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밴드들이 삼국연합에 말을 걸다 "니들이 고생이 많다"

2009. 11. 16. 16:45Review

 

반전 indiefeel


도대체 넌 누구냐?

11월 7일 토요일 오후 6시, 홍대앞 롤링홀에서는 '니들이 고생이 많다'라는 이름의 공연이 열렸다. 공연을 보러 가기 전, 연관된 몇 개의 커뮤니티에 정보를 얻기 위해 들렀다. 주최단체인 '문화네트워크 (주)홍대앞'을 비롯하여 삼국연합이라고 불리는 인터넷 커뮤니티 '소울드레서', '쌍코', '화장발'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대체 이 공연은 정체는 무엇인지 파악이 힘들다. 커뮤니티를 통해 몇 가지 단서와 궁금증을 가지고 공연장을 찾았다. 도대체 넌 누구냐?


단서 1) 공연의 슬로건 중의 하나는 "인디밴드가 삼국연합에 말을 걸다"이다. 그렇다면 출연하는 팀들은 이 공연에 대해 어느 정도 취지에 동감하거나 공연의 정체를 알고 있는 것인가?

단서 2)
또 하나는 공연 전단에 나와 있는 문구이다. "소울드레서, 쌍코, 화장발. 깨어 있는 여인들의 조직된 힘이 홍대앞에서 노란 손수건의 전설이 되다!". 아마도 노란 손수건은 서거한 노무현 대통령의 상징일텐데 그렇다면 이 공연은 노사모와 연관이 있는 것인가? 혹은 민주당과 얼마만큼 관련이 있는 것인가?

단서 3)
보도자료에 의하면 "삼국연합은 65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소울드레서, 쌍코, 화장발이라는 세 개의 인터넷 카페를 이르는 말이며, 최근 ‘탐탐한 바자회’ 및 기타 모금활동을 통해 미디어법 반대 광고 제작을 비롯,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광고 제작ㆍ게재, 촛불집회 참여, 민영화반대, 용산참사, 4대강 사업 반대 등 굵직한 사회문제에 적극적인 의견개진으로 여론을 주도하는 20~30대 여성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이다(이하 생략)."라고 되어 있다. 그렇다면 이 공연은 시민운동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인가? 혹은 위의 이슈와 관련된 어떠한 내용이 있는 것인가?

단서 4)
이날 진행된 공연의 세부 프로그램은 당일 배포된 리플릿을 통해 그나마 상세히 알 수 있었다. 이날 공연은 1부와 2부로 나뉘어져 있었으며 1부에는 스토리 셀러,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래빗보이가, 2부에는 전명신, 안회태, 나폴레옹 다이나마이트, 넘버원코리안이 공연한다고 되어 있었다. 3팀은 아는 팀이었고 3팀은 모르는 팀이었으며 1팀은 이름만 들어보았다. 내가 아는 3팀은 결국에는 몸을 들썩일 수밖에 없는 장르의 음악을 하는 팀들이다. 역시 주요 콘텐츠는 공연이었고 특별 손님으로 최문순 의원(민주당)이, 특별 순서로 천호선 국민참여당 상임부위원장의 축하 영상, 선물 전달 등이 마련되어 있다고 했다. '특별'로 이름 붙여진 2개 프로그램의 연결지점은 역시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공연장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65만명을 자랑한다는 삼국연합의 위력은 아마도 이 날 제대로 발휘되지 못한 모양이다. 공연은 6시를 조금 넘긴 시각, 삼국연합이 진행한 다양한 활동들을 영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하였다. 곧이어 2명의 사회자가 무대에 올랐으며 스토리 셀러의 무대로 공연은 시작되었다.

가능한 열린 마음으로, 평소의 삐딱한 시선을 거두고 공연을 보자고 내심 다짐했건만 쉽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소음에 가까운 소리의 밸런스 문제였다. 공연하는 팀들의 얼굴 보러 가는 것도 아니고 제대로 된 음악을 듣기 위해 공연장을 찾는 것인데 어찌된 영문인지 음악은 도로를 지나는 자동차들의 소음과 진배없었다. 공연의 대상이 누구든 흥을 돋우기 위해 필요한 것은 과도하게 큰 음량이 아니라 밸런스라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또 한 가지는 공연의 정체성 문제이다. 이 날 3시간짜리 프로그램에는 7팀의 공연과 몇 개의 특별순서, 공연 팀이 바뀌는 사이 시간을 이용한 이벤트 시간으로 짜여 있었는데 이들 사이에는 주요한 충돌지점이 존재했다. 공연의 오프닝에 등장한 최문순 의원은 무대에 올라 촛불집회 현장에서 만난 커뮤니티 회원들에 대한 사연을 이야기하며 인사를 했다. 나는 최문순 의원이 이 '공연'에 어떠한 포지션의 인물로, 초반부에 등장해 '공식적으로' 인사를 하게 되었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등장한 공연팀들은 공연을 통틀어 "여러분 신나게 놀아볼까요!!"를 외치며 연신 쿵짝거렸다. 한 팀의 공연이 끝남과 동시에 무대에 등장한 2명의 사회자는 다음 팀이 공연을 준비하는 동안 쉴 새 없이 이벤트를 해 댔다. 그 중에는 천호선 전 청와대 대변인과의 식사권을 두고 하는 퀴즈도 있었는데 그 문제 중에는 촛불집회가 처음 시작된 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별명 3가지 등을 문제로 내며 관객들에게 선물을 나누어주었다. 그리고는 다시 '신나게 놀아볼까요'를 외치는 공연팀들이 등장했다.

