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프린지네트워크(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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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경의 마임워크숍]-6. 우리는 모두 귀한 사람이다.
고재경의 마임 워크샵 - 여섯 번째 기록 글| 강말금 *들어가는 말 두려움은 오는 것. 여기 점. 점. 점. 이 놈이 나한테 오는 거예요. 두려워... 두려워... 가 아니예요. 내면에 있더라도, 분명히 공간 속에 있다는 거죠. 점이 온다... 온다... 온다... 이 분명한 점들이 와야 된다는 거죠. 두려움에 대해서 나는 할 말이 있다. 두려움에 대해서 오랫동안 생각해왔다. 무엇을 위해서라기보다 두려워하지 않기 위해서 살아왔다. 일단 두려워하기 시작하면, 모든 행동이 두려워하는 대상을 피하거나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쪽으로 집중된다. 진창에 발이 빠진 사람이 된다. 어떻게 하면 발을 빼나만 생각하게 된다. 시야가 좁아진다. 나의 공간이 작아진다. 인생의 배우들은 자신의 무대를 점유하고 상대방을 똑바로 ..
2010.03.29 -
[고재경의 마임워크숍]-5. 사람으로 태어나서 몸의 비밀을 새롭게 알게 되는 것
고재경의 마임 워크샵 - 다섯 번째 기록 글| 강말금 *들어가는 말 워크샵은 세 시간이다. 시작하기 전에 저녁을 먹어야 한다. 이번에는 시간이 없어서 저녁을 먹지 못했는데, 한 시간은 이상하게 집중이 잘 되는 느낌이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고재경씨가 “말금씨, 입으로 하면 몸으로 체득이 잘 안 되요.” 하고 말했는데, 그때부터 힘이 쭉 빠져버렸다. 물리적인 힘도 빠지고, ‘그게 뭘까?’하는 맑은 정신을 만드는 힘도 쭉 빠졌다. 역시 체력이야. 하는 뻔한 생각을 하기도 하고, 적당한 요령이 뭘까. 하기도 하면서 두 시간이 갔다. 정리를 하다보니 이번 회가 좀 어려웠다는 생각이 든다. 몸의 분리, 공간, 접촉, 워킹 등 하나씩 배웠던 것이 섞여 있었다. 하나도 제대로 못하는데 섞으려니 몸도 몸이거니와 정신..
2010.03.21 -
[고재경 마임 워크숍]-4 참 재밌어요. (뒹굴거리는 우리를 보고 고재경 즐거워함)
고재경의 마임 워크샵 - 네 번째 기록 글| 강말금 *들어가는 말 네 번째 시간인데 우리는 아직 회식을 안 했다. 고재경씨가 날짜를 찍어서 알려달라고 했다. 언제쯤 하면 좋을까. 네 번째 수업에서 고재경씨의 웃음소리를 많이 들었다. 여태까지 회식을 안 한 것은 잘 한 일인 것 같고, 언제쯤이 가장 좋을까? 1. 눈이 아니라 코가 - 얼굴을 정면에 둔다. 정면에 있는 임의의 한 점에 코를 놓는다. - 얼굴을 오른쪽으로 돌린다. 오른쪽에 있는 임의의 점에 코를 놓는다. - 정면에 있는 어느 한 점으로 되돌아온다. - 얼굴을 왼쪽으로 돌린다. 왼쪽에 있는 어느 한 점에 코를 놓는다. - 정면 점에서 오른쪽 점으로 가기 전, 중간 지점에 코를 놓아본다. - 정면 점에서 왼쪽 점으로 가기 전, 3/1 지점, 3/..
2010.03.14 -
[고재경 마임 워크샵]-2. 마임은 묘사 이전의 것이예요
고재경의 마임 워크샵 - 두 번째 기록 글| 강말금 *들어가는 말 두 번째 시간. 오늘은 다음과 같은 것을 하였다. 19:00-21:00 몸의 분리 21:00-21:30 공간 21:30-22:00 애벌레 기기 수업 도중 고재경씨가 이렇게 말하였다. "어떤 사람들은 마임을 묘사라고 해요. 저는 그 말을 부정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마임은 묘사 이전의 것이예요." 그 말을 듣는 순간부터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금도 움직이고 있다. 1. 몸의 분리 임의의 공간에 점이 있다. 그 점들을 연결시키면 몸이 된다. 우리는 우리의 몸에 다음과 같은 점을 찍어 보았다. 손끝 - 손가락이 시작되는 관절 - 손목 - 팔꿈치 - 어깨 입 - 코 - 눈썹 얼굴(코) - 머리 - 목 어깨 - 가슴 - 윗배 - ..
2010.02.12 -
[고재경 MIME WORKSHOP]-1. 고재경은 진짜 말이 많았다.
고재경의 마임 워크샵 - 첫 번째 기록 글| 강말금 *들어가는 말 나는 이틀 전에 고재경의 마임워크샵 첫 수업을 들었다. 마임을 만나러 갔지만, 고재경을 만나고 왔다. 하긴 이 세상에는 마임이란 것은 없다. 고재경이 있다. 고재경은 철학자이자 과학자이다. 그는 인식, 원리, 생성, 존재, 운동에너지, 정지에너지, 작용점 등의 표현을 쓴다. 그는 23년간 마임을 했다고 한다. 그는 단어를 창안한다. 그가 창안한 단어들에는 그가 평생 읽은 책들과 만난 사람들이 종합되어 있는 듯하다. 수업 첫 날, 그는 그 단어들을 우리에게 뿌렸다. 열아홉 번 동안 오해와 이해를 되풀이하게 될 단어들이다. 그것들을 완전히 소화하면, 얼마든지 다른 이름으로 불러도 좋다고 그는 말했다. 나는 그의 언어를 소개하는 역할을 맡았다...
2010.02.04 -
[리뷰] 두더지들 - 프로젝트빅보이3
프린지+두산 프로젝트 빅보이3. 극단 시우 목격자, 구원의 문제에 부딪히다 익숙하게 보아왔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결코 익숙해지지 않는 것들이 있다. 이 보여주는 풍경도 그 중에 하나다. 공연을 보면서 나는 늦은 밤이면 좌석버스를 잡아타곤 했던 서울역을 단박에 떠올렸는데, 그곳에는 참 별별 인생들이 다 도착했다가 흩어지고 서성이기도 하는 그런 곳이다. 노숙자, 부랑자, 술에 취한 자, 좌판에서 떡과 쥐포를 구워 파는 할머니……, 서울역의 어둠은 오줌 지린내와 함께 짙어지곤 했다. 역시 별별 인생들이 다 모인 이 공연은 지하의 환풍구와 철조 구조물, 잿빛 배관부터 보여준다. 어둠을 가르는 빛은 어둠을 몰아내지는 않고 어둠의 안을 비춘다. 참 추운 느낌의 파란 천막과 철조 구조물. 거기에 아무렇게나 걸린 수건과..
2009.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