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웃과 예술로 말하기 - 성미산 마을 문화예술 동아리 발표회 「아리아리동동」

2010. 11. 3. 11:30Review






내 이웃과 예술로 말하기
성미산 마을 문화예술 동아리 발표회 「아리아리동동」





 

글_ 지노 

사진_ 성미산마을 동네사진관





 


할 말이 많다. 잘 떨어지지 않는 말도 많다. 해야 할 말도, 하지 못할 말도 많다.

 

많다.

  








10월 9일부터 17일까지의 오후들, 성미산마을극장과 근처의 카페 ‘작은나무’는 꽤나 시끌시끌했다. 성미산마을 문화예술동아리들의 발표회 ‘아리아리동동’이 한창이었으니까. 나는 개중에 창작 오페라 ‘바람산 이야기’와 같은 날의 공연이었던 ‘마을어린이합창단’, 그리고 시낭송회 ‘시와 당신의 이야기 2.’ 현장에 있었다.








얍!

 








1. 바람산 이야기



바람산에는 나무, 벌레, 새, 풀, 사람. 서로를 ‘형제’라 부르는 그들이 함께 살고 있다.


 


‘여기는 우리의 고향, 아름다운 바람산 대대로 우리가 살아온 우리의 안식처

하지만 점점 이 곳은 불안에 싸여가고 있네 우리 형제인 사람들이 이곳을 없애려고 하네

처음엔 공기 좋다 기뻐하던 사람들 그 다음엔 꽃 따들고 놀던 사람들

그 다음엔 나무를 자르고 흙을 파더니 그 다음엔 시멘트로 땅을 덮었네

왜 서로 함께 살아가려 하지 않는 걸까 왜 다른 형제들을 생각하려 하지 않는 걸까‘




 



첫 번째 장면의 노래이다. 자, 바람산의 형제인 사람은 산을 불안에 싸이게 하고, 다른 형제들은 그런 산의 모습을 걱정한다. 이야기는 어떻게 전개될까? 생각할 수 있는 가장 행복하고 단순하고 뻔한 이야기를, 그리고 결말을 생각해보자. 사람은 산을 파괴해 이득을 챙기려하고, 다른 형제들은 그걸 막아 산을 구해낸다. 그리고 사람은, 형제들의 배려에 잘못을 뉘우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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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유치했다. 하지만 우습진 않았다.










2. 시와 당신의 이야기 2

 





이 낭송회에서 난 관객이 아니라 낭송자로 참여했다. 무대와 객석의 구분 없는 배치로 가운데에는 시집을 깔아놓고 맘에 드는 시인의 시와 자신이 쓴 시를 읽었다.


 


손님은 서너명 남짓.




 

 



3. 이야기하다.



내용은 좀 유치했었다. 관객은 네 명뿐이었다. 아니 아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우리는 할 말이 많다. 떨어지지 않는 말도 있다. 해야 할 말도 있고, 하지 못할 말도 있다.



‘바람산 이야기’는 ‘세상을 노래로 채우기’(이하 세노채)라는 ‘느슨한’ 모임의 작품이다. 공연을 한 세노채의 회원들은 성미산을 가까이서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성미산은 지금, 어려운 한 때를 보내고 있다. 산을 지켜보는 사람들은 산을 위해 ‘가장 행복하고 단순하고 뻔한’ 소망을 노래한다. 신나게 조용히 웃고 땀흘리며 말하고 공감한다.



‘시와 당신의 이야기 2’는 대안교육을 하는 ‘공간 민들레’의 시창작모임의 두 번째 낭송회였다. ‘너에게 하고 싶은 말’, 불안, 사랑, 고민, 위로, 일상… 말하고 싶은 것들이 산더미 같지만 그냥 말하기는 어려운 것들, 시는 그런 것들을 공공연히, 또 은근히 말하게 해준다. 시를 목소리로 읽으면서, 그 이야기들을 서로에게 전하고 전해듣는다. 항상 옆에서 보고 같이 얘기하면서도 몰랐던 이야기들, 듣고 나면 너도 알고 나도 아는 이야기들을. 손님은 서너명 남짓이었지만, 내 얘기를 들어야 할 사람은 같이 준비하고 발표하는 당신들.



이야기를 한다.

 


 


배우가 아니다, 시인도 아니다. 하지만 배우라고 할 수도 있고 시인이라고 해도 좋지 않나-


능숙하고 세련되지 않아도 만들고 쓰고 노래하자. 그래서 자꾸자꾸 발표하자. 옆에 있는 서로에게 친구에게 동료에게 이웃에게 더 해줄 말도 많고, 더 알아야 할 것도 많고, 같이 울고 웃고 할 것도 태산같은데, 우리끼리면 뭐 어떠나?!



 


"예술 마을에서 놀다"
성미산마을 문화예술동아리 아리아리동동
2010 1009-1017   성미산 마을극장, 마을카페 작은나무, 살롱 드 마랑

성미산 마을에는 산이 있고 사람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작은 동아리를 만들어 음악을 연주하고 사진을 찍고 시를 낭송합니다.
성미산마을의 문화예술동아리들이 이웃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거기엔 아파서 우는 성미산도 있고, 산사람이 다 된 마을 사람들도 있지요.
열심히 하루를 사는 이웃들의 얼굴도 있고.
하루가 다르게 쑥쑥 크는 마을의 아이들도 있습니다.

마을에서 동아리와 함께 놀고 있는 예술.
같이 만나러 가자고 꼬시고 싶습니다.

성미산마을 극장
성미산마을 뉴스레터
성미산마을 동네사진관




필자소개

지노

시창작모임 얘기를 한 김에 거기서 쓴 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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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많은 입에서 나오는 수많은 말들을 모두 이해하려면
귀가 한참 더 많이 필요할 것만 같다 

아니, 네 말 하나만 이해하는데도
귀가 서너개 쯤은 더 필요할 것 같다

너한테 내 말을 이해시켜주려면
입도 한 두어개 쯤 더 필요할 것 같다

아니 그럴바에야 차라리
내 귀를 서너개 쯤 너에게 나눠주는 편이 나을 것 같다


아니다 그냥 다 그대로 두고
내 뇌를 반쯤 잘라버리는 게 낫겠다


그걸 심장 옆에 갖다 붙여놓는게 제일 낫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