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Digltal Dance - In a cycle 같은공연 다른시선 : 가장 근본적인, 혹은 가장 어려운 물음

2010. 10. 21. 13:45Review

*편집자주: 이 글은 인디언밥에서 진행하였던 'Digital Dance - In a cycle' 초대 이벤트에 당첨되신 분들중 MJ님께서 보내주신 리뷰입니다. 마찬가지로 같은 공연의 이벤트에 당첨되신 가재님의 리뷰도 함께 발행합니다. 같은 공연을 관람한 두 분의 다른 시각을 비교하며 보는 재미에 인디언밥 독자여러분도 동참해 주실 것을 기대합니다. ^^







Digltal Dance - In a cycle

가장 근본적인
, 혹은 가장 어려운 물음

 


글_ MJ
사진_ 박봉주




가끔 나의
때묻은지식이 실제를 망쳐놓는 경우가 있다. 이번 공연에는 그러고 싶지 않아 아무것도 모르는 무방비 상태로 공연 자체를 그저 느꼈다. 제목인 <Digital Dance - In a Cycle>이라는 것과 무엇인가가 interact한다는 것만 아는 채로.


 

사람은 모든 것을 자신의 선()지식에 맞추어 보기 마련이다. 잘 알리 없는 연예인을 가십기사 하나로 그 사람을 그 기사 그대로 그 사람은 그럴 것이라고 믿어버린다든지, 그림을 볼 때 이 작가는 전 작품들이 항상 그랬듯이 결국 이 그림도 그걸 말하고 있는 걸 거야!’며 간주해버린다든지…... 예술작품의 해석에 있어서도 이러한 생각의 흐름이 작용하기 마련인데, 원작자의 의도를 이미 알아버리고 나면 그것에 자신의 생각을 끼워 맞추곤 한다. 나도 공연을 볼 때 미리 이것저것 읽어보고 가면 그래 이게 감독이 말한 그거였어!’ 하면서 사실은 맞지도 않은 해석을 공연에 갖다가 끼워 맞추곤 한다. 게다가 이번 공연은 내가 그렇게 잘 알지 못하는 분야이기에 더욱더 휘둘릴 것 같았다. 이번엔 그러기가 싫었다. 그냥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내 스스로가 느끼는 대로, 생각하는 대로 공연과 함께 흘러가고 싶었달까. 그래서 입구에서 나누어주었던 리플렛은 일단 가방 속 깊이 넣어두었다.








 

Interaction’은 사전적으로 상호작용을 뜻한다. 한국적인 춤과 컴퓨터 음악이 상호작용을 한다기에 맨 처음에는 알 수 없는 세계에서 혼자 이해하기 힘들다며 허우적거리다가 나올 줄 알았다. Interaction 이라는 단어에서 오는 일종의 압박감이 이 공연 니가 이해하기에는 어려울걸요하고 다가오는 것 같았는데 사실 그렇게 공연 자체에 빠져들기에 어렵진 않았던 것 같다. 솔직히 말하면 그 둘 사이에서 괴리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었다. 그냥 원래 그 자리에 있어서 익숙한 것들처럼, 이 공연에서 그 둘간의 관계도 원래 항상 둘이 공존해왔던 것처럼 그렇게 서로가 어울리고 있었다.


 

공연을 보면서 가장 많이 되뇌었던 말은 어 저거 난데!’ 였다. 어딘가 망설이는, 두려워하는듯한 몸짓, 얼굴을 다 가려버려 답답하기 까지 했던 헤어 스타일과 불안에 떠는듯한 그 숨소리까지, 비록 그것이 그대로가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들의 가슴 한구석에 자리잡고 있는 나의 한 모습이라고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른 네 명의 안무가가 표현했던 네 가지 요소들로 인하여 휘둘리는 자신을 보며 괜히 찔리기도 했고 한편으론 너무 답답하기도 했다. 왜냐면 나도 그러니까. 하지만, 그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끌려 다니는 모습까지 나와 같았다. 그래서 공감이 가기도 하고 짜증이 나기도 하면서 더욱더 그들의 몸짓에 빠져들어 보게 되었다.






