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화천 뛰다와 호주 스너프 퍼펫의 사람과 인형 프로젝트 -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관련성을 만들어 가야 할까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관련성을 만들어 가야 할까

- 화천-뛰다와 호주-스너프 퍼펫의 거대 인형 야외 퍼포먼스 「사람과 인형 프로젝트」⑤

 

글_ 엄현희(공연창작집단 뛰다 드라마터그)

 

<사람과 인형 프로젝트> 결과물은 지난 토요일 화천산천어축제점등식행사 식전 공연으로 발표의 자리를 가졌다. ‘강물의 꿈, 대지의 기억’이란 제목의 20여분 가량의 퍼포먼스이다. 우리의 발표물에 대해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접속’이란 틀을 사용하면 유용하다. 우리의 퍼포먼스는 ‘서로 다른 것을 맞대어 잇기’, 즉 ‘어떻게 관련성을 만들어 갈 것인가’가 중요한 질문으로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 퍼포먼스 직전에 우리의 과정이 소개된 영상물이 상영되었다.
음악팀은 영상화면 앞에 무대 상단에 자리해서 라이브 연주를 했다.




같이 자고, 먹고, 일하면, 즉 일상을 공유하면 연대감 혹은 공동체 의식은 자연스럽게 생긴다. 퍼포먼스를 위한 열흘간의 인형 제작 과정은 참가자들에게 공동체 의식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참가자들 중 한 명은 워크숍이 끝난 후 제 2의 가족을 만났다고 말하기도 했다). 참가자들끼리의 접속은 성공적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공연은 공동체 의식에 대한 새로운 과제를 부여한다. 우리와 제작 과정을 공유하지 않은, 처음 만나게 되는 사람들을 무엇으로 매혹시켜야 하나. 우리가 그 날 그 장소에 모여든 불특정 다수의 낯선 사람들과 접속하기 위해 시도한 것들을 살펴봄으로써 2010년 12월 11일 오후 5시 30분부터 6시까지의, 순간적으로 발생한 접속 사건에 대해 정리하고자 한다.

 

내부에서 공유된 이번 프로젝트의 정확한 명칭은 <사람과 인형 프로젝트 in 화천>이다. 우리의 공연 장소는 화천의 중앙로로 군청과 농협, 우체국, 주민생활자치센터, 장터 및 학교와 상점 등이 위치해 있는, 화천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이자 화천 지역민들의 생활 중심지였다. 이 도로의 명칭은 ‘선등거리’이다. 화천의 산천어 축제 기간 동안 이 거리 전체에는 LED 전구가 밝혀지게 된다. 거리에 설치된 전구들에 불이 켜지는 행사가 산천어 축제의 사전 행사인 점등식 행사로, 우리는 바로 이 점등식 행사의 사전 공연으로 참여해 화천산천어축제점등식 행사 때문에 모여든 화천 사람들 앞에서 우리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발표한 것이다.

 


▲ 열심히 공연을 바라보는 사람들

 

 

 

물론 화천산천어축제의 점등식 행사의 식전 공연으로 참가한 것은 우리의 프로젝트의 기획 단계에서부터 계획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사람들을 작품의 관람객으로 자연스럽게 모을 수 있던 실용적 효과 외에도 우리의 퍼포먼스가 벌어진 장소의 공간성과 시간성은 <사람과 인형 프로젝트 in 화천>의 발표물의 의미 생산에 적극적으로 기여했다. 우리의 발표물은 바로 그 날 그 장소에 거기에 모여든 사람들 앞에서 공연됨으로써 작품의 제작 과정 중에 자라난 의미 외에 또 다른 새로운 의미를 발생, 공유하게 된 것이다.

