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7. 7. 10:09ㆍReview
“Looking at yourself” : 작가의 문답법. ‘당신의 얼굴을 묻습니다!’
첫 번째 정강 작가, 2009 신진작가 릴레이 쇼_프로젝트 UAC
전에 릴레이 쇼의 시작을 예고했었다. 그리고 지난 23일 그 첫 전시를 맞았다. 오프도시를 들어서자 카메라와 비디오카메라 여러 대가 가득 들어 차 복잡했다. 잠시의 다과 시간을 가진 후에 작품 시연이 시작됐다.
정강 작가의 작품은 '당신에 있어 당신의 얼굴이란?', 그런 식의 관객을 향한 질문이었던 것 같다.
'우리의 이미지는 거울이나 카메라 등의 물리적 수단을 통해 재현된 것임에도 우리는 그것을 우리 자신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작가는 우리 이미지가 환영임을 보이고자 재현의 놀이터를 구성한다. 재현의 놀이터에는 거울과 카메라 그리고 카메라와 연결된 모니터가 설치되어 있다. 그리고 의자가 하나가 있다. 의자에 앉은 우리는 모델이 되어 거울에 비친 그리고 카메라와 연결된 모니터로 출력되는 이미지-환영이 작동하는 공간에 놓인다. 그럼으로써 우리가 보는 이미지는 단지 물리적 수단에 의해 재현된 환영임을 재차 확인 시킨다.
(……) 작가가 주목하는 지점은 바로 여기, 이미지-환영에 투영되는 우리의 욕망이다.'
이 날 한 여성분이 용기 있게 그 의자에 앉았다. 오프닝이라 사람이 꽤 있었고, 모두의 시선이 그녀를 향했지만 또박또박 작가의 질문 공세를 잘 받아 냈다. 사실 평소에 우리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참 쉽지 않다. 당신의 소득은 무엇인지, 직업은 무엇인지, 사업은 잘되는지 등의 표피적인 인사성 질문에 우리는 어느 정도 그에 맞는 답을 습관처럼 내뱉을 준비가 되어 있다. 주로 하는 질문들이 우리 역시 그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당신의 얼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의 질문은 조금 형이상학적이다. 얼굴은 조금 신체에서 특별한 기관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질문은 비단 당신의 얼굴이 소위 ‘얼짱’의 기준에 얼마나 들어맞나요, 고치고 싶은 데는 없나요 라는 것에 그치는 것만은 아니다. 물론 그러한 부분들도 포함해서 당신의 얼굴이 어떤 식으로 타자에게 비춰질지 그 고유한 얼굴의 특징은 어떠한 것인지. 타자의 시선에 맺힌 자신의 얼굴에 대한 반향은 곧 자신을 위태롭게 위치시키는 것이고, 얼굴은 곧 존재감이며 그 시선은 무엇보다 얼굴에 가닿아 있기 때문이다. 질문은 곧 자신이 보는 자신과 타인 앞에 설 때의 자신, 그 사이에서 자신의 사유가 어떤 식으로 형성되어 있는지를 곧 묻는 것이다. '40세가 되면 자신의 얼굴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링컨의 말은 얼굴이 단순한 외모에 한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가리킨다.
어쨌거나 자신에 대해 솔직하게 말한다는 것은 조금 진지하게 자신을 궁구케 하고 새롭게 성찰케 하는 것이다. 작가는 비디오를 통해 비친 자신의 모습이 평소와는 어떻게 다른지 묻는다. 생각했던 것보다 못 생겼다는 질문에 예쁘신데 왜 그러느냐고 다시 묻는다. 뭐 이런 질문들이 계속 이어졌다. 관객의 생각들을 꼼꼼히 기록하듯 이어가는 과정이 곧 작품이 완성되는 과정이었다. 전시 일주일 기간 동안 작가가 관객을 이런 식으로 만나는 것을 실천하는 것이 릴레이 쇼의 원칙이기에 이 작품이 진정한 일 대 일 인터랙티브 아트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모든 것이 즉석에서 벌어진 것일 수도 있지만, 아마도 어느 정도는 관객에게 어떤 질문을 던질 것인지 리스트를 뽑고, 또 그것을 질문했을 때의 반응에 따라 또 다른 질문을 어떻게 연결해야 할지에 대한 또 다른 질문들을 준비하고 대입하는 과정이 있었을 것이라 본다.
(이야기를 나누다 웃음을 띤 정강 작가 모습)
나중에 작가는 좌우가 바뀐 채 얼굴을 보게 되는 거울과 그렇지 않은 영상이 다르게 자신을 비춤을 설명해 주자 몰랐던 사실이라고 놀라면서 관객이 말했다.
거울과 카메라는 매체의 특질 자체를 보여 주는 정도에 쓰인다면 그 매체의 영향력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것은 그것과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성립하고, 작가의 본격적인 질문에 의해 조금 더 깊어진다. 비디오카메라와 거울, 카메라는 사람의 시선이 전이되는 매체이다. 타자를 보듯 거울을 보게 되고, 타인이 있듯 카메라를 대하게 되는 것이다.
즉, 거울이 자신을 생각하고 기억하며 나르시시즘 효과와 같이 자신에 대한 일종의 판타지를 형성하는 것이라면, 카메라는 객관적인 영향력의 타자를 상정하는 것과도 비슷하다.
끝에는 작가가 직접 관객에게 기념사진을 찍어줬는데, 조금 딱딱한 분위기가 풀어지는 감이 있었다. 각종 매체의 시선이 그녀를 준엄하게 바라봤다면 사진은 자신과 타인 모두가 함께 볼 수 있는 결과물인 것이다. 매체에 자아(거울)와 타자(카메라)를 대입하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거꾸로 매체가 어느 정도 우리의 시선과 생각에 영향을 끼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였다.
그리고 타자(작가)와의 관계 맺음은 곧 자신을 새롭게 세상 밖으로 꺼내는 힘이 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작가에게도 백색 공간의 갤러리가 아니라 작품을 실시간으로 관객의 참여로 함께 만든다는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는, 그런 신선한 아이디어가 개입된 작품, 또 경험이었다.
김민관 mikwa@naver.com
공연예술 분야 자유기고가, 現다원예술 비평풀(daospace.net)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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