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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프로젝트 잠상 <도시내시경 : 안산>
여기가 어디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 프로젝트 잠상 2013 안산 국제거리극축제 글_정진삼 1. 지난 5일에 막을 내린 제9회 안산 국제거리극 축제에서는 주목할 만한 시도가 있었다. 새로 구성된 제작자들과 선정된 예술가들이 안산을 주제로 “거리예술 크리에이터” 라는 창작 프로그램을 진행한 것이다. 극장예술 분야에서 제작 시스템이 자리 잡으니, 이제 거리예술분야에서도 제작 형태의 작품생산체계를 구축하려는 모양새다. 그러한 시도 가운데 눈길을 끈 작품이 바로 축제의 한 구역을 전시공간으로 꾸민 프로젝트 잠상의 이다. 이들은 축제에 참여하는 지역민을 대상으로 하고, 그 지역의 스토리를 바탕으로 작품구성을 한다는 점에서 커뮤니티적 속성과 특정-장소성을 지니고 있다. 또한, 시각예술을 바탕으로 한 멀티-미..
2013.05.12 -
[리뷰] 싸이키델릭 팩토리- 꿈의 설계도 @벨로쥬
싸이키델릭 팩토리- 꿈의 설계도 @벨로쥬 꿈을 완성하다! 글_나그네 어릴 적에 1년 열두 달을 계절 별로 나누어보고는 했다. 6월부터 8월까진 여름, 9월부터 11월까진 가을, 12월부터 2월까진 겨울, 그리고 3월부터 5월까진 봄_ 지금은 4월. 어릴 적 만들곤 했던 계절력에 따르면 지금은 봄의 한가운데에 있어야 하는 때인데, 아직도 아침과 저녁으론 바깥 공기가 쌀쌀하다. 봄을 잃어가는 것에 대해 상심하는 우리들을 달래기라도 하는 듯, 그 날은 봄비가 내렸다. 이 봄비가 내리고 나면 세상에 나와도 되는건지 아직은 아닌건지 헷갈려 하던 꽃들도 한둘씩 얼굴을 내밀겠지, 하는 들뜬 마음에 내리는 비와 찹찹한 공기 마저도 봄의 잔치로 느껴진 4월의 한 토요일. 싸이키델릭 팩토리의 여섯 번째 공연을 보러 카페 ..
2013.04.17 -
[리뷰]시야를 벗어난 맨발의 여인 <열녀춘향>
시야를 벗어난 맨발의 여인 김현탁 재구성, 연출/ 극단 성북동 비둘기 글_김송요 춘향이 하면 항상 남원 미스 춘향 대회가 먼저 생각납니다. 초등학생 때, 미스 춘향 대회에 나왔던 언니들이 예뻐서 넋을 놓고 봤었거든요. 지금 생각해 보면 춘향이 대회가 곧 미인대회라는 것이 영 이상하다 싶습니다. 왜, 라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보면 주인공이 고추총각 대회에 나가서 올해의 고추총각이 되기 위해 매운 고추를 생으로 우걱우걱 씹어 삼키는 장면이 나와요. 아니 고추총각이 고추를 꿀떡꿀떡 잘 먹으면, 나쁠 거야 없지만… 고추를 잘 먹는 게 고추총각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일은 아니잖아요. 춘향이를 외모 보고 뽑는다는 것도 고추 잘 먹는 고추총각을 뽑는 거와 다를 바 없다 싶었습니다. 춘향이가 예쁘니까 몽룡이와 사랑을 ..
2013.04.15 -
[리뷰] 그린피그 <원치않은, 나혜석> 난 술먹었나, 떡 먹었나
그린피그 난 술 먹었나, 떡 먹었나 김민승 작 / 윤한솔 연출 @인천아트플랫폼 C동 공연장 글_김해진 1. 친구가 물었다. ‘어려워. 화자가 누구야?’ 을 함께 본 친구가 내게 물었다. ‘어려워. 화자가 누구인 거야? 노라인 건가?’ 질문을 듣고 보니 ‘아, 그 부분이 헷갈릴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사실 화자가 누구인지는 눈여겨 보지 않았었다. 다만 이 나혜석이 그 나혜석을 찾고 있지만 저 나혜석이 그 나혜석인지 혼란스러워한다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그러니까 화자는 떠도는 무엇, 떠도는 누구이다. 화자는 현재를 떠도는 나혜석 본인이면서 동시에 나혜석으로 분장한 탐험가이기도 한다. 무대에는 에이포 용지들이 질서정연하게 놓여 있는데 그건 나혜석 관련 논문과 책에서 복사한 것들이다. 나혜석의 자화상에서 ..
2013.04.12 -
[리뷰] 콘서트<이야기 해주세요> "잘 들리게, 모두 들을 수 있게"
'위안부' 피해여성들을 위한 외침과 속삭임 그 두 번째 이야기, 콘서트 "잘 들리게, 모두 들을 수 있게" 글_나그네 '위안부' 피해여성들을 위한 외침과 속삭임 그 두 번째 이야기, '이야기 해주세요'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과 인생이 담긴 증언집 가 출간되면서 작년 4월에 이어 2013년 4월 5일, 두 번째 후원 공연이 열렸다. 소규모아카시아밴드의 '송은지' 씨의 기획 아래 진행된 공연에는 할머니들을 지지하고 후원하고자 하는 아티스트들이 함께 했다. 공연장은 가득 채워지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뜻을 함께 하는 이들이 모여 노래를 통해 함께 눈물을 흘리고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 뜻 깊은 자리였다. (왼쪽 위부터 송브리즈, 전기흐른, 위댄스, 야마가타 트윅스터) 야마가타 트윅스터, "할머니 그 기억 속에 자리..
2013.04.10 -
[리뷰] 망각의 바다를 건너 온 제주의 바람 - 영화 <지슬>
망각의 바다를 건너 온 제주의 바람 - 영화 글_ 박현정 ▲ http://cfile76.uf.daum.net/image/2452B74A50FF61971F6E03 탐라문화연구소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제주 사람들은 유독 죽음과 연관된 신화적 상상력과 믿음이 풍부하다고 한다. 조상의 묘를 가택과 떨어진 산등성이가 아니라 밭 한 가운데 두는 풍습이 제주사람들의 이런 무의식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왜 제주사람들은 일상에서 매일매일 죽음의 흔적과 부딪는 삶을 수용한 것일까. 예측 불가능한 거친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가야 했던 그들은 항상 주변을 맴도는 죽음을 피하기보다는 오히려 곁에 두고 그에 대한 두려움을 무두질하는 편을 택한 것일까. 이런 맥락에서 는 감독 오멸이 제주 사람이 아니었다면 만들 수 없는 영화다..
2013.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