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0. 17. 13:13ㆍReview
네 번째
지구댄스시어터 <메뉴>
오늘로 춤추는 도시를 쫓은지 네 번째, 벌써 춤과 함께하는 여행의 중반이다. 초행길이라 일찌감치 서둘러 20분 일찍 도착했다. 배우들과 진행자들만 있기에 좀 머쓱해져 거리를 배회해본다. 재미있게도 이곳을 지나치는 버스는 단 2대, 지나치는 사람도 많이 없고 한적하니 주변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가게들에서 시골스러운 정취가 느껴진다. 조금 더 올라가니 자그마한 “쌍다리”라 불리는 다리가 있다. 저 다리를 건너면 푸근한 할머니 품으로 안길 수 잇을 것만 같았다. 생각에 빠져 걷다 문득 좀 더 걸으면 되돌아오기 힘들겠다싶어 정신을 차리고 거슬러 내려간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공간이 주는 느낌, 성격, 지나치는 사람과 풍경까지 너무도 다르다. 그래서 더 흥미롭게 다음 순서를 기다리게 되면서도 한편으로 각기 다른 성격과 환경과 사람들을 담아내고 있는 공간이 너무 공연무대로, 단순한 판으로 여겨지는게 못내 아쉽다. 이번에도 주변을 배회하며 이 작품은 어떨까나 하고 궁금했는데, 가게의 통 창과 네 명의 무용수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으로 구조적인 수단, 방편으로 활용 되었다. 굳이 성북동, 혹은 테이크아웃드로잉 이라는 공간이 아니어도 되는 공연인거다. 거리예술에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어 그런지 적절히 조화되기 힘든 부분이란 걸 알면서도 아쉬움은 가슴 속 한 켠에 쟁여져 있는 건지 못내 아쉽기만 하다.
어쨌든 공연 얘기로 넘어가면, 두 쌍의 남녀 무용수가 등장, 영상과 그림자를 통해 밖에서 안으로 사람들을 부른다. 이 때 나눠 준 <메뉴>는 신선했다. 그것보다 공연 때 나눠주는 것이 -팀에서 특별 제작한 홍보물이든 무엇이든- 내심 좋아서 일지도 모르겠다. 내심 좋아하는게 나뿐인가? 뭐 조금 급조된 억지스런 느낌은 있었다만. 공연을 맛있게 즐겨달란 의미인가 싶어 재밌었다.
◎ MENU◎
• 관람위치: 카페 외부 통유리 앞
• 관람위치 : 카페내부 계단 및 2층 • 관람방법 : 렌턴으로 무용수들을 찾으며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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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댄스시어터 메뉴-
여러 과정이 표현되었고, 움직임도 썩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서로의 호흡이나 어울림에 대한 노련함, 능숙함은 젊은 무용수들의 연습과 내공이 쌓이면 더 좋을 것 같다는 개인적인 생각이 살짝 스치고 지나간다. 그런데 통 유리창을 사용, 그림자를 통해 하던 이야기와 실내에서 선택의 순간까지 그리던 이야기가 어울리지 않는 달까. 스토리상의 연결이 아니더라도 의도한 주제 “선택”에 따른 인간의 심리 변화과정에는 못 미친 듯하다. 특히나 후반으로 갈수록 무용수들의 움직임이나 표현력이 떨어져 밋밋하게 끝나버린 느낌이었다. 공간과 배우들이 뿜어내는 호흡과 관객에게 전달되는 아우라, 이 모든 것이 잘 어우러지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그래도 계속 거리를 고민하고, 무대공연 보다 더 세심히 변수와 예측불허 상황에 대처하는 것이 반영된 꼼꼼한 논의가 작품을 구상하고 연출하는 것에 적극적으로 반영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오늘 테이크아웃드로잉에서 내가 받은 메뉴에는 선뜻 주문하기가 망설여지는 것들이라 메뉴를 잡은 손만 매만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일을 마치고 춤추는 도시를 뒤쫓다보니 일주일이 정신이 없는 건 둘째 치고, 체력의 급격한 저하를 체감하듯 새벽잠을 자고 아침에 일어나지 못하는 만행을 펼치고 있다. 그래도 이 여행이랑 함께해서 근래 심정적인 우중충함과 무력감, 외로움이 떨쳐진 듯 쌩쌩한 마음들이 돌아온다. 계절변화에 심각한 혹은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면 혼자서 가뿐히 이 여행에 동참해도 썩 좋은 해결책, 기분전환이 되지 않을까 싶다.
<춤추는 도시>
극장 속 정형화된 무대를 벗어나 도시 곳곳을 춤공간으로 변모시키는 무용친화프로젝트. 주어진 공간을 활용하고 주변 상황과 관객의 개입을 두려워하지 않는 대담한 작품들이 거리, 카페, 어린이도서관 등 서울시내 일상공간에서 펼쳐진다. | http://www.sidance.org/
지구댄스시어터 <메뉴>
‘춤’을 테이크아웃하다! 성북동에 자리 잡은 테이크아웃드로잉 까페는 커피와 함께 다양한 드로잉 아트를 즐길 수 있는 다목적 공간이다.
지구댄스시어터의 작품<메뉴>는 성북동 테이크아웃드로잉 까페의 통 유리창을 이용, 관객과의 소통을 이끌어낸다. 일상의 크고 작은 선택의 순간들.
그 속에서 사람들은 구체적으로 어떠한 심리변화를 겪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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