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경 마임 워크숍]-4 참 재밌어요. (뒹굴거리는 우리를 보고 고재경 즐거워함)

2010. 3. 14. 14:53Feature

 

고재경의 마임 워크샵 - 네 번째 기록


글| 강말금

*들어가는 말

 

네 번째 시간인데 우리는 아직 회식을 안 했다. 고재경씨가 날짜를 찍어서 알려달라고 했다. 언제쯤 하면 좋을까. 네 번째 수업에서 고재경씨의 웃음소리를 많이 들었다. 여태까지 회식을 안 한 것은 잘 한 일인 것 같고, 언제쯤이 가장 좋을까?

 


1. 눈이 아니라 코가


- 얼굴을 정면에 둔다. 정면에 있는 임의의 한 점에 코를 놓는다.
- 얼굴을 오른쪽으로 돌린다. 오른쪽에 있는 임의의 점에 코를 놓는다.
- 정면에 있는 어느 한 점으로 되돌아온다.
- 얼굴을 왼쪽으로 돌린다. 왼쪽에 있는 어느 한 점에 코를 놓는다.


- 정면 점에서 오른쪽 점으로 가기 전, 중간 지점에 코를 놓아본다.
- 정면 점에서 왼쪽 점으로 가기 전, 3/1 지점, 3/2 지점에 놓아본다.
- 그런 식으로 무수히 쪼개어 본다. 이 점을 연결하면 원이 된다.
- 자전축이 비뚤어진 지구의 궤도와 같이, 비뚤한 원 위의 점들에 코를 놓아본다.
- 장단의 리듬을 생각하며 리듬에 맞추어 움직여본다.

- 강변풍경을 본다 ; 코가 강변풍경이라는 상을 쏜다.
- 나뭇잎이 떨어지는 것을 본다. ; 코가 나뭇잎이 떨어지는 길을 따라간다.
- 파리가 슁 지나간다. 파리의 길을 코로 따라간다. 어디서부터 보이나. 코로 찍은 (코를 놓은) 부분부터.
- 눈이 아니라 코가.


2. 리듬에 맞추어 돌리고


- 팔꿈치를 들고 손바닥을 펴고, 어깨, 팔꿈치, 손목을 다 이용하면서 손바닥으로 팔자를 그려본다. (손바닥 위에 접시가 있다고 생각하고)
- 오른팔. 왼팔. 양손.
- 작게. 크게. 천천히. 빨리.
- 끊지 않으며. 곡선 운동 하면서. 양손 따로 가기도 하고. 같이 가기도 하면서.
- 불
- 바람
- 내가 차지하는 공간(아우라)이 작아졌다. 점점 커진다. ; 공간 수업의 응용
- 똑같이 뻗더라도 다른 느낌을 가진다. 이만큼 생각하는 거랑 저만큼 생각하는 거랑 호흡이 다르다. 느낌으로.
- 손, 손목, 팔꿈치, 어깨, 가슴, 허리, 골반, 무릎, 다 움직인다. 골반을 빼면 상체만 움직이게 된다. 온 몸을 다 쓴다.
- 리듬 타악을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빠르게. 천천히.
- 공간이 좁혀온다. 점점... 한 방에 확장 빰!
- 부드러운 곡선을 무수한 점으로 툭.툭.툭. 끊어서.
- 리듬 타악을 생각하며 툭.툭. 툭. 끊어서.

- 자기를 의심하면 절대 나오지 않아요.


3. 무대 위에서 릴렉스란 텐션이란

- 넓은 수평선에 수직으로 내가 서 있다.
- 내 몸이 바닥하고 점점 가까워진다. 내 몸이 바닥에 붙는다. 깔린다. 하나씩. 넓은 수평선에 내 몸이 붙었다.

- 이 상태를 릴렉스로 봅시다.

- 수평선과 내가 천천히 분리된다. 천천히 몸을 세운다. (일어서는 것이 아니라) 넓은 수평선에 다시 내가 섰다.
- 어떤 놈이 위에서 나를 누른다. 버틴다.

- 이 상태를 텐션으로 보자는 거예요.


