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4. 10. 08:33ㆍ07-08' 인디언밥
미내리표 록큰롤
- 한강의 기적
- 조회수 450 / 2008.09.25
음악에 대해 글을 쓰는 것은 건축에 대해 춤을 추는 것과 같다고 누가 말했던가. 말로 설명할 수 없기에 음악으로 표현하는 것 일 텐데 막상 음악에 대한 글을 쓰자니 막막하다. 게다가 그 대상이 미내리와 같이 에너지 넘치는 밴드라면 더욱 그러하다. 어설픈 문장이 가져올 미내리에 대한 오해를 무릅쓰고도 글을 쓰는 이유는 오직 미내리의 음악을 접하지 못한 누군가가 이 글을 읽고 그들의 음악을 들어보았으면 하는 작은 바람 때문이다. 따라서 이 글은 비평이 아닌 소개 및 감상으로 받아들여주길 바란다.
미내리는 2006년 6월에 결성되었다. 이후 몇 번의 멤버 교체를 겪은 뒤 현재 라인업은 리더 임정규(기타/보컬), 기린(베이스) 그리고 지난 8월에 새롭게 합류한 홍경호(드럼)로 고정되었다. 밴드명 미내리는 리더 임정규의 고향 충청북도 충주시 엄정면 미내리에서 따 온 것이라고 한다. 이들은 홍대 클럽씬에서의 활발한 공연을 바탕으로 지난 2007년에는 쌈지 사운드 페스티벌 숨은 고수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높은 볼륨의 기타 리프를 차분히 흐르는 베이스가 잡아준다. 그 위에 미내리 특유의 훅이 얹어지면 미내리표 록큰롤이 완성된다. 재미있는 것은 미내리의 음악이 단순히 특정한 스타일의 로큰롤을 답습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8,90년대 미국 인디록에 특별한 애정을 갖고 있는 임정규의 음악 취향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또한 플라워 제너레이션 등 자기가 태어나기도 전 시대의 음악을 유난히 좋아하는 기린의 독특한 스타일도 이에 한 몫 한다. 개인적으로는 미내리의 음악이 록큰롤 형식으로 표현된 8,90년대 미국 인디록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Hüsker Dü의 'Could You Be The One?'을 흥얼거리는 록큰롤러라니! 흥미롭지 않은가?
음악은 좋아하지만 라이브 클럽이 어색한 이들도 있을 것이다. 다행히 미내리의 음악은 공연장에서만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2007년 미내리는 5곡이 들어있는 EP <Paintbox>를 발매했다. 겸사겸사 오랜만에 미내리의 EP를 꺼내 들어본다. 첫 곡은 한 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기타 리프가 담긴 미내리의 주제가 ‘Rock N Roll Time’이다. 이어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 ‘Don't Touch Me’가 흘러나온다. 인디팝과 로큰롤이 이토록 사이좋게 어우러진 적이 있던가. 세 번째 곡은 미내리 특유의 훅이 인상적인 ‘Paintbox’이다. 영미권 어딘가에서 나왔다면 히트 차트에 오를 법도 한데 아쉽게도 우리나라에선 아직 그럴 기미가 없다. 거칠지만 서정적인 ‘Silk Light’을 지나면 라이브의 마지막을 장식하곤 하는 'Long Song'이 EP를 마무리한다. 라이브에서 ‘Long Song’의 러닝타임은 뒤에 팀이 얼마나 남았느냐에 달려 있지만 EP에서는 10분간 서서히 타올랐다가 아름답게 사그러진다.
현재 미내리는 2009년 초중순 발매 예정으로 정규 앨범을 작업하는 중이라고 한다. 그 밖에도 꾸준히 홍대 인근 클럽에서 공연을 하고 있으니 미내리의 음악을 경험해 보지 못한 이들은 주말에 시간을 비워두고 공연장에 가보도록 하자. http://cafe.naver.com/mineri 에는 미내리의 공연일정, 사진, 영상 등이 있다. 해결되지 않은 궁금증은 이곳에서 풀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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