공연을 기획하는 사람들이 가지는 가장 큰 오류 중의 하나는 모든 대상을 아우르려고 하는 오지랖에 있다. 만약 이 공연의 대상이 커뮤니티의 회원들이기만 했다면 거기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었으며 공연 당일, 밖에서 "공연하고 있어요. 그냥 들어가서 보세요."라는 호객행위를 굳이 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삼국연합이라고 불리는 커뮤니티 회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벤트만 진행했어도 목적한 바는 충분히 달성할 수 있었을 것이다. 회원들을 하루 신나게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련한 장이었다면 그에 대한 내용을 공연하는 팀들에 더 잘 전달하는 방법도 있었을 것이다.

만약 노사모의 결에 어느 정도 맞닿아 있는 공연이었다면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헌정의 느낌으로 가더라도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그 대상이 명확히 서거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아니라 하더라도 그가 떠난 것에 대한 아쉬움 혹은 현 정권에 대한 코멘트, 그가 한국 사회 정치에 남긴 여러 가지 문제의식을 중심으로 공연을 구성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물론 공연의 출연진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고 섭외하는 방식도 달라져야 할 것이다. 사전에 공연의 취지와 의미, 정보를 충분히 주고 공감할 수 있는 이들이 무대에 서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었을 것이다. 정치색이 강하게 드러나는 전체 프로그램의 구성과는 전혀 별개로,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공연한 팀들은 단 한 팀도 이 공연의 취지나 내용에 대해 알고 있지 않은 듯 했다. 이들의 공연은 여느 지역 행사에서 공연하는 것과 진배없었다. 결국 "인디밴드가 삼국연합에 말을 걸다." 라는 말은 그럴싸한 헤드라인이었을 뿐, 이들이 내세울만한 진실은 아니었다.

단순히 즐기기 위해서라고 위로하기에도 공연의 완성도는 매우 떨어졌으며 정치적 목적을 가진, 운동의 일환으로 보기에는 그 연계성이 희미했다. 그로 인해 공연을 보는 내내 무척이나 혼란스러웠다. 비록 내가 좋아하지 않는 장르의 뮤지션들이 나왔더라도 공연의 명확한 취지가 드러났다면 충분히, 그리고 기꺼이 이 공연을 즐기고 박수를 쳐 줄 정도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 주최한 단체와 대상 단체인 삼국연합이 어떠한 연계와 과정으로 이 날의 공연을 만들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공연의 기획 자체는 주관단체로 보이는 문화네트워크 (주)홍대앞의 의도일 가능성이 크다.

공연이라는 형식을 통한 관객, 시민과의 소통은 그날 하루의 에너지를 단순히 소비하기 위해 만드는 상품이 아니어야 한다. 이미 상업시장에서 소비는 많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는가. 적어도 문화판에서 노는 사람들은 소비적인 창조를 위한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 장기적이지는 않더라도 소비와 창조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활동이어야 한다. 이건 단순히 어느 장르의 뮤지션이 공연을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는 아니지 않는가. 정치와 문화의 올바른 교배를 위해서는 서로에게 소모적이거나 짜 맞춰지는 방식은 아니어야 할 것이며 분명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필자: 반전 indiefeel

한창 이라크 파병 문제로 반전운동을 하던 때 지은 필명이자 닉네임. '전쟁을 반대한다'와 '상황을 반전시킨다'는 이중적 의미를 담고 있다. 소통의 매개로서 글을 생각하고 활동의 매개로서 정리를 생각한다. 그리고 사는 내내 비주류의 감수성을 잃지 말아야겠다고 하루하루 다짐한다. 현재는 너무 치열하게 살았던 2009년을 빨리 보내기 위해 무척이나 노력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