- 릴렉스로 몸이 바닥에 깔린 상태에서 어깨가 쑥 들렸다가 천천히 떨어진다. 같은 방식으로 목이, 가슴이, 골반이.
- 꿈을 형상화합시다. 방법은 팔, 목, 등을 그냥 들었다가 내리는 걸로. 눌리는 느낌(텐션)을 드는 걸로, 깔리는 느낌(릴렉스)를 내리는 걸로.
- 꿈의 선을 그린다. 자기만의 타악 리듬에 맞추어.
- 부드럽게도 올라왔다가... 엎드렸다가... 어깨 팔목 손 비틀었다가... 돌아왔다가...

- 한참 하다가

- 자전거를 타 보세요. 정확한 모양보다는 느낌으로.

- “야! 밥먹고 학교 가! 일어나!”

- ...... 꿈에서 미처 못 돌아온 초등학생으로 몇 초 있었다.


4. 워킹

- 수평 위에 수직인 내가 서 있다.
- 발가락이 아니라 발 앞부분으로 찍어서 직선으로 몸을 올렸다가 바닥을 누른다.

- 뒤꿈치가 바닥에 닿기 전 어느 타이밍에 (이게 문제다...ㅜㅠ) 무게 중심을 앞으로 쓰러뜨린다.

- 한 발을 앞으로 내서, 발 앞부분으로 찍어서, 무너지는 몸을 받친다.

- 몸이 쓰러지는 방향은 앞과 아래. 몸이 뒤로 갔다가 돌아오면 에너지가 없어진다.

- 제자리에서 하다가 두 발로 ; 뒷 발을 땡겨오면서, 몸을 받쳤던 발을 다시 누르면서, 뒤꿈치가 바닥에 닿기 전 어느 타이밍에 (또...ㅜㅠ) 무게중심을 앞으로 쓰러뜨린다. 반복.
- 누른다, 뿜. 땡긴다, 뿜... 저항(갈등)을 느낀다.

- 쉽지 않다

- 무거운 리어카를 끌고 오르막길 간다. 눌러야 안 밀린다.
- 다 밀렸군.

- 바람을 만든다. 세찬 바람. 최대한 몸을 좁힌다.
- 바람이 너무 세다. 뒤로 밀린다. 버틴다. 다시 헤쳐 나와 걷기 시작한다.
- 밀리는 시점이 어디인가. 힘의 균형이 깨졌을 때.
- 걷다가 밀린다. 날라간다. 풀뿌리를 잡는다. 대롱대롱 매달린다. 뒤로 제껴지기도. 바람이 좀 잦아든다. 풀뿌리를 붙잡고 올라온다.

- 참 재밌어요. (뒹굴거리는 우리를 보고 고재경 즐거워함)


5. 접촉하기

- 손에 힘을 빼고(계란 쥔 모양이 됨) 손바닥 아랫부분을 어딘가에 대었다 뗀다.
- 있다, 없다, 있다, 없다....
- 어딘가에 댄 느낌 ; 떼기 전까지 유지하는 게 중요.
- 손바닥으로 접촉. 접촉인데 면에 접촉 ; 벽이 있다고 믿으세요.

- 허리께에 있는 가로면을 만진다. 가로면은 임의의 점과 점이 연결된 선이다.
- 차가운지, 넓이는 어떤지, 길이는 어떤지.
- 대상의 크기는 시선이 결정한다. 시선이 아니라 코가 찍은 임의의 점부터 임의의 점까지. 손은 50cm정도만 만져도 시선에 의해 대상이 더 길어진다.
- 같은 높이 같은 위치.
- 천천히 혹은 빨리

- 뒤에서 컵을 꺼내 면 위에 하나씩 놓는다.
- 정확한 높이. 정확한 위치.
- 컵. 정지 포인트.
- 천천히 하나씩.
 

<10:00 - > 나의 느낌


나는 지난 주말 마임이스트 이두성씨를 만나 놀았다. 이두성씨를 만나 놀아서일까, 수업에 대한 느낌이 달라졌다. 마임이스트 분들을 만나면, 연기가 안 돼서 마임을 한다고 농으로 얘기하실 때가 많은데, 여태까지는 어느 정도 진실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마임을 하면 인생만 살 수 있는 게 아니라 바람도 되고 새도 될 수 있다. 형용사도 되고 동사도 될 수 있다.

바다와 우주가 될 수 있다. 내 꿈은 바다와 우주이다. 워크샵을 들으면서 툭툭 접속하는 경험을 한다.

그리고 현실로 돌아온다. 빠지지 않는다면, 술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면, 미루지 않는다면,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