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석(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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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연희집단 THE 광대'의 광대놀음극, <아비찾아 뱅뱅돌아> 은유의 힘
연희집단 THE광대 은유의 힘 글│ 조원석 뱅뱅 돌고 도는 세상. 붉은 점은 아비를 찾아 뱅- 하고 한번 돌고, 광대들의 버나도 뱅뱅 돌고, 이집트 수피춤의 치맛자락도 빙글빙글 돌고, 저글링의 공도 오르락내리락 돌고, 상모 끝에 매달린 끈도 휙휙 돈다. 돌아도 이렇게 심하게 도는 연극은 처음이다. 80먹은 점쟁이 노파가 애를 낳고 죽기 직전에 점을 친다. 직업의식이 투철하다. 그래서 자식의 이름도 붉은점이다. 붉은점은 아비가 셋이다. 아비가 셋이라는 것은 진짜 아비가 누구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80먹은 노파는 알고 있겠지만 점을 쳐서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라서 아무에게도 알려주지 않는다. 정말이지 직업의식이 투철하다. 점을 쳐서 알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미래의 일이다. 그래서 노파는 앞날에 대해서 만..
2010.08.04 -
[리뷰]'극단 수'의 <비계 덩어리> "인간이란 무엇인가?"
비계 덩어리 "인간이란 무엇인가?" 글| 조원석 극단 ‘수’의 연극, ‘비계 덩어리’는 모파상의 ‘비계 덩어리’가 원작이다. 소설을 연극으로 옮기면서 인물과 시대 배경을 한국인의 정서와 어울리게 바꿨지만 줄거리는 원작에 충실하다. 이야기 6.25 전쟁. 전쟁을 피해 달아나는 사람들. 명문가 출신의 배부장 부부. 양조장을 운영하는 이춘삼 부부. 민주투사라 불리는 지식인 오병구. 그리고 수녀와 창녀 수향. 눈보라. 마차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허기에 지친 사람들. 사람들 앞에 먹을 것을 내 놓는 수향. 허기를 달래는 사람들. 창녀, 수향에 대한 혐오가 누그러진 걸까? 수향의 처지를 동정하는 사람들. 다시 마차는 달리고. 군사 작전 지역에 머무르게 된 사람들. 그리고 다시 수향을 기피하는 사람들. 국군 장교에..
2010.06.19 -
[수다보따리] 2010 서울연극제 ‘미래야 솟아라!’ "아직 못 다한 이야기, 궁시렁궁시렁..”
‘미래야 솟아라!’ 아직 못 다한 이야기 “궁시렁궁시렁...” 기록: 아아시 정리/글: 매버릭 프롤로그 “‘솔직’에 대한 부담이 조금 되긴 하지만 믿거니, 하며...” 총 6회에 걸친 ‘미래야 솟아라’ 공연 리뷰 연재가 모두 끝났습니다. 미리 약속했던 뒤풀이 수다를 공개할 차례네요. 우리가 만난 건 지난 5월 29일 토요일 오후 6시. 이런 저런 먹을거리와 함께 조촐한 수다 파티를 열었습니다. 이번 ‘미래야 솟아라’ 연재에 참여한 필자들(조원석, 정진삼, 아데모모)과 인디언밥 편집진(매버릭, 아아시), 그리고 서울프린지네트워크 대표(오성화)가 함께 자리를 했습니다. 참고로 3명의 필자는 각각 2편씩의 작품을 관람하고 리뷰를 실었고 아아시는 3편을, 매버릭과 오성화 대표는 6편의 전 공연을 관람했습니다. ..
2010.06.17 -
[연재] 2010 서울연극제: 미래야 솟아라! ③잃어버린시간들-극단 인
2010 서울연극제: 미래야 솟아라! 세 번째 이야기: 극단 인 / 박성준 연출 3개의 작품, 하나의 접점? "환상이 주는 환상" 글| 조원석 이야기가 있다. 머레이 시스갈이 쓴 의 이야기가 있고, 송종헌이 쓴 이야기가 있고, 테네시 윌리엄스가 쓴 의 이야기가 있다. 이 세 이야기가 하나의 이야기로 재구성되어 연결된다. 박성준이 재구성하고, 박성준이 연출하고, 박성준이 출연한 연극. 한 배우가 여러 명의 인물을 연기하고, 한 인물을 두 명의 배우가 연기하는 연극. 이야기는 연극에 등장하는 큐브 모양의 퍼즐처럼 풀기 어렵다. 이 복잡하고 독특한 연극을 이해하기 위해 이 글 역시 퍼즐 같은 질문의 형식을 빌린다. 큰 질문 "사람들이 갖고 있는 환상 중에 가장 아름다운 것은 무엇일까?" 혹시 사랑이 아닐까. ..
2010.06.06 -
[리뷰] <YOU DON'T UNDERSTAND> 타인들의 역사
YOU DON'T UNDERSTAND 타인들의 역사 글| 조원석 이 연극은 이야기가 아니라 그림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이야기가 있는 그림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정지된 배우들의 모습과 섬세한 연기 속에서 관객은 이야기를 상상해야 한다. 마치 풍속화의 인물들을 보면서 이야기를 상상하듯이. 인물들이 들려주는 이야기 국문과 교수인 면에게 의연은 옛 연인의 딸이자 형의 딸인 조카이다. 근혜는 면의 제자이면서 연인이다. 면은 의연을 옛 연인의 딸로 대할 때도 있고, 조카로 대할 때도 있다. 이 구분은 주관적이어서 관객마다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어쩌면 연인의 딸과 조카의 구분이 불가능한 상태로 면은 의연을 보고 있는 지도 모른다. 면에게 의연은 연인의 딸이나 조카보다 더 가까운 관계일 수 있다. 마찬..
2010.05.19 -
[가상리뷰] <연극- 개와 인간> "휴머니스트와 도그니스트의 만남"
글_조원석 예술인 연구소에서 연극 한편이 오른다. 예술인 연구소는 종로6가와 종로7가가 만나는 사거리의 한 모퉁이를 차지하고 있는 하얀색 타일의 2층 건물이다. 건물 입구 왼쪽에 신문지 한 장이 붙어 있다. 형광색 동그라미가 군데군데 신문지에 그려져 있고 그 동그라미를 보기 위해 사람들이 둥글게 모여 있다. 나는 모여 있는 사람들 틈에 나를 끼우고 신문을 훑는다. ‘헛간’, ‘불’, ‘개 두 마리’, ‘의리의 견공’, ‘구조’, ‘살신성인’, ‘각박한 사회’, ‘교훈’, ‘시비’, ‘말다툼’, ‘홧김’, ‘살인’, ‘돈’, ‘이웃 간의 정’, ‘두 남자’, ‘오랜 친구 사이’, ‘폭행’, ‘사기’, ‘교훈’, 신문지 밑에 신문지 너비만 한 길이의 띠종이가 연극 제목과 더불어 짧은 언급을 하고 있다. ‘개..
2009.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