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유랑극단 쇼팔로비치> "연극을 이야기하는 연극, 무대와 객석간의 거리는?"

* 메신저 토크 리뷰


<유랑극단 쇼팔로비치>
 “연극을 이야기하는 연극, 무대와 객석간의 거리는?”


1:1메신저 토크| 도히, 스카링
정리/편집| 매버릭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 현실적인 연극.
곧이곧대로 말하지 않아도, 현실을 이야기하는 것.

그게 연극의 힘 아닐까.

깨달음이 아니라 울림.
연극은 힘을 뺄수록 관객과의 울림이 깊어진다고 생각해.


scar★wing: 어땠어?
hello,stranger: 연출가 인터뷰를 읽고 갔는데 '연극'이라는 테마 자체에 굉장히 집중했다고 했거든. 근데 오히려 그놈의 ‘연극’ 때문에 힘들었어. 유랑극단이 스스로도 깨닫지 못한 사이에 그 도시에 미친 영향이 있잖아. 이건 결국 연극이 우리사회에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말하려고 한 거거든. 그런데 이 과정이 너무 힘들게 진행된 것 아닌가 싶어. 평소에 연극을 어떻게 생각해?

scar★wing: 볼 수 있는 이야기. 눈앞에서 이야기가 재현되는 것.

hello,stranger: 재현이라는 것도 '실제'라는 의미를 함축한다고 볼 수 있을까?
scar★wing: 그럴 지도. 반드시 어떤 '의미'전달이 아닐 수도 있겠지. 근본적인 어떤 것을 서로 공유하기 위한 것이 '예술' 아닐까? 그래서 연극은 꽤나 사람의 맘을 움직이지. 깨달음이 아니라 울림이랄까. 그런데 이 연극은 그런 면에서 좀 답답했어. 깨달음도 아니고 울림도 아니고. 그냥 묵직한 거 하나 툭 던져준 느낌?
hello,stranger: 난 그 답답함이 어쩐지 형식 때문 아니었나 싶어. 배우들이나, 무대나.

scar★wing: 세르비아에서 했다면 또 느낌이 달랐겠지. 내가 본 것은 뭐랄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좀 강조된 느낌? 너무 힘줬다는 느낌.

hello,stranger: 말하자면, 연극얘기를 하는데 너무 지나치게 연극을 들이대니까 연극이 연극을 잡아먹는 모양새가 된 것 같아. 우리 연극의 3요소 어쩌고 하면서 시공간의 제약을 배웠었잖아. 근데 실제로 보면 점점 연극은 오히려 그 틀이 사라져가고 있거든. 이 연극은 그 틀도 지키려하고 거기에 코러스며 라이브 연주며 새로운 형식이라는 명목으로 자꾸 무언가 보태니까. 어지럼증이 생기는 거지.

scar★wing: 마지막에 그러잖아. 연극은 우리 일이고, 우리의 운명이라고.

hello,stranger: 솔직히 배우들의 ‘연극적 연기’는 저래갖고 운명을 어떻게 지키나 싶기도 했다는.
scar★wing: 뭔가 사명감이라는 막연한 걸로 포장하려한 느낌? 난 대사는 그럭저럭 재미나게 들렸는데(인용한 희곡 텍스트 빼고) 배우들의 연기는 좀 버거웠어.

hello,stranger: 소피아의 행동들은 이해가 좀 안되더라고. 유랑극단은 말과 행동이 다른가 싶고. 말로는 연극이 세상을 바꾸고, 우리가 극장에 있는 것은 당연하다잖아. 세상이 우리를 이렇게 억압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한다. 근데 실제로는 지나치게 현실적이거나 굉장히 이상적이거든. 난 설득당해지지가 않는 거야. 소피아와 필립은 연극과 현실의 경계가 흐트러져 있었고, 나이를 먹기 시작한 바실리예와 엘리사베타는 그 경계를 깨닫고 힘이 빠져가는.

