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클럽 타 7주년 기념 페스티벌 - 홍대앞 라이브 클럽의 부흥을 위하여

2013. 6. 5. 09:43Review

 

홍대 앞 라이브 클럽의 부흥을 위하여

- 클럽 타 7주년 기념 페스티벌

 

글_나그네

 

 

  눈이 부시게 내리쬐는 태양과 그 속에서 잠시 쉬어 갈 그늘을 만들어주는 파릇파릇한 나뭇잎들을 보니 이젠 정말 여름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새로운 계절이 오고있음은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의 옷차림을 통해 쉽게 알 수 있다. 더운 날씨에 솔직하게 반팔 차림으로 나온 사람들도 있고, 아직은 아침 저녁으로 쌀쌀한 날씨에 가벼운 외투를 걸치고 나온 사람들도 있고. 그렇게 이것저것이 혼용되어 있는 봄과 여름의 사이에, 홍대의 한 라이브 클럽에서는 옷차림은 제각각일지언정 우리들의 마음 만큼은 하나로 아우를 수 있는 축제가 열렸다. 지난 5월 31부터 6월 2일까지, 클럽 '타'가 올해로 7주년을 맞이한 것을 기념하여 작지만 강한 페스티벌을 기획한 것이다.

  

 

  라이브 클럽이 기획하여 진행되는 공연을 가면, 유난히 관객들과 아티스트들 간의 교감이 강하게 나타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특히 그 공연이 깊은 의미를 담고있는 때에는 그 교감의 정도가 더 강하게 나타난다. 이번 클럽 타 7주년 기념 페스티벌에 갔을 때도 "아, 전에도 이런 광경을 본 적이 있지" 하는 생각이 들었으니 바로 "클럽 쌤 고별 공연"과 "바다비 네버다이 공연" 이다.

 

 

  2년 전 요맘때쯤, 수많은 인디 뮤지션의 보금자리가 되어주었던 클럽 '쌤'이 약 10년에 걸친 역사를 뒤로 하고 문을 닫게 되었고, 이에 클럽 쌤에서의 추억을 담고 있는 38여 팀의 뮤지션들이 4일에 걸쳐 고별 공연을 한 적이 있었다. 뮤지션들은 평소와 같이 그들의 음악을 열정적으로 들려주었지만, 모두들 어딘가로부터 올라오는 뜨겁고 무거운 마음을 숨기지 못 했었다. 그들은 쌤에서의 추억을 이야기하며 자신들의, 또 이 공간에서의 기억을 회상하기도 하였고,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못하여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아티스트가 그 공간에 갖는 애정이 각별한 만큼, 관객들 역시 그들과 한 마음이 되어 함께 지난 추억에 잠기기도 하였고 눈물도 흘렸다. 아무런 동행도 없이 혼자 그 공연에 갔고, 처음 보는 뮤지션도 있었지만 그 순간 만큼은 나와 그 공간에 함께 한 모든 이들이 한 가족인 것 같이 느껴졌었다.

  그리고 바로 그해 가을, 또 한 번 그런 강한 유대감을 느낀 적이 있으니 바로 '바다비 네버다이' 공연이다. 주인장인 우중독 보행이 뇌수술을 하게 되고, 바다비가 폐관 위기에 처하게 되면서 뮤지션들이 자발적으로 모금 공연을 펼친 것이다. 홍대 인근에 자리하고 있는 공연장들에서 열흘 간 약 130여개 팀의 뮤지션들이 공연을 하였고, 수많은 음악 팬들이 아무런 금전적 보상에 대한 요구 없이 공연의 기획, 홍보, 운영 과정 전반에 걸쳐 자원 활동가로 나서주었다. 공연이 기획된 것은 공연장 '살롱 바다비'와 주인장인 우중독 보행을 지키기 위함이 가장 큰 이유였지만, 나아가 홍대 주변의 생태계가 변화함에 따라 라이브 클럽들이 사라지고 문화적인 요소가 위협받는 상황으로부터 자신들의 문화를 지키기 위함이기도 하였다.

