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경의 마임워크숍]-10. “어, 연습실에 팔 한 쪽 두고 왔네?”

2010. 5. 4. 10:53Feature



고재경 마임 워크샵 - 열 번째 기록
“어, 연습실에 팔 한 쪽 두고 왔네?” 



 글| 류호경




*들어가는 말
 

오늘도 말금씨께서 오지 못하신대서 내가 대신 후기를 작성하기로 했다. (본인 역시 '고재경의 판토마임 워크숍 제4기’ 16명의 참가자 중 한 명) 글도 못쓰고 기억력도 안좋고 기록에도 약하고 정리도 못하는 내가 후기를 대신 써달라는 부탁을 수락한 것은 왜였을까...그림을 통해 후기를 써보면 재밌지 않겠냐는 얘기를 듣고 그렇게 해보기로 한다.

 



날씨가 구려서인지 시작할 시간이 지났는데도 절반도 안되는 일곱명밖에 없다.
(나중에 알았는데 공연때문에 바쁘신 분들이 많다.) 조촐하게 모여 몸을 푸는데 내심 지난 시간에 했던 컵치기를 기대했건만 다들 차분하게 스트레칭만 했다. 


  

               

 

자, 드디어 시작. 처음엔 음......으... 글로 못쓰겠다.

이거했다.




쟁반돌리기라고 한 것은 내가 갖다 붙인 거다. 고딩 때 몇 애들이 이걸 하던 걸 본 기억이 있다.
티비 광고에서 웨이터가 쟁반에 음료인지 케익인지 여튼 떨어뜨리면 큰일나는 뭔가를 올려놓고 위의 동작을 하던 것이었다. 그래서 쟁반돌리기. 포인트는 손바닥이 늘 하늘방향을 향해 있어야 한다. 물론 우리의 목적은 쟁반...이 아니라 저 동작에서 손을 위주로 움직이는 것과 몸통을 위주로 움직이는 것의 차이를 느껴보는 것이다.

처음에는 저 동작을 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버거웠는데 나중에는 그 차이가 조금씩 느껴졌다.
손 위주로 움직일 땐 마치 별똥별의 별이 손이고 뒤에 늘어진 꼬리가 몸인듯이 몸이 손의 움직임을 따라오는 느낌이었고 몸통 위주로 움직일 땐 몸의 움직임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대기로 흩어질 때 손을 타고 나가는 느낌이랄까... 뭐 사람마다 느낌이 다르겠지만 여튼 나는 그렇게 느꼈다.
 

 
근데 저걸 두 손으로도 하고 그 두손을 각기 다른 방향으로 돌리기도 하고 그랬다.
놀랍게도 나도 일부 성공했다.


다음은 음.. 으..... 역시 글로는 무리다.

이거했다.

             

 
별 차이 없어 보이지만 왼쪽은 뭔가를 가져오는 느낌이고 오른 쪽은 밀어내는 느낌이다.
선생님께서 늘 말씀하시지만 그 '뭔가'를 상상하지 말라고 하신다. 물질이든 개념이든... 그 이전에 순전히 '가져오고 내보내고 들어오고 나가고'의 느낌을 알아야 한단다. 처음엔 감이 전혀 안왔으나 이제는 희미하게나마 윤곽은 잡히는듯하다. 에너지의 이동 그 힘과 방향의 인식. 뭐 그런 거 아닐까...


 

아무 것도 상상하지 말라고 당부하셨건만...

이런 식으로 직선운동 외에도 곡선으로 움직이기, 꺾이는 직선으로 움직이기,
비틀고 꼬는 선으로 움직이기를 했다. 이 시점에서 우리 선생님 좀 답답해하셨다. "곡선 어디갔어요, 곡선! 어허~" 내심 '나를 보시고 하시는 말씀인가?'싶어 불안했다.

이렇게 될 것만 같았다.

 
그런 상황은 좀 더 지속됐다. 
"이거 왜 이러지? 나중에 몸으로 하면 더 어려울텐데...큰일일세... "
나는 '정말이지 나 때문일거야.;;;' 하는 생각으로 움직임이 더욱 위축되어버렸다.




내가 이걸 왜 시작해서...

어느 정도 상황이 마무리되고 말씀하신대로 위의 움직임들을 몸으로 표현해본다.

 
머리, 가슴, 골반, 발, 무릎 등등 신체의 여러 부위 각각의 위주로 움직이게 된다.
다 생성되는 에너지의 느낌이 다르다.

응용이다. 손을 쓰던 것에서 신체 여러 부위로 확장하는 것이다. 그리고는 손으로 하는 것과
몸으로 하는 것의 차이를 느껴보란다. 머리로는 알겠는데 몸으로 하려니 아니 된다. 가슴이면 가슴, 골반이면 골반... 분명히 구분해서 움직이라신다. 허나 듣는 순간 뿐이다. 다른 요구가 들어오면 앞에 들었던 말은 나도 모르는 곳에 잘 넣어둔다. 출발점, 구심점, 공간성을 느끼고 적극적으로 표현하라신다. 하지만 난 이미 위축된 상태...

게다가 이제
"그걸 동시에 해보세요."
...
에라 모르겠다.



뭐 열심히 한다는 것에 의의를 둔다.


