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7. 16. 16:49ㆍReview
[Afouruim 전시와 이소영의 퍼포먼스]
‘A4에서 툭 튀어나오는 이야기의 홍수’
조충연 작가의 「Utterance 어터런스 - 발언, 유포, 죽음(고어)」하늘 위로 쓰인 검은색의 끝없는 프레임들, 이는 창살로 투명한 세상을 보는 창문의 존재를 가정한 듯하지만 곧 바깥과 안의 경계가 무색해진다. 하나의 프레임이 뒤집어지면서 검은색을 띠고 거기서부터 흰 A4 종이들이 마치 축제처럼 뿌려지면서 이곳저곳으로 흩어지기 때문이다. 그것은 검은색 프레임의 안으로 들어가며 구름들과 운구를 맞추지만 한편으로 그 바깥으로 천천히 옮겨가기도 한다. 이 모든 프레임이 사실 용지들이 놓여 있던 자리는 아니었을까?, 구름을 보여주는 투명한 프레임이 뒤집히면서 불투명한 공간을 갖는다는 것은 사실 말이 되지 않는 것이다. 이어 프레임은 자체 생명력을 가지고 운동을 거듭한다. 조금씩 세로로 길어지면서 꿈틀꿈틀 떨리며 견고한 프레임의 개념을 파기한다. 이단 레이어에 빚어지는 입체적 풍광은 평면 세계의 질서를 매력적으로 교란한다.
“모든 일상의 정보들은 A4risation(화)된다. 그리고 동시에 모듈화되고 변환되어 일정하게 적재되고 소통된다. (……)A4의 기본 사이즈는 비율로 정의되고 자기 복제성 혹은 동일성의 방식으로 종이를 반으로 접거나 자르면 보다 작은 크기의 크기로 각각 이전 크기의 종이의 짧은 변에 평행하도록 반복된다. (……) 우리가 경험한 도시적 삶의 다양한 양태들이 A4로 수렴되고 치환되어 재매개되고있지 않을까? 그것이 뉴미디어 계보학의 복잡성을 파악하는 어떤 한 지점일 수 있겠다라는 가정을 세워본다.”
조충연, 「Afourium(에이포리엄)」, 작가노트에서
한 여름날 빌딩 창밖으로 던져져 부서지던 A4의 기억은 그를 사로잡았고, 이 작품에 고스란히 구현된다. 그의 말에 따르면 A4는 아무 것도 담겨 있지 않지만 실은 많은 정보를 품고 있는 상징으로, 현실을 재편하는 대표적인 매체의 하나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또 하나의 영상 작품, 「Folding_폴딩:접기」에는 무용가 이소영과 조충연 작가, 또 다른 누군가가 참여하여 용지를 가지고 즉흥적인 움직임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용지 앞에서 셋이 모종의 합의가 이뤄지는 것 같더니 각자의 플레이를 펼쳤다. 용지를 접어가며 그 안에서 이소영이 위치하는 것이 ‘접기’의 시초였다. 툭툭 튀어 나와 움직임을 펼치는 식으로 셋 각각의 행위가 편집되어 있었다. 이는 균등한 크기를 가지며 몸을 쓰는 작가와 매체를 사용하는 작가가 같은 선상에서 움직임을 추구하는 것이다. 한편으로 종이를 흩날리는 앞 영상과 궤를 같이하며 작가가 보여줄 수 있는 움직임이 이소영을 통해 확장되는 것이기도 했다.
이소영의 얼굴을 보는 것은 특별하다. 무용수이지만 그럼에도 독특한 무용수로서의 날인이 드리워 있다. 남성 같은, 이국적인, 아이 같은 조금 우울하면서도 순수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날 퍼포먼스는 관객들에게 사전에 용지를 한 장씩 나눠주고 그녀의 움직임에 창의적 발상의 연예를 걸도록 하는 데서부터 시작됐다. 그녀는 관객들이 가지고 놀 수 있는 움직임을 창발 시키는 놀이의 장이 되는 것이다.
종이들을 잘게 찢어 고개를 숙인 그녀의 목 주변에 흩뿌리자 그녀는 태연히 받아 고개를 들어 현재의 흐름을 이어갔고 눈‧코‧입 위치를 뚫은 종이 한 장을 그녀의 얼굴에 맞춰보자 그녀는 거기에 흡착하여 다른 존재로의 변신을 꾀했다. 종이를 세로로 접어 준 것은 뒤돌아 거울을 보며 빚는 빚으로 바꿔 상황극을 했다. 극이라 함에도 이 모든 것에는 말이 당연 없기에 어떤 연극적인 형상을 가져가지는 않는다. ‘관객과 함께 하는 퍼포먼스’라고 했던 만큼 그녀는 다른 이들의 생각들을 받아낼 준비가 되어 있고 관객들의 숨은 그녀에게 온전히 모두 집중되어 있었다. 좁은 공간인 만큼 그 바깥은 없었다.
곧 공연은 전시의 연장선상에 있었고 전시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하고 있었다. 조충연 작가는 하나의 작품이니 오늘까지만 전시로 남겨둔다고 했다.
P.S. 조충연 작가 전시 오픈을 맞아 처음으로 찾은 아트스페이스 휴가 대체 어디 있는지 조금 찾기 힘들었다. 약도만을 보고는 주소까지 적어 와서 부동산에 물어보려는데, 문이 닫혀 있었다. 흠칫 하며 상상마당 앞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우연히 고기 집 위로 아트스페이스 휴 간판이 보였다. 간단히 말해 상상마당에서 횡단보도를 건너 고기 집을 우측으로 돌아 옆 통로를 통해 3층으로 올라가면 된다.
* 장소: 대안공간 (혹은 임시공간) 아트스페이스 휴
121-840, 서울 마포구 서교동 405-3, 3층
* opening : 2009. 07. 04 (토) PM 6:00
공연예술 분야 자유기고가, 現다원예술 비평풀(daospace.net)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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