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제1회 인천국제비엔나소시지영화제>, 응답하라 1957, 추억의 미림극장 나와라 오바.

2015. 12. 16. 12:42Review

 

응답하라 1957, 추억의 미림극장 나와라 오바.

-<1회 인천 국제 비엔나소시지영화제>

 

글_박지혜

 

인천에서 몇 군데 남지 않은 극장 중 하나인 미림극장은 인천 동구에 소재하고 있다. 내가 그 땅을 밟은 건 거의 이 십년만인 것 같다. 나의 어린 시절이 곳곳에 베어있는 동구에 추억의 장소 중 하나인 이곳은 1957년에 천막극장을 시작으로 2013년에 실버영화관 추억극장 미림으로 탈바꿈 되었다. 굳이 추억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아도 이미 이곳은 많은 이들에게 추억의 극장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대형극장들에 밀려 사람들에게 점점 잊혀지게 된 미림극장은 그마저도 어려워지는 경제난으로 폐관위기에 처해지게 되었다. 그리고 바로 이곳에서 인천의 젊은 예술가들이 뭉쳐 영화제를 열게 된다. 추억이라는 이름을 가슴에 안고 저 먼 나라 비엔나를 꿈꾸며...

 

C급영화의 반란

이들은 스스로를 C급영화라 지칭하고 있다. 어느 영화제에 내보낼 수도 없고, 내보내봤자 불러주지도 않을 그런 C급영화들이지만, 영상을 찍어는 놨기에 그저 우리끼리라도 즐겨보자라는 뜻에서 영화제를 개최하게 된다. 올해로 1회를 맞이한 <인천국제비엔나소시지영화제>는 개막식과 동시에 폐막식을 하며 이 폐막식이 마지막이 될지 계속 이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한다. 이름 또한 독특하다. 비엔나소시지라...이름만 들어도 군침이 도는데, 영화 상영내내 실제로 소시지냄새가 관내를 장악하고 있었다. 추억의 극장 컨셉답게 간식파는 사람도 상영 중간 중간 돌아다니며 간식을 팔았다. 사람들은 영화를 보며 맥주를 마시고, 음식을 먹었다. 다른 영화제에서는 볼 수 없는 낯선 풍경들에 이들의 색다름을 옅볼 수 있었다 

 

 

 

예술의 영역을 판가름해보자는 것은 아니다. 상업영화와 독립영화의 구분을 떠나 B급도 아닌 스스로를 C급으로 분류해 놓은 이들의 영화를 예술영화로써 어느 한 장르에 구분해보자는 것도 아니다. 어디까지가 예술이고, 어디까지를 예술이 아니다로 구분할 수 있겠는가? 전형화된 시나리오 작법에서 벗어나 그저 만들고 싶어서 만들어진 이 영화들은, 신선하다. 독립영화도 아닌 날 것 그대로의 영화라고 보면 좋을 것 같다. 작가가 품고 있는 의문에 여러 가지 각종 야채들과 조미료 등을 섞어 아주 맛있게 잘 만들어진 영화가 아닌, 그저 그 의문을 날 것 그대로 던지며 놀면서 만들어진 놀이 같은 영화들인 것이다.

 

놀이로써의 영화 

이들의 영화에 ?’라는 의문점을 드는 것은 옳지 않다. 그들은 그저 만들고 싶었을 뿐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이 영화제에 참여한 감독들 대부분이 영화를 전공하거나 감독에 꿈이 있거나 영화 현장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시각 디자인 같은 예술 하는 사람들로 구성되어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어쩌다 만들어 놓은 영상들을 상영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인지 영화의 대부분은 판타지적인 요소들이 강했다. 특히 욕망적인 부분들이 많이 보였다. 이들 대부분은 과 관련된 주제들이 많았는데,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이 영화제가 추구하는 주제가 이었나 싶을 정도로 눈에 띄게 많음을 볼 수 있었다 

 

우리는 누군지도 모르는 어떤 남자의 은밀한 그곳 중 한 곳을 들여다봐야했다. 거기에는 어떠한 대사도, 자막, 음향효과, 조명, 특수한 영상도 일체 없었다. 그저 그곳이 살아서 움직이고 있는 날 것 그대로의 그 모습을 장장 이 십 분가량을 지켜봐야했다. 작가는 원래 한 시간이었던 분량을 사람들이 집중해서 볼 수 있을 이 십 분으로 줄인 것이라고 한다. 우리는 누군지도 모르는 그 남자의 은밀한 그곳을 궁금하지도 않고, 보고 싶지도 않은데, 장장 이 십 분이라는 시간을 지켜봐야 했을까? ‘는 없다. 그저 작가가 가진 의문을 날 것 그대로 가지고 놀면서 만들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렇다면 대체 작가의 의문은 무엇이었을까  

연인이 서로의 눈빛에 반하고...(중략) 둘만의 은밀함으로 행복해 한다.