 

(출처 : 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3563367&cloc 

중앙일보 기사)

 

  현재 홍대 주변에는 약 20여개에 이르는 라이브 클럽 공연장이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홍대 클럽'이라고 하면 밴드 공연을 볼 수 있는 클럽을 떠올리는 이들보다, 댄스 클럽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뿐만 아니라 홍대의 랜드마크로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해주었던 리치몬드 과자점이나 레코드 포럼이 폐쇄되고 그 자리에 커피 체인점이나 패밀리 레스토랑이 들어오면서 '홍대앞'이 가지고 있던 고유의 독자성이 무너져가고 있는 것이 참 안타깝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클럽 타 7주년 기념 페스티벌'은 뮤지션들에게, 그리고 음악 팬들에게는 진정한 축제의 장일 수 밖에 없었다. 클럽 '타'는 밴드 와이낫이 운영하고 있는 바(bar) 식 공연장으로 다른 공연장에 비해 더 아늑한 분위기를 자랑하고 있는 공간이다. 위의 지도에서 볼 수 있듯이 여러 공연장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내가 가장 애정하는 공연장 중 하나가 바로 클럽 '타'이다. 무대의 높이가 없어 관객과 아티스트가 같은 눈높이에서 함께 음악에 열광할 수 있다는 점이 그 첫 번째 이유이고, 공연을 보다가도 언제든 목을 축일 수 있는 맛있는 칵테일을 즐길 수 있는 예쁜 바가 있다는 것이 그 두 번째 이유이고, 어쿠스틱 밴드부터 하드코어 락 밴드, 그리고 새벽에는 디제잉까지.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그 마지막 이유이다.

 

출처 : 라이브클럽 타 홈페이지, http://cafe.daum.net/liveclubta/

 

출처 : 라이브클럽 타 홈페이지, http://cafe.daum.net/liveclubta/

 

  앞에서 소개했던 "클럽 쌤 고별공연"과 "바다비 네버다이 공연"은 조금 안타까운 사연에서 공연이 기획된 것이라면, 이번 "클럽 타 7주년 기념 공연"은 축하할 만한 일을 두고 공연이 기획 되었다는 점에서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공연장을 찾을 수 있었다. 공연에 참여하는 한 팀의 티켓값으로도 부족할 금액으로 3일 동안 너무도 굉장한 아티스트들의 공연을 볼 수 있게 되었으니, 점점 치솟아가는 페스티벌 티켓 값에 지난 봄 무수하게 열렸던 페스티벌 중 한 군데도 구경을 못 갔던 음악 팬들에게는 더욱 더 뜻 깊은 축제가 되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레이지본, 넘버원코리아, 킹스턴 루디스카, 데이브레이크

  공연에 참가한 팀들은 모두 클럽 타의 7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그 어느 때보다 열정적인 공연을 보여주었다. 특히 이제는 라이브 클럽 공연보다는 주로 아트센터나 올림픽 경기장에서 공연을 하고 있는 팀들도 이 작은 클럽의 뜻 깊은 날을 잊지 않고 무대에 올라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홍대라는 곳이. 그리고 라이브 클럽 공연장이라는 공간이 아티스트들에게는 고향과도 같은 느낌을 주고 있으며, 그들이 아티스트로서 한 걸음 더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준 참 의미 있는 곳이라는 걸 새삼 또 느끼게 된 것 같다.

 

김장원(데이브레이크 건반) : 클럽 '타'. 데이브레이크에겐 너무 고마운 곳입니다. 설 무대가 없을 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반겨주는 곳. 앞으로도 쭉 영원할겁니다. 고맙습니다.

 

  금요일 밤부터 주말까지, 홍대 인근은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하지만 이제는 지도가 없으면 공연장을 찾아보는 것도 힘들게 되어버린, 또 하나의 상업적 공간으로 변모해버린 이 홍대라는 공간에서. 여전히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라이브 클럽들이 한 해 한 해 차곡히 나이가 들어가고, 그 공연장을 시작으로 점점 발전해나가고 있는 아티스트들이 한둘씩 빛을 보고 있는 지금. 홍대의 문화적인 독자성이 다시 한 번 부흥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그리고 아티스트뿐만 아니라 음악 팬들에게도 정말 소중한 공간으로 7년이나 함께 해 온 '클럽 타'의 7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8주년이 되는 해에 또 한 번 웃으며 기쁨을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