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4. 10. 08:36ㆍ07-08' 인디언밥
[인디투인디]말없이 달리고 뛰고 점프하고 색칠하고 소리 없이 외쳐대는 머머스룸
- 깜악귀
- 조회수 465 / 2008.12.18
하고 있는 밴드의 성향상, 내가 노이즈 사이키델릭을 좋아한다고 말하면 미심쩍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다. 그것도 일리 있는 것이 내 밴드에는 한번도 피드백 노이즈를 사용해본 적이 없고 하지만 “하고 있는 음악”과 “좋아하는 음악” 사이에는 항상 미묘한 차이가 있기 마련이고, “좋아하는 음악”과 “종종 듣는 음악" 사이에도 미묘한 차이가 있는 법이다.
본인의 기준으로 노이즈 사이키델리아를 두 종류로 나눈다면, 그것은 시규어 로스 풍의, 조용하고 사운드 아트 성향의 내면 침잠의 세계이고, 다른 하나는 좀 더 광폭하고 털털한, 하드록의 영향을 보다 직접적으로 받은) 종류다. 둘 다 하고 싶은 말이 꽤 많고 ‘동시에 말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대체로 언어(가사)라는 방식을 취하지 않는다는 인상이지만 그 장르의 세계관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나는 보통 후자 쪽의 청취자다.
사실 클럽 공연을 일부러 보러 다니지 않게 된 지 조금 되었다. 그런 내가 왜 머머스룸을 릴레이의 다음으로 선택했는지 잘 생각이 나지 않았는데 퍼뜩 떠올려보니 이 밴드의 드러머와 술자리에서 마주할 일이 있었던 기억이 난다. 그는 내가 하는 밴드의 활동 초기(벌써 몇 년이나 지났다)를 기억하고 있었고 심지어 이제는 시장에서 구할 수 없게 된 앨범의 곡 이름도 알고 있었다. 심지어 잊고 싶은 기억도 되살려놓았다. (“그 때 머리에 더러운 띠를 감고 공연하신 일이 있지요?”)
그 보답(보복)으로 머머스룸을 선택한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지난 번 사이키델릭 팩토리라는 기획 공연에서 한 무대에 설 기회가 있었는데, 드럼을 제외한 멤버들 모두가 관객에게 등을 돌리고 연주하는 모습이 꽤 인상에 남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 때는 다음 공연을 준비하느라 제대로 연주를 감상할 수 없었는데, 이번에는 어떤 밴드인지 제대로 들어보고 싶다
- 그런 마음이 있었다.
어쩌면 12월 7일 일요일, 그날 눈이 내렸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모르겠다. 기억이란 되살려보면 다 그렇게 이런저런 설명이 찾아지는 것이다.
클럽 ‘빵’에 도착하자 이미 셋 리스트 중 세 번째 곡이 연주되고 있었다.
‘머머스룸’의 사운드는 하드록 사운드에 단단히 기초해 있고, 변화구라기보다 특유의 무빙이 있는 직구에 가깝다. 어디에 날아와 꽂힐지는 알고 있지만 그 궤적은 은근히 스트레이트하지 않다. 조용한 피드백 사운드를 씨줄과 날줄로 얽어 직물로 짜 올리는 것보다는, 말없이 달리고 뛰고 점프하고 색칠하고 소리 없이 외쳐댄다.
노이즈 사운드의 공통점은 어떤 종류 건 간에 무대 위에 흔적이 남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순간에 짜올려진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순간순간에 긴박하다. “벙어리의 외침”이랄까, 말 없는 절박함, 노이즈가 침묵을 아우르는 이런 종류의 음악의 방법론이다.
이들의 두 번째 곡(빵 사장 아저씨의 말에 의하면 전체 4번째 곡)은 훌륭했다. 올해 라이브로 들은 국내 밴드 최고의 공연이었다. 물론 내 기준이긴 하지만.
세 번째 곡은 … 눈 내리는 날에 어울리게도, 피드백으로 감싸인 아르페지오가 클럽 빵을 채우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리고 드럼은 템포를 유지한 채 약진하다 하강하고 약진하다 하강하고를 상쾌하게 반복한다.
나는 노이즈 사이키델리아를 ‘그 음악에 마구 집중해가며’ 듣는 것이 올바른 청취방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음악을 듣는 순간에 ‘딴 생각’을 하는 것이 올바른 청취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이미지가, 어떤 심상이, 어떤 생각과 이야기가 떠오르느냐가 그 음악의 좋고 나쁨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뭐, 하여튼 좋았다는 이야기다.
“요즘 점점 멋있어지는 것 같아.” 이건 빵 사장님 말이고.
“와 오늘 우리 잘 못했는데 하필 오늘 보러 오셨어요?”
이건 머머스룸 드러머님의 말이다.
좋았다. 그랬다는 이야기다.
보충설명
12월 7일 클럽 빵
머머스룸의 공연
'07-08' 인디언밥' 카테고리의 다른 글
<Sketch Book> 물레아트페스티벌 2007 (0) | 2009.04.10 |
---|---|
한국독립애니메이션계의 무림일검 - 장형윤 감독의 작품 관람기 (0) | 2009.04.10 |
동네 인디는 무엇으로 사는가 - 인디 10년, 홍대만 있었던 게 아니다 (0) | 2009.04.10 |
다원예술 비평은 존재하는가? - 다원예술 비평포럼에 다녀와서 (0) | 2009.04.10 |
인디투인디 릴레이리뷰 - 미내리표 록큰롤 (0) | 2009.04.10 |
인디투인디 릴레이리뷰 - 한강변에서 한강변을 노래하는 “한강의 기적” (0) | 2009.04.10 |
인디투인디 릴레이리뷰 - 도반이라는 이름을 공연스케쥴 리스트에서 보았다 (0) | 2009.04.10 |
인디투인디 릴레이리뷰 - 수줍은 소년 이 재 철 (0) | 2009.04.10 |
인디투인디 릴레이리뷰 - 신재진 그는 Deluxe Man (0) | 2009.04.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