scar★wing: 연극하는 사람들의 괴리감일까? 현실과 이상의 경계? 뭐랄까. 내용이 생각보다 추상적인 걸 다룬 걸까. 난 가장 이해가 안 되는 캐릭터는 그 고문자였어. 소피아의 그런 이상적인 말에 자신의 죄를 깨닫고 자살하다니. 그래도 연극에 힘이 있다면  그런 거라고 말하고 싶었던 건가 작가는? 이건 너무 꿈 아닌가?
hello,stranger: 자살은 극단의 결과이긴 했는데, 난 드로바츠야말로 톡 건드리면 툭 쓰러지는 사람이었을 거라 생각해. 그게 연극이나 영화나 암튼 예술이 주는 희망일지도. 난 그런 요소요소에 들어오는 소피아가 더 못마땅한 거지. 아니 그 밤중에 수영을 왜 하는겨! 현실적이지 못한 이야기를 하면서 연극은 현실이다? 라고 하면 뭐 안 먹힌다는 거지.
scar★wing: 오! 소피아여! 세르비아든 한국이든 일단 모든 것의 완성은 '외모'인가! 드로바츠가 진짜 그들의 연극을 보고 움직였으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을 지도 몰라. 그냥 단순히 반한 거잖아! 갑자기 순진한 어린애처럼 변하더니 고해성사를 하지를 않나.

hello,stranger: 연극은 결국 하지도 못했잖아. 그것도 허락받기 위해 독일연극을 하려하지 않았냐고.

scar★wing: 그래서 난 그들이 정말 예술가라 할 수 있나 의문이 들었어. 
hello,stranger: 난 오히려 이제는 벗어날 수 없어서 연극을 하고 있는 것처럼도 보였어. 뭐 좋게 말하면 그것도 운명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scar★wing: 그 놈의 운명! 운명! 난 손발이 오그라든다고!
hello,stranger: 너무 묵직하니까.
scar★wing: 난 좀 더 구체적인 예술가의 마음을 느낄 수 있을 줄 알았거든. 너무 묵직해서 커튼콜 할 때도 얼굴 표정 안 풀잖아. 배우들이.





scar★wing: 검은 고양이 흰 고양이 영화 알아? 에밀쿠스트리차 감독. 그 감독도 세르비아 이쪽 나라에서 활동하는 감독인데 암울한 현실을 다루지만, 굉장히 유쾌하게 그려내거든. 그래서 더 슬프지. 이 연극에도 제목에 '유랑극단'이란 게 들어가서 난 어쩐지 낭만적일 거라는 상상을 했어. 유쾌해서 더 슬프겠지 그런 기대감. 근데 이건 그냥 암담하고 슬프더라. 처음부터 끝까지. 거기에 전쟁을 겪은 대한민국에 와서 더 무거워져버린 것 같고.

hello,stranger: 그 얘기 듣고 보니까, 연극적 형식 때문이라기보다 연극적 표현 때문에 그런 것 같기도 한 걸. 곧이곧대로 말하지 않아도 되는 거 그대로 말해버려서 김빠진 거 있잖아.

scar★wing: 너무 지나치게 '연극적'이었어. 그래서 현실과 연극이 그냥 다 연극으로 보이는 거지. 마을사람들도 연극을 하는 듯 보이더라고. 연기 톤도 다 비슷비슷하고.

scar★wing: 필립은 어때? 난 마을 사람들이랑 극단 사람들이 다 필립같이 느껴지기도 했어.

hello,stranger: 미리 읽고 간 자료들에서 필립은 연극에 빠져있는 사람 정도로만 상상되었는데 그게 이상과 현실을 그렇게까지 구분 못 할 줄은 몰랐지. 초점나간 눈이나 같은 극단 사람들이 필립을 대하는 태도나, 난 그런 게 좀 그랬어. 배우인 친구들이 있는데, 걔네가 현실하고 전혀 상관없이 이상만 쫓는 얘기하면 손가락질하고 싶거든. 연극을 하는 배우야말로 현실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필립은 그게 아니잖아. 그런데 우연한 단어, 표현, 소도구에 의해서 시시각각 어떤 연극에 빠져들잖아. '유랑극단'이라는 작품 안에서는 우연히 맞아떨어지는 상황을 연출하지. 하지만 이게 너무 비약적이라고 느껴지는 건 결국 배우가 필립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고 봐.

