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4. 10. 08:31ㆍ07-08' 인디언밥
도반이라는 이름을 공연스케쥴 리스트에서 보았다
- 조이엄
- 조회수 703 / 2008.08.25
도반이라는 이름을 공연스케쥴 리스트에서 보았다, 이름은 그럴 둣 했다. 리허설에 가면 만나게 되겠지 리허설에는 하얀얼굴에 안경을 쓴, 조금 큰 키에 마른 체형의 누가 보아도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 청년이 리허설을 하고 있었다. 가냘픈 사랑노래, 이런거 부르면 어울리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도반, 도반이라, 무슨 이름일까 본명은 아닐테고.
공연을 지켜봤다.
나는 마치 서울하늘처럼
매캐한 걸음을 휘청이고
오늘도 도시는
그 잿빛 입술 사이로
나를 지그시 물고
하루만큼을 피워낸다 나는
그만큼 도 사라진다 검은
연기가 날린다
나는 마치 서울하늘처럼
아니 그저 나는 서울 하늘이다
서울하늘,
이 곡의 가사를 곱씹는다. 지쳐있는 나에게 위로는 고개를 들고 올려다 볼 수 있는 저 하늘이다. 하지만 나는 내 머리위의 하늘처럼, 휘청인다. 위로가 되지 않는다. 나의 걸음은 매캐하다, 회색하늘과 나의 휘청이는 걸음과 나를 물고 놓지 않는 이 모호한 도시는 연기를 뿜어낸다. 그 연기는 매일 매일 나타나고 사라진다, 다름도 없고 변함도 없다. 그리고 나는 결국 그 도시와, 그 서울 하늘과 하나가 된다. 고요하고 진지하게 깔리는 아르페지오 위로 도반은 이 의미들을 풀어낸다. 이 젊은 스무살 중반의 대학생에게서 어떤 외로운 선지자의 아우라를 느낀다. 이천년대의 감성이 아니다, 신기하기도 하고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겠지만 나는 그저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그대 한 그루 활엽수여
그 둥근 잎새같은 마음으로
나를 안아주오
뾰족한 아픔들이 돋아나네
뾰족한 아픔들이 자라나네
그대여 더 늦기 전에
활엽수,
어떤 상처를 이야기 하고 싶은 걸까, 어떤 위로를 원하는 걸까. 언제나 푸르게 보이는 활엽수에게 기대고 싶은 마음은 과연 어떤 것일가. 둥근 마음과 뾰족한 아픔들이 새롭게 시작되고 또 부딛히며 상충한다.
도반은 단지 노래를 하지도 않고 단지 시적 은유들이 어우러진 표현들을 단순히 읊지도 않는다. 도반의 가사는 껄끄럽지도 않으며 지극히 귀에 잘 들어오고 동시에 그 멜로디 또한 독특하며 익숙하지만 기억에 남는다. 하지만 동시에 곱씹고 곱씹어 볼 만한, 하나의 문학 작품으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어떤 시인이 그랬었나, 대중음악의 가사의 수준은 시의 그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것이라고.
어느 부분에서는 틀리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많은 대중들에게 생각을 필요로 하는 종류의 가사는 대중적으로 느껴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하지만 대중음악에는 여러 종류가 있고 그 안에는
이 뮤지션의 값어치를 감히 이야기해볼까, 그 값어치는 돈으로 매길 수 있는 것이 당연히 아니겠지만 이 뮤지션이 해오고 있는 작업은 앞으로도 계속 되어야 하고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의 마음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도반은 분명히 숨어있는 보석같은 존재라고 말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우리 모두가 공감하는 일상생활의 이야기들을 재치있게 풀어내기도 하는 도반의 곡 하나를 소개하고 마무리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너무나 공감하는, 하하.
밤에 먹으면 안 되는걸 알지만
내일 아침에 일어날 일을 알지만,
어쩔 수 없어
오늘 밤엔 너구리
뭐 다들 몰라서 그 따위로 살겠어
그런 거지 뭐
어쩔 수 없어
오늘 밤엔 너구리
오늘 밤엔 너구리,
보충설명
뮤지션 릴레이로 연재되는 인디투인디가 지난호 연재를 쉬었습니다. 양해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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