(두 번의 회전박가인 감독)

 

 

 

그리고 우리는 애국가가 4절 내내 흘러나오는 동안 어린 소녀들이 위아래 춤을 추고 있는 모습을 지켜봐야했다. 경건한 애국가에 위아래 춤에서 가장 야하다고 생각되어지는 후렴부분의 반복적인 동작을 그것도 어린 소녀들과 유치원생 어린 여자아이들이 춤을 추는 모습에서는 마음이 아프면서도 경악되어지기까지 했다. 

괴물과 음란물 단속법인 일명 딸통법이 모든 남성들의 연인을 빼앗아갔을 때에도 그들이 좌절하지 않게 해 준 수많은 걸 그룹 소녀들에 대한 헌정이다.

(애국댄스박가인 감독)

 

 

욕망에 관한 애니메이션도 눈에 띄었다. ‘성기소년이라는 소년 앞에는 욕망이 있고, 그 욕망의 머리를 자르고 잘라내도 욕망의 얼굴은 계속적으로 다른 모습으로 자라나 결국 소년의 모습으로 그 욕망을 받아들임으로 끝을 맺는다. 이를 작가는 절망이라 표현하고 있다. 

자르고 잘라도 계속적으로 자라나는 인간 욕망에 맞서는 성기 소년의 절망.

(성기 소년의 절망김수환 감독) 

     
두 편의 중편영화 중 한 편을 살펴보면, 가슴이 하나인 소녀가 가슴을 두 개로 성형을 하기 위해 병원을 찾아온다. 가슴을 떼었다 붙였다 할 수 있는 지퍼식 가슴으로 원하는 모양으로 탈부착 가능하게 바뀌었지만, 이 가슴에서는 우유가 나오지 않는다. 의사는 우유를 가슴에 넣어주었고, 이를 실험해봄으로써 영화는 끝이 난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이 작가는 마지막 남자가 여자의 유방을 입에 무는 행위에서 사랑이라는 단어를 떠올린 것이 아닌가 싶다. 아기가 엄마의 젖을 입에 물고 사랑을 느끼듯 세상의 모든 사랑이 그런 원초적인 행위에서 시작하는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사랑이란...?
세상의 모든 사랑에 대하여... 

(가족의 탄생이동우 감독)

 

   

이 외에도 여러 편의 영화가 있었다. 영화적 기법은 화려하지 않다. 시나리오도 엉성하다. 저예산, 시간의 부족으로 급하게 만들었다는 것은 어느 독립영화들이나 마찬가지 상황이었을테지만, 이들의 영화는 순수했다. 마치 어린 아이가 흙을 가지고 토닥거리며 무언가를 만들며 노는 것처럼...

 

비엔나소시지, 비엔나를 꿈꾸다

 

비엔나소시지로 이름을 지은 것에는 별다른 의미는 없다고 한다. 이름 또한 순수함을 보인 영화제답게 단순하게 지어졌다. 오스트리아에 <비엔나국제영화제>가 있는데, 그럼 우린 비엔나소시지로 할까? 해서 지어진 이름이란다. 포스터에는 보기에도 맛있게 생긴 줄줄이 비엔나소시지들이 이를 악물고 도시를 질주하고 있다. 올해 1회를 맞이한 이 영화제는 더 이상 볼 수 있을지 없을지 그들은 모른다고 한다. 하지만 필자는 이 영화제가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상에는 다양한 종류의 영화제들이 존재한다. 그들이 말한 C급 영화제로써 남을 것인지, 새로운 다양성영화제로 탈바꿈할 것인지 정해야할 것이다. 아니, 굳이 정하는 것이 머리아프다면 그냥 그대로 있어도 좋을 것 같다. 필자는 그들이 만든 포스터처럼 그들이 앞으로 달려 나가기를 원한다. 비엔나를 꿈꾸었듯이, 맛있는 줄줄이 소시지같은 영화들을 줄줄이 달고 앞으로 힘차게 달려 나가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제 티켓은 개구리 성장과정을 묘사한 도장이었다. 개구리 알이 올챙이가 되고, 뒷다리가 생기고, 개구리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 영화제는 이제 알이 되어 세상에 나왔다. 개구리를 꿈꾸며 열심히 성장하기를 바란다. 그래서 추억극장 미림에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주길 기대해본다.

 

필자_박지혜

소개_ 시트콤같은 인생을 살고있는 창작하는 감성소녀

 


* 사진제공: 인천국제비엔나소시지 영화제

* 인천국제비엔나소시지 영화제 소개영상
https://www.facebook.com/iivf2015/videos/vb.919769084779465/926086437481063/?type=2&theater

 

 

제1회 인천국제비엔나소시지 영화제

 

2015년 12월 5일
18:30-24:00
추억극장 미림

입장료 10,000

 

상영작

애국댄스-박가인
대한늬우스-백승기
두 번의 회전-박가인
코-김재민이
2062-Karla Kracht & Andres Beladiez
성기소년의 절망-김수환
곤충소녀의 살인 일기-김찬기
가족의 탄생-이동우

 

프로그램

감독과의 대화 그리고 포옹회
능인스님의 축하공연
줄줄이 소시지 파티
DJ's-오석근 / NUKID
일일주점-주전부리 야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