열심히 하다보니 이렇게 될 것 같은 느낌 

그런 방식으로 오분 정도 각자 맘대로 움직여 보라신다.

자 이제 다같이 등장하는 샷 한 장
 

 
아 술땡겨

"이게 춤이지 뭐."
"여러분이 현대무용하는 사람들보다 잘할걸요?"
"움직임이 이런거죠."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그런거지..."

내가 온전한 정신인지는 모르겠으나 위의 움직임들과 선생님의 말씀을 생각해보면
두번째 문장을 빼곤 참 곱씹어볼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개인적으로 마지막 문장...꼭 움직임에 있어서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 전반에 걸쳐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주저하고 경계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좀 늘 그렇게 하듯이 구체적인 상황을 묘사해봤다.
봉턱걸이, 역기들기, 원반 던지기, 의자에 앉기를 했다. 


턱걸이
생각해야 할 것이 한두개가 아니다. 처음엔 철봉에 매달려 있으니 팔이 쭉 펴져있어야하고 그 팔이 땅에서 수직으로 쭉 뻗어있어야한다. 여기까지만해도 좀 무리하는 감이 있다. 근데 팔을 당겨 상체가 위로 올라오는 느낌을 표현하려면 허공에 뜰 수 없으니 첫동작에 다리를 구부려 놔야 한다. 그리고 팔을 당기는 동작에서 다리를 펴서 마치 상체가 위로 올라가듯이 보여야 한다.(아래 그림 참고) 이 때 중요한 것이 골반을 집어넣어야하고 철봉을 잡은 손이 그 위치(정지 포인트)를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 정말 많지 않은가?


 


차라리 진짜 턱걸이를 하겠다
턱걸이 하는데 다리가 아픈 아이러니

대롱대롱 매달려있어 보란다. 자꾸 손의 위치가 바뀐다. 역시나 지적들어온다.
정지포인트 지키라고... 정지포인트 지키는 거 못하면 고재경한테 배웠다고 하지 말란다. 속으로 생각했다. '네네, 안해요, 안해.' '열심히 하겠습니다아!' 근데 정지포인트지키는거 정말 너무너무 중요한만큼 너무너무 어렵다.

역도
다 응용이라는데 자꾸 새롭다.
선생님 : "허리 다 나갔어."
아, 힘들어. 선생님 오늘 왜 이러세요오...
하지만 생각해보면 1부에서 했던 것의 응용이 맞다. '가져오고 내보내고'의 느낌이다.
아래에서 역기를 가슴까지 끌어올리고(가져오고)
가슴위부터는 위로 들어올리는(내보내는)
거로구나. 

아하!

원반던지기
몸동작의 구분, 중심이동, 가슴 열고... 아, 집중력이 바닥났다.
그래도 몸 안쪽에서 바깥으로 내보내는 느낌. 그걸 그냥 팔 이하로만 던지는게 아니고 몸통 전체의 움직임과 연결시킴으로서 더 큰 힘을 표현하게 되는 것이로다. 오호...


역도랑 원반던지기는 후달려서 그림 없음


의자에 앉기
우선 그림으로... 그림만 봐도 대충 느낌이 올거라...



1에서 들었던 발뒤꿈치를 2로 넘어갈 때 내려(찍어)주는 건 '의자 앞에 왔다'는 것
4에서 상체를 뒤로 살짝 제끼는 건 의자에 앉음으로 중심이 이동한다는 것
5에서 엉덩이(골반)를 살짝 빼는 건 다리에서 엉덩이로 무게중심이 완전히 이동했다는 것

을 표현한다. 얼마나 섬세한 관찰과 표현인가. 이걸 알기 전에 앉는 것을 해보았다면 아마 다리를 구부리는 것 외에 무엇을 했을까... 이렇게 인식하지 못했던(혹은 인식하기 귀찮은) 것들이 하나하나 모여서 좀 더 섬세한 움직임이 되는구나싶다. 이런 물리적인 개념인식이 움직임에 적용되면 그 다음엔 감정표현을 추가해서 더 풍성한 표현이 가능해지리라 생각한다.

 

물리적인 개념인식이...



마무리하며...

늘 느끼는 거지만 확신이 없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내가 잘하고 있는건지 확인받고 싶어하는
불안함으로 이어져 자신을 위축시키기 쉽고(이건 비단 움직임에서 뿐만이 아니다. 예를 들면 연애하면서 상대에 대한 확신이 약해 끊임없이 상대로부터 사랑을 확인하려는 사람들을 봐라)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그런 족쇄를 풀기 어렵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학생들을 보며 의심하고 선생님의 눈치를 본다. 틀리기 싫고 더 잘하고 싶은 자연스런 반응일 수도 있지만 생각과 행동의 범주를 제약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좀 더 용기가 필요하겠다. 그리고 뭔 뜻인지 당췌 감도 오지 않던 것들도 계속 반복하다보면 문득문득 '이런거 아닐까', '이런거구나'하고 깨달을 때가 있어 조금 용기가 난다.



 

어, 연습실에 팔 한 쪽 두고 왔네? 
다음 시간에 찾으러 가야겠다.


헐...


필자 류호경은...소개를 해달라고 했으나..
"아, 그런데 제 소개는 딱히 할 것이 없네요. 그냥 백수라..."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