 6년간의 공백을 이해할 수 있었다면, 그것도 순전히 나의 생각일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설명한다면, 조금은 납득이 될 수도 있는 이해가 아닐까 생각한다.

 
지난 전작들을 볼 때 3호선의 음악은 노래와 사운드의 밸런스에 대한 작업이 그들 노력의 핵심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핵심'이라는 단어를 적으며 고심을 했는데, 과감히 적어버렸다. 직접 물어보지 않고 남의 아니 남들의 그 오랜 마음을 어찌 단언할 수 있겠냐마는, '3호선 버터플라이' 라는 밴드는 관심이 있건 없건 들어는 봐야하는 정도의 밴드이기에, 어디선가 들려오기 때문에, 본인도 그 긴 시간 죽 들어오는 사람으로서의 한 가지 판단을 내려 보는 중이다.


'인디밴드'
소규모의 독립된 자본 이라기보다
기존의 가요와는 곡을 작업하는 방향에 다른 태도를 지닌
그리하여 기존의 대중음악계와 섞일 수 없음의 독립

 
단지 노래로써도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고, 길을 걸으며 흥얼거리기에도 담백한 곡들을 만들어 오는 3호선은 거기에 그치지 않고 사운드 즉 노래를 포함한 곡 전체의 소리에 대해서도 간단치 않은 작업을 해오고 있다. 이는 과거 우리나라 가요들과 구분되는 어떤 지점을 내포하고 있는데, 홍대라고 하는 지역에 생겨난 인디 밴드들과 과거 신촌 라이브씬과의 구별이기도 하다. '인디'라는 말 때문에, '인디밴드'란 말의 성격이 소규모의 독립된 자본으로........어쩌구 하는 경제적인 개념으로써만 주로 이해되어지는데, 그 소규모의 독립된 자본일수밖에 없는 이유가 분명히 있다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일단 가요라는 말자체가 '歌謠 노래노래'다. 우리나라에서 대중음악이란 노래다. 노래가 가장 큰 영역이고 그 다음에 반주가 있고. 물론 반주들이 다양하게 여러 느낌으로 편곡되어져 오고는 있지만, 그래서 우리의 옛 가요들도 그렇게 시덥지않게 뻔하거나 하지는 않지만, 역시 노래가 기억될 뿐이지 반주는 그저 노래를 받쳐주는 수단으로써의 기능일 뿐이었다고 말해도 누군가 크게 반하는 뜻을 말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밴드의 역사가 없지는 않지만, 주로 가수들이 기억되고 가수의 목소리와 노랫말들이 기억되어져 왔다. 노래방이 히트를 칠 수 있었던 것도 노래방이 우리에게 우리가 여기는 대중음악들을 충분히 제공하기 때문이었다. 노래는 내가 부르고 반주는 기계가 해주니까, 그게 우리의 대중음악이니까, 그 음악의 사운드라는 것은 기계의 어설픈 반주로도 충분히 기분을 느낄만한 것이니까.

 
결코 노래가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리고, 우리의 가요들이 형편없었다는 것은 절대로 아니지만, 곡을 만드는 입장에 차이가 있다는 얘기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차이 때문에 '인디밴드'란 말이 생겨난 게 아닌가 생각한다. 다시 말해 인디밴드란 기존의 가요와는 곡을 작업하는 방향에 다른 태도가 있기 때문에, 기존의 대중음악계와 섞일 수 없었고, 그렇기 때문에, 소규모로 각개전투를 벌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는 것이다.

 휴~멀리 왔다.


4. 3rd Line Butterfly & Nine Days or a Million



 다시 3호선.

 멤버 중에 시인도 포함되어 있는 3호선은 노래에도 집중을 놓지 않았다. 깊은 이야기와 좋은 멜로디를 만들어 왔다고 생각한다. 특히 이번 ep의 전작 'Time table'은 그 전작들보다 훨씬 근사한 밸런스를 들려줬다고 생각한다. 역시 노래와 사운드에 대한 밸런스를 말하는 것인데, '옛 가요를 틀어주는 술집'이 히트를 치던 시절에 나온 음반으로 옛 가요들의 향수가 묻어있어 뭔가 자연스럽게 혹은 '오리지날'하게 들리는 기분이 있기는 했지만, 그것도 그 시절 이미 3호선의 연륜으로 느껴지는 정도였다. 그렇게 충분했기 때문에 다음 작업에 긴 시간이 걸린 걸 것이라고 추측해본다. 

 
그리고 오오오랜만의 그것도 ep앨범.

 연륜의 다음 단계는 이런 것인가 하는 느낌이다. '티티카카'는 장난스럽다. 워낙 목소리가 무거운 톤이라 티가 잘 안 나는데… 어쨌거나. 일단 곡이 'Scissor sister'스럽다. 제대로 까부는 영국인지 미국의 밴드인데, 그 밴드의 익살스러운 풍이 우리의 무겁던 3호선 버터플라이에게서 느껴진다. 첫 곡부터 재미있다. 재미 후 2번 트랙 '무언가 나의 곁에'는 3호선 이 늙지도 않는 밴드. 여전히 예민한 감성을 들려준다. '깊은 밤 안개 속'은 축축한 얘기를 축축하게 들려주는데, 대충 물 끼얹은 축축함이 아니고, 잘 펴서 골고루 정성껏 적신 손수건 같은 느낌이다. 정성이 느껴지는 보컬과 연주의 곡이다. 누군들 정성을 기울이지 않겠냐마는, 깊은 밤 안개 속 깊은 맘으로 만들어진 곡 같다. 내가 너무 푹~젖어서 적고 있는 듯한데, 사실 이사한지 얼마 안 되어 식탁에다 노트북을 올려놓고 김치찌개 냄비 옆에서 적고 있는 중이다. 'nine days'는 '깊은 밤 안개 속'의 긴장을 괜찮은 속도로 풀어주고, 마지막 '왠지. 여기. 바다.'는 짧은 앨범의 마지막을 경쾌하게 시작하여 다함께 마무리스러운 코러스로 페스티벌의 불꽃놀이 마무리처럼 뻥 튀겨주고 있다.

 
멋진 구성의 앨범이다. 다섯 곡으로 꽤 근사한 무드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여기에 있는 3호선 버터플라이. 오래도록 여기에서 자신들의 전투를 이어가길 기대해본다.


글 - 조웅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멤버입니다. 한국나이로 32살이고요. 남자이고. 대학에선 철학을 전공했는데, 10년이나 다녔지만, 졸업은 스스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