 

화천의 산천어축제는 화천을 대표하는 상징성을 지닌 축제다. 나는 축제의 정확한 주체가 누구인지, 군 아니면 민간인지를 따져 누구의 욕망의 실현인지를 가늠해 그것이 진정한 화천의 대표성을 지니는가를 묻기보다는 축제의 다양한 역할을 지역민 다수가 수행하는 현재 모습에서 화천산천어축제가 화천의 대표성을 지니는 것으로 보았다. 즉 우리의 발표물이 행해진 장소의 공간성 및 시간성이 그 자리에 모여든 사람들 - 공연을 하는 이나 보는 이 양쪽 모두를 포함하여 - 모두에게 ‘화천’이란 접속의 코드를 제공한 것이란 이야기다.

 

그간 연재한 <사람과 인형 프로젝트 in 화천>의 과정의 기록들을 충실히 읽은 당신이라면, 현실 속의 생명체라기보다는 고대의 상상 생물 혹은 신화적 존재와 흡사한 거대한 인형 캐릭터들로 이뤄진 퍼포먼스가 도대체 ‘화천’이라는 접속 코드와 어떻게 반응했다는 것인지 궁금할 것이다. 또한 그 반응의 결과가 결국 무엇인지, 즉 단순히 지역 알리기란 지역의 홍보에 기여했다는 의미인지 궁금할 것이다.

 

우리의 발표물 ‘강물의 꿈, 대지의 기억’은 몽환적인 분위기가 강한 작품이었다. 작품의 시작은 초록색 긴 머리에 거대한 몸체, 음영이 뚜렷한 얼굴을 가진 신비한 '어머니 자연'이 선등거리 끝에서부터 천천히 걸어오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이 거대하면서 아름다운 인형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주 무대로 걸어 들어오면 “어머니 자연에게는 땅의 왕과 물의 여왕이란 자식이 있었다”는 나레이션의 대사가 시작된다. 공연은 나레이션의 간단한 대사가 곁들어간 인형극의 형태로, 왕과 여왕, 군인들과 물고기, 거대한 물고기 인형이 강렬한 시각적 스펙터클로 사람들을 사로잡는다. 음악팀의 라이브 연주가 우리의 공연에 풍성한 색채를 가미한 것은 물론이다(공연의 스토리 및 세세한 묘사는 기고글 4에 나와 있으므로 생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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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흥미로웠던 것은 거대하고 신비로운 인형들의 존재감 뿐 아니라, 화려하고 커다란 물고기들이 군인들을 잔인하게 뜯어먹는 작품 속 장면이 공연을 관람하는 사람들에게 갖는 ‘위압적인 매혹’이다. 그것은 그 장면이 아마도 실제의 파로호 전투의 사상자(6. 25 전쟁 당시 치열한 격전 끝에 승리를 거둔 후 중공군 3 만 명의 시신을 파로호에 수장시켰다)를 떠올리게 함으로써 산 자들 바로 곁의 물속에 장례를 치루지 못한 불우한 영혼들이 버젓이 존재함을 상기시켰기 때문일 것이다. 즉 화천의 사람들은 누구나 결말이 나지 않은 채 영원히 지속 중인 죽음과 동거 중인 삶을, 현재를 살고 있다. 우리의 발표물 ‘강물의 꿈, 대지의 기억’은 그 자리에 모여든 사람들이 모두 한번 씩은 꿈꿔봤을 환상을 펼쳐냄으로써 기묘한 현재를 반추하게끔 한 것이다. 실제로 공연을 관람한 어르신들 중 몇몇은 인형의 기괴한 모습 및 연극 언어에 전혀 익숙치 않은 분들임에도 불구, “이거 우리 이야기구먼.”이란 말씀을 연발하며 퍼포먼스가 이뤄지는 무대를 열심히 바라보셨다.

 

이같이 화천의 기묘한 현재에 대해 드러낸 것이 단순히 지역 홍보에 기여하지 않음은 자명하다. 우리가 그 장소 그 시간에 순간적으로 모습을 드러나게 한 ‘화천’이란 접속의 코드는 누구나 잘 알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모두가 잊고 있는 그야말로 ‘꿈과 같은 진실’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잠시 사람들의 일상의 틈을 벌려 모두가 한데 꿈꾸는 꿈을 살짝 보여주었다. 그것들은 30여분 뒤에 사라졌으며, 사람들 간을 접속시킨 ‘화천’이란 코드 역시 사라졌다. 접속됐던 순간의 강렬한 쾌감을 흔적으로 남긴 채.

