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 11. 12:09ㆍReview
퓨처핸접 퍼포먼스
<연말연시>@인사미술공간
글_정은미
인사미술공간에서 <연말연시>전이 2015년 12월 18일부터 1월 17일까지 열리고 있다. 연말연시전에서는 송주호의 ‘퓨쳐핸접 – 봄의 제전 편’ 퍼포먼스와 정세영의 ‘찌를 수 없는 방향과 뜨겁지 않은 거리’, 최승윤의 ‘씬바디’ 작품이 진행되고 있다. 본 전시는 아르코 AYAF(영 아트 프론티어) 사업의 일환으로서 김정현의 기획 아래 개최되었다. 기획자의 전시 소개에 따르면, <연말연시>전은 퍼포먼스 예술 작업의 관례적 창작과 소비에 대한 의문으로 시작되었으며 미술관에서의 퍼포먼스에 대한 시선과 태도를 의식하고 그것을 비트는 작업을 하기 위하여 기획되었다. 필자가 주목한 작업은 송주호의 ‘퓨쳐핸접 – 봄의 제전 편’이다. 송주호는 퍼포머와 함께 4주동안 미술관에 상주하며 공연을 선보인다. 그는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을 두고 매주 즉흥적으로 퍼포먼스를 구성한다. 평일에는 구상 및 연습 과정이 공개되고 주말에는 평일에 구성된 퍼포먼스가 공개되는 식이다.
2016년 1월 2일 토요일 4시 인사미술공간 2층. 전시장의 공간 구성은 독특하였다. 하나의 공간은 작은 방들로 나뉘어져 있지만 크게 뚫려 있었다. 그 중 한 방에 몇 개의 블록을 쌓아 만든 관객석이 마련되어 있었다. 관객석을 마주하는 방에서 <연말연시>라는 단편 영화가 상연되었다. 영화는 홍상수 감독 특유의 사실적임이 그대로 배어있었다. 현지예 퍼포머는 홍상수 영화 속 여주인공이 되었다. 홍상수의 영화를 볼 때 그러하듯, 나는 술자리 구석에서 자리해서 아무 생각 없이 옆 사람들의 대화 장면을 바라보는 것처럼 그렇게 앉아 있다고 느꼈다. 영상이 끝나고 하얀 연기가 천장을 가득 메운 뒤, 송주호, 현지예 퍼포머가 등장하였다. 하지만 그들이 퍼포먼스를 끝내고 그들의 겉을 떼어내기 전까지 나는 그들이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각자의 하얗고 커다란 큐브 속에서 두 퍼포머가 춤을 추었다. 춤을 춘다고 말할 수도 없었다. 그 속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과 함께 큐브의 쿵쾅거리는 소리가 섞여들었다. 두 개의 큐브, 아니 두 퍼포머는 서로의 몸을 부딪히며 소리를 내었다. 서로의 기분을 좋게 해달라는 요구, 큐브의 부딪힘과 점프, 각기 다른 공간으로의 이동, 큐브의 찌그러짐, 관객을 향한 절 등과 같은 것들이 공간에서 이뤄졌다.
송주호는 그의 작가노트에서 많은 무용 안무가들에 의해서 재해석되고 있는 발레 ‘봄의 제전’에 대한 그의 갈망을 밝히고 있다. 니진스키가 안무하고 이고르 스트라빈스키가 음악에 참여한 작품 <봄의 제전>은 1913년 5월 29일 파리 샹젤리제 극장에서 초연되었다. 본 작품은 기존 발레의 어법에 구속되지 않는 모던발레의 시초로 평가받았으며, 현대무용 그리고 한국창작무용까지 장르를 초월하여 재안무, 재해석 되어지고 있는 작품이다. 특히 이 작품은 관람객에게 충격과 경악을 던진 일화로 유명하다. 무용과 음악 양면에서 관객들은 충격과 불쾌감을 느꼈으며 욕을 하고 소리를 지르며 소동을 부렸다고 한다. 당시에는 야만적인 춤과 파괴적인 음악이라는 비판과 더불어 찬사를 함께 받았다. 봄의 제전에서 처녀는 공포 속에서 희생의 춤을 추며 흥분의 절정에 이르게 되어 마침내 숨을 거두게 된다. (옹영신, 대한무용학회 66호 「봄의 제전을 통해 본 변화하는 몸의 담론」, 108, 111쪽 참조) 영화 샤넬과 스트라빈스키(Coco Chanel & Igor Stravinsky, 2009)의 초반부에는 당시의 상황이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극중 니진스키는 무용수에게 전율할 것을 주문한다. 실제로 니진스키의 봄의 제전에서 무용수는 본능에 사로잡힌 채 몸을 움직인다. 여기, 송주호가 주목하는 신들린 듯한 연기, 즉 빙의에 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송주호는 그의 퍼포먼스를 통해서 ‘컨템포러리 하게 빙의’하기를 시도하였다. 니진스키의 ‘봄의 제전’은 베자르, 프렐조카주의 봄의 제전으로 이어졌고 <연말연시>전을 통해 송주호의 봄의 제전으로 계속되고 있었다.
다시 돌아가서, 미술관에서 퍼포먼스가 행해지는 것에 대한 비틀기로부터 시작된 본 전시에서 송주호의 비틀기는 어떤 식으로 이루어졌는가를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니진스키의 봄의 제전은 당시 기존 발레의 전형성을 무너뜨리면서 인간 내부의 공포, 불안, 황홀경을 표출하였다. 하지만 이 같은 요소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또 하나의 전형으로 자리하게 되었다. - 획일화시키기에 무리가 있지만 – 우리는 현대무용을 관람하면서 그 원초적임과 자유분방함 그리고 함께 따라오는 난해함에 더 이상 물음표를 그릴 수 없다. 위의 특성은 관객에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것으로 정립되었다. 여기서 한 발짝 나아가 송주호는 불편함에서 자연스러움으로 고착화된 퍼포먼스 위에 다시 물음표를 그려 넣는다. 퍼포머는 홍상수 영화 속 여주인공으로 빙의되어 네모난 스크린 속에 들어가 있었으며, 이후 매캐한 연기로 요술의 분위기를 조성한 채 등장한 퍼포머는 다시 네모난 하얀 상자 속에 들어가 있었다. 그들이 자유롭게 몸을 움직였는지, 동일하게 짜여진 안무 동작을 하였는지, 상자만을 붙들고 요란하게 소리를 내었던 것인지 알 수 없다. 송주호의 퍼포먼스에 대한 물음표가 언젠가 다시 자연스러움으로 이어진다면 이 퍼포먼스는 미래완료(future perfect)형 성공작이 아닐까. 그리고 퓨쳐핸접(future hands up)할 수 있지 않을까. ■
*사진제공_인사미술공간 + 연말연시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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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_정은미
소개_내가 누군지 글로 짓고 있는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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