 

공연에서 대비되고 있는 두 요소-선과 악, 음과 양-은 안무가의 의상 색깔과 그들의 표정을 통하여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물론 당시에는 음과 양까지는 생각을 못했지만) 하지만 무엇이 선이건 악이건, 그들로 인해 휘둘리는 나 자신을 보면서 과연 어떤 것이 선이 되고 어떤 것이 악이 되는지에 대해 생각했다. 흔히 이라는 것은 사람을 올바로 이끌어주는 하나의 고마운 길이라고 생각하게 되지만, 그곳에서 표현하고 있는 도 결국은 라는 한 존재를 휘두르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었다. 내 자신이 진짜 선한 것이 아니라 선함이 나를 휘두르는, 선함에 의해 자신이 끌려 다니는 모습을 보며 결국 선함자체도 결코 하지 만은 않은 지경내가 선한 것이 아닌 이라는 존재 때문에 내가 그로 인해 휘둘려야 하는 것을 보며 과연 나 자신은 어떠한가 생각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마지막에 조명이 모두 다 꺼지면서
는 옅은 손전등으로 나머지넷을 골고루 비추어 주고, 그 빛에 나머지 넷은 순응하며 움직인다. 그것을 통해서 기획자는 결국 사람은 네 가지 중에 한 요소에 지배되지 않고 그 넷을 조화롭게 이루며 살아간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적어도 나는 그렇게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 넷을 어느 정도 온전하게 이루며 살아감을 알 때 내 자신이 완성된다는 것도. 마지막에 푸른색 자켓과 입고 있던 검정색 상의마저 벗는 나를 보면서 저렇게 나 자신이 완성되어 가는구나. 하고 느꼈다. 옷은 가끔은 나를 보호해주기도 하지만 나 자신을 숨기는 존재라고도 생각했기 때문이다.


항상 그렇듯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는 질문임과 동시에 죽을 때까지 완전한 해답을 찾지 못하는 질문
, ‘나는 누구인가?’에 관한 질문에 이 공연을 보고 해답을 찾았다고 하면 좀 과장 이고, 어느 정도 힌트를 얻은 것 같긴 하다. 나 자신도 그냥 하나의 온전체가 아닌 여러 요소의 집합체라는 것과 그 내부요소들이 적절하게 어울릴 때 내가 온전해질 수 있다는 것을.

 

 






Digltal Dance - In a cycle (순환속으로)
2010 1007 성암아트홀
총연출, 안무, 작 - 이미희

21C 디지털과 한국춤의 만남

이미희는 중요무형문화재 제 27호 승무 이수자이자 한국전통춤꾼 안무가이다. 
2006년부터 장애(2006), 변형(2006), 거대한 풍경(2008)에서 춤, 음악, 영상기술의 상호소통문제에 대하여 새로운 시도와 접목에 애를 써왔고, 2009 Interactive Dance Communication Lifecycle”에서 1시간 가량을 미디어, 영상, 컴퓨터음악, 춤의 혼합예술을 선보였다  Digital Dance "In a cycle" (순환 속으로)은Lifecycle 1.5 버전의 업그레이드된 신작이다. 

몸에 부착된 센서를 통해 무용수의 움직임을 읽어내고, 기술적인 과정을 거쳐, 춤의 강약, 움직임의 강약, 동선에 따라 음악이 흘러나온다. 우리의 전통춤이 지니는 즉흥적 요소를 응용하며 춤 이상의 메타포를 형성한다.




필자소개

MJ
 

외로워 할 줄 알고, 행복해할 줄도 아는 사람.

원래 걸어오던 길과 새로운 길을 만나 헷갈려 하고 있지만

워낙 새로운 것을 좋아해서 새로운 길에 홀딱 빠져버린 상태,

그리고, 그곳에서 당분간 안 나올 것이라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