 

물론 우리의 발표물에서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개인적으로 거리 퍼레이드가 공연의 여건 상 줄어들게 돼 사람들과 직접적으로 관계 맺는 부분들이 여의치 않게 된 것이 아쉬웠다.

 

<사람과 인형 프로젝트 in 화천>은 열흘간의 항해 끝에 이렇게 발표물 ‘강물의 꿈, 대지의 기억’에 다다르며 마무리되었다. 참가자들 간의 새로운 인연을 많이 낳았던, 사람들의 열흘간의 시간에 대한 높은 만족감에 대해서 내가 새삼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다만, <사람과 인형 프로젝트 in 화천>에 참여하면서 내가 개인적으로 느낀 것 하나는 말하고 싶다. 우리가 본질에 관한 질문들을 멈추지 않을 때 오히려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 지역민들과의 접촉, 인형 제작 과정의 공유, 공연의 완성에 이르기까지, 이번 프로젝트는 사실 연극은 무엇인가? 사람들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가? 극단은 왜 존재해야 하는가? 예술가는 무엇을 하는 존재인가? 우리는 왜 연극을 하는가? 사람들과 만난다는 것은 무엇인가? 예술은 무엇인가? 무엇으로 사람들을 매혹할 것인가? 등의 본질에 관한 무수한 질문들 위에 서 있었다. <사람과 인형 프로젝트 in 화천>은 이렇게 일단락되었으며,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다. 그 소중한 질문들과 함께.

 

 

 





사람과 인형 프로젝트
기간 : 2010년 11월 30일 ~ 12월 11일
발표 : 12월 11월 저녁 6시, 화천산천어축제점등식 행사
장소 : 화천공연예술텃밭, 화천청소년수련관
주관 : 스너프 퍼펫, 공연창작집단 뛰다 
주최 : 공연창작집단 뛰다
후원 : 강원문화재단


창단 10년째인 공연창작집단 뛰다는 올해 강원도 화천으로 이주해 세 가지 실천이념을 실행 중에 있습니다. ‘진화하는 연극’, ‘저항과 치유의 연극’, ‘공동체 중심의 연극’이란 세 가지 방향성이 뛰다의 앞으로의 10년을 움직이게 할 힘입니다. 뛰다는 특유의 광대 메소드, 인형과 가면 등을 통해 독특하며 실험적인 창작 연극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호주의 스너프 퍼펫은 연출 및 인형 제작사 앤디 프레이어가 대표로, 거대 인형 야외 퍼포먼스를 주로 작업해 오고 있는 단체입니다. 싱가폴, 호주, 대만, 일본 등지에서 지역 주민들과 함께 하는 인형 퍼포먼스를 2000년대 지속적으로 해 왔으며, 우리나라에도 방문한 바 있습니다. 스너프 퍼펫이란 이름이 시사하듯, 잔혹한 느낌이 들기도 하는 환상적이며 투박한 이미지의 인형이 인상적이며, 유쾌한 난장에 가까운 퍼포먼스를 벌이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필자소개
엄현희. 77년생. 한예종 연극원 연극학과 전문사 과정에 재학 중 <연극평론>을 통해 등단, <컬처뉴스>, <공연과 리뷰>, 경기문화재단 전문가 모니터링 활동 등을 통해 비평 작업을 해오다가 아기를 낳은 후 <‘해체’로 바라본 박근형의 연극세계> 논문으로 졸업한 후, 공연창작집단 뛰다의 단원으로 들어가서 단원들과 함께 강원도 화천으로 이주함. 현재 극단 일을 열심히 배우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