scar★wing: 어쩌면 필립은 연극 내용을 통해 현실을 바라 본 게 아닌가 싶어. 그런 필립의 괴리감과 시선이 이 연극의 가장 큰 주제 아닐까. 문제는 작가가 자신의 생각을 대부분 기존 희곡 작품을 '인용'해서 보여주려 했다는 거지.

hello,stranger: 전에 연극 분장실 보면서도 느낀 건데 기존 희곡 작품들의 대사와 내용을 인용한 경우, 그 작품을 모르면 이것도 모르게 되잖아. 100을 느끼지 못하고 극장을 나오게 되는 거 말이야.

scar★wing: 그래서 프로그램북에는 친절히 '설명'되어 있더라고. 그런 건 안 좋은데. 참고는 되겠지만 작품에서 녹여내지 못 하면 그건 좀.

hello,stranger: 연극은 역시 보고 들어야 하는 것 같아. 그러니까 배우예술이라고들 하는 걸 테지.
scar★wing: 그러니깐 이 연극은 그런 희곡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더 공감할 수 있다, 라는 것이 암암리에 깔려 있었던 게 아닌가 싶어. 학구파 연극이라 해야 하나?

scar★wing: 아이러니 한 건 지배세력과 피지배세력의 갈등이 아니라 피지배세력간의 갈등을 그린 거라. 그런 건 좀 짠하기도 하더라. 근데 그냥 거기서 머물고 만 것이 아쉬웠어. 마을 사람들의 반응이 너무 단순해서. 전쟁 중에 무슨 연극질이야! 저기 사형대가 안 보여? 니들 제정신이야? 이런 갈등에 대한 극단의 결론이 우린 연극이 운명이다?  좀 억지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

hello,stranger: 어디서 읽었더라, 어떤 나라는 오히려 연극의 힘을 알기에 연극을 못하게 했다고 그러던데. 여기선 그래보이진 않았지. 그냥 이 상황에 연극한답시고, 뭐 이런 걸로만 보였잖아. ‘우린 연극이 운명이다’ 이 결론은 필립이 죽어서 그런 건 아닌가 싶기도 해. 어떤 일말의 책임감 같은 것.

scar★wing: 필립은 연극을 하다 죽은 거지. 어찌 보면 그냥 광끼? 무슨 사명감이 아니라.

hello,stranger: 근데 그를 인정하지 못하던, 현실의 바실리예에겐 필립이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캐릭터였을 거야. 또 다른 이상을 불러일으키는 계기였을 수도 있고.
scar★wing: 그런 비현실적인 캐릭터가 사실은 가장 온전하게 세상을 보고 있었던가 묻고 싶기도 하고.





hello,stranger: 그 마지막에 언덕 넘어가면서 세 배우가 계속 반복해서 말하잖아. 소리톤 점점 줄여가면서. 나름 엔딩임을 알리는 거였다고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연기'한단 생각을 심어주더라고. 나 사실 그때 좀 웃겼어. 심카의 '안들리나~'까지.

scar★wing: 현실과 이상 그런 걸 어찌 보나 이걸 말하고 싶었는데 정작 보여준 것은 전부 환상이었단 느낌. 연출과 연기 때문에 더더욱. 진짜 원작이 보고 싶어졌어. 연출가가 이런 말도 했는데, 이 작품은 결국 삶이라는 자체가 현실과 환상, 그 두 가지의 끊임없는 연계 속에서 진정한 의미를 갖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그건 그렇고 난 진짜 그 15분 휴식 안내 퍼포먼스만 아니었어도. 나름 몰입되어있던 흐름을 확 깨주더라고.

hello,stranger: 코러스가 좀 재미없었지? 너무 심각해. 지금 생각난 건데 이거 작품 준비하면서 신체나 연기연습도 엄청 오래했고, 힘들어서 중간에 그만둔 분들도 있다던데. 그게 작품을 이해하지 못하겠어서 그만둔 건 아닐까 싶기도.

