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삼(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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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동시대 작가의 숨 쉬는 방법 <자라의 호흡법>
동시대 작가의 숨 쉬는 방법 《자라의 호흡법》 이시원작, 신동인 연출, 극단 필통 작품 글_정진삼 올해 한국 연극계에 극작으로 등단한 이시원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합니다. 그녀는 ‘중고신인’입니다. 이라는 작품으로 2005년 옥랑희곡상을 수상했고, 이라는 작품이 2007년에 공연된바 있으며, 올해 이라는 작품으로 그 성취를 재차 인정받았습니다. ‘중고 신인’ 인 만큼 그녀의 내공은 만만치 않습니다. 작품 속에서는 신인다운 패기와 중고스런 노련함이 공존합니다. 그 모습은 등장부터 떠들썩했던 문학계의 소설가 박민규를 연상하게 합니다. 물론 연극판은 조용한 곳이라서 호들갑을 떠는 사람은 저밖에 없습니다만. 학부시절 소설을 썼다는 그녀의 ‘필력’ 은 희곡에서 빛을 발하는 듯 합니다. 일방적인 개성과 고유성을..
2010.10.14 -
[리뷰] '사다리움직임연구소'의 <그놈이 그놈> "그 연극이 그 연극"
“그 연극이 그 연극” 글 │정진삼 1. 여자 셋, 남자 셋, 합이 여섯인 배우는 벽 사이를 통과하자마자 새로운 캐릭터로 변신하여 관객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철저하게 계산된 움직임, 의상까지 완전히 뒤바뀐 캐릭터, 중첩되는 상황의 아이러니 등등은 ‘움직임’ 전문 집단이 공을 들인 작품임을 실감하게 해준다. 여관집 할아버지와 아버지와 모텔의 실질적 주인 노릇을 하는 며느리, 느끼한 춤 선생과 그에게 흠뻑 빠진 여관집 딸, 국회의원과 유명 여배우 정부, 강도, 강도 애인 점자, 다방의 여자 종업원, 기자, 경찰. 방과 방으로만 가득한 파라다이스 모텔이라는 특정한 공간에서 누군가를 쫓고, 누군가는 쫓기는 상황을 연출해 낸다. 브레히트의 ‘서사극’ 과 캐릭터의 신출귀몰한 ‘역할놀이’에 주안점을 둔 사다리 움..
2010.07.15 -
[수다보따리] 2010 서울연극제 ‘미래야 솟아라!’ "아직 못 다한 이야기, 궁시렁궁시렁..”
‘미래야 솟아라!’ 아직 못 다한 이야기 “궁시렁궁시렁...” 기록: 아아시 정리/글: 매버릭 프롤로그 “‘솔직’에 대한 부담이 조금 되긴 하지만 믿거니, 하며...” 총 6회에 걸친 ‘미래야 솟아라’ 공연 리뷰 연재가 모두 끝났습니다. 미리 약속했던 뒤풀이 수다를 공개할 차례네요. 우리가 만난 건 지난 5월 29일 토요일 오후 6시. 이런 저런 먹을거리와 함께 조촐한 수다 파티를 열었습니다. 이번 ‘미래야 솟아라’ 연재에 참여한 필자들(조원석, 정진삼, 아데모모)과 인디언밥 편집진(매버릭, 아아시), 그리고 서울프린지네트워크 대표(오성화)가 함께 자리를 했습니다. 참고로 3명의 필자는 각각 2편씩의 작품을 관람하고 리뷰를 실었고 아아시는 3편을, 매버릭과 오성화 대표는 6편의 전 공연을 관람했습니다. ..
2010.06.17 -
[연재] 2010 서울연극제: 미래야 솟아라! ②<무브먼트 당당>의 '떠나는 사람들'
두 번째 이야기 지금, 여기! 떠나는 사람들 김민정 작/연출 글| 정진삼 동족상잔의 비극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한국전쟁 60주년이다. 그간 전쟁이라는 주제로 얼마나 많은 희곡텍스트와 공연이 생산되었는가. 어림잡아도 수십 편이다. 내용들은 하나같이 암울하다. 전쟁자체도 참담한데, 연극도 우울하고, 의미도 암담하다. 대략 난감하고, 총체적으로 어둡다. 우리의 역사, 그렇게 ‘침울’ 밖에 없었나. 전쟁은 ‘명랑’과는 어울릴 수 없는 것일까. 그. 러. 나. 지금 여기. 서울 연극제 “미래야 솟아라” 꼭지에서 선보인 공연 은 ‘재현’ 에 사로잡힌 전쟁서사의 천편일률적인 시각화/의미화와 과감히 결별한다. 그리하여 한국 전쟁에 관한한 유쾌/발랄하며 동시에 처절하고 감각적인 퍼포먼스가 탄생했다. 시체가 연상되는 ..
2010.06.04 -
[연재] 2010 서울연극제: 미래야 솟아라! ①<씨어터제로>의 '홀맨'
첫 번째 이야기 홀맨 Doodoodoodoo! 심철종 연출 글| 정진삼 대한민국실험예술아안녕하십니까 뚜루뚜루 미래야솟아라에한발을내밀었네요 띠디띠디 심철종연출의홀맨중독중독되었나 삐요삐요 중독되었나요도대체무엇에언어에 띠리띠리 언어에중독된연극재현에목맨연극 두두두두 미래야솟아라미래는암울합니까요 디디디디 새로운것을꼭보여줘야하는압박감 도도도도 그러나새로운것은대체무엇입니까 따다따다 공간은분할됩니다여기저기저저기 여보세요 객석은해체됩니다모두다앉았어요 누구세요 비닐로막을친무대왼쪽오른쪽중앙 주루주루 한사람씩자리하고존재하고있네요 띠용띠용 공연은시작됩니다소리는변조되고 몰라몰라 가운데과학자는한국말을하고있고 촉촉촉촉 왼편의여자는외계어를하고있어요 다다다다 오른편의여자는움직이나가만있나 쓰르르르 어어어과학자가말합니다중력중력 와우와우 의..
2010.06.03 -
[리뷰] 감각으로 통한 체홉의 멜로드라마 <숲귀신>
감각으로 통한 체홉의 멜로드라마 안톤체홉 작 / 전훈 연출 "관객은 옳습니다. 그렇기에 더더욱 무대는 진실해야 합니다." 글|정진삼 1. 체홉의 탄생 150주년입니다. 그의 작품은 한국연극의 메카인 대학로에서 꾸준히 무대화되고 있지요. 명실상부한 연극의 클래식을 점유하며, 셰익스피어만큼이나 혹은 그 보다도 더 많이 무대화되고 있습니다. 왜 그렇게 체홉의 작품이 세계적으로, 그리고 한국적인 지지를 받는 것일까요. ‘그때 거기’의 작품이 ‘지금 여기’의 관객들과 무리없이 만날 수 있다는 것은, 텍스트 안에 담긴 동시대성과 공감 때문이겠지요. 잘 표현된 체홉의 작품에선 삶의 진실한 모습이 직설화법으로 담겨지고, 사실적인 연기를 통해 공감 이상의 감동으로 이어집니다. 아마도 우리 모습과 닮아있기에 그렇지요...
2010.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