scar★wing: 세르비아의 이야기를 너무 한국식으로 풀어내려 하다 보니 생긴 것이 아닐까 싶어. 난 연극에서 세르비아가 아니라 그냥 일제강점기 때의 대한민국이 보이더라고. 그리고 아까도 말한, 뭔가 보여줘야겠다는 그런 강박감? 난 연극이 힘을 뺄수록, 더 구체적인 이야기로 파고들수록 관객과의 울림이 깊어진다고 생각해. 이 연극은 그런 것을 좀 놓친 게 아닌가 싶은데.

hello,stranger: 힘이 들어갔다, 에 동감.

scar★wing: 어찌하면 힘을 뺄 수 있을까? 그런 감칠맛 나는 대사(기나와 같은)가 술술 흘러나오는데, 죄다 딱딱하게 느껴져. 연출과 연기 톤이 묵직해서 그런 건가?
hello,stranger: 엘리사베타가 징징거리는 것도 싫고. 어색한 복식호흡들.

scar★wing: 난 글을 공부해서 내용이 먼저 보이고, 자긴 연극을 좋아하고 그쪽에서 일했으니 그런 쪽이 먼저 보이고 그러나보다.

hello,stranger: 응. 아무래도.
scar★wing: 무대와 관객석이 되게 멀게 느껴졌어.
hello,stranger: 실제거리보다 멀리.

scar★wing: 재미있는 연극이 뭐라고 생각해?

hello,stranger: 난 셰익스피어를 좋아하는데. 그래서 웬만한 건 다 보려고 해. 셰익스피어를 제대로 보여주는 작품을 실제로 많이 만나봤다고 할 순 없지만. 근데 셰익스피어 표현도 굉장히 함축적이고 은유며 비유며 시적표현도 많고, 시대도 전혀 다르잖아. 이번 작품처럼 빗댈 수 있는 전쟁 상황이 아니어도 셰익스피어가 2010년에 공연되면 그것 그대로 아 우리얘기구나 싶거든. 그래서 눈물 나고 그래서 아름답고 그래서 박수치게 되고. 물론 연출의 힘이 크겠지. 극단 미추의 리어왕이나, 극단 목화의 로미오와 줄리엣. 그런 작품들. 원작의 함축에도 불구하고 더 생략하고 비약하고 한국적으로 표현하고 그랬지만 전혀 어렵지 않아. 공감이 깊은 곳에서 나와 눈물 죽죽.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 재미있는 작품이지. 그게 현실적인 연극이고. 곧이곧대로 말하지 않아도, 현실을 이야기하는 것. 그게 연극의 힘 아닐까.
scar★wing: 난 좀 빈곤해 보여도 내용에 충실해서 '잘' 표현한 연극이 최고라고 생각해. 올해 소극장 연극 많이 봐야겠다.
hello,stranger: 그러자.


 

※ 편집자주: <유랑극단 쇼팔로비치> 메신저 토크 리뷰는 도히, 스카링, 매버릭 3명이 모두 공연을 보고 도히, 스카링이 메신저에 접속해 수다를 떤 다음 그 저장본을 매버릭이 편집하였습니다. 날 것 그대로의 남의 수다를 글로 정리하는 것도 나름 재미있습니다. 그러나 엄청 힘들었습니다. 아마 메신저 대화 시간 몇 배가 걸렸을 겁니다. 친구랑 떠는 날 것 그대로의 자유로운 수다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지는 글 사이에는 분명 차이가 있겠지요. 이번에는 제3자 개입이라는 새로운 수단을 메신저 토크에 적용해 봤습니다.






 


 

  1. 안녕하세요? 한국연극인복지재단에서 근무하는 박성열이라고 합니다.^^
    아까 재단에 전화주신 분이… 이 대담에 참여한 두 분 중에 계신지요? 하하.
    <쇼팔로비치 유랑극단>은 저도 봤습니다. 저의 이런저런 생각거리들도 잘 이야기 되었네요.

    독립예술웹진… 상투적인 말이겠지만, '멋지십니다.' 다음뷰에 걸어놨으니, 앞으로 자주 들를께요^^
    그럼 일단 다음주 화요일에 <책을 듣다 마음을 보다> 공연장 앞에서 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