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2. 23. 19:45ㆍReview
극단 낭만유랑단 -「달은 알고 있다」
뜬금없이 풀어나가는 논리와 감동의 술 맛 나는 인터뷰 #1
글_ 조형석
흠!흠! 간만이네!? 잘 지냈나?(진주 사투리)
오호 그러네요. 잘 지내셨지요.
마 이번 연극이 극공작소 마방진이라는 곳에서 했다매!? 가는데 안 어렵드나?
뭐 좀 어려웠습니다. 나중에 보니 코앞에서 못 찾겠다고 하고 블록을 빙 돌아서 가까스로 찾아갔더군요.
그래~!? 어떤 작품 이였는~데?
제가 이번에 보고 온 연극은 <달은 알고 있다>라는 '극단 낭만 유랑단'의 두 번째 작품 이였는데요, 경상남도 진주의 대각리라는 한 시골 집성촌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에요. 그 곳에 도문이라는 할아버지가 갑작스럽게 객사를 하게 되요. 그리고 마을 경찰은 할아버지의 갑작스러운 객사와 함께 할아버지가 가지고 있던 보따리의 행방에 대해 의문을 가지면서 수사를 진행해요, 그러다 할아버지의 죽음과 함께 사라졌던 일기장이 발견되고 그 속에 할아버지의 외로움과 쓸쓸함이 나타나고, 결국 수사는 흐지부지 종결되면서 굿판을 벌인다는 뭐 그런 줄거리였어요.
재미있었겠네!? 연극은 우뗏노?
음. 중간 중간 웃음 포인트도 제법 있었고 강렬한 인상보다는 서서히 젖어 들었다 라는 표현이 괜찮을 거 같군요. 무엇보다 제일 먼저 느낀 건 극이 매우 차분하게 잘 진행되었다는 거였어요. 분위기도 농촌을 배경으로 해서 인지 <전원일기>의 느낌이랄까? 그런 잔잔~하고 뭐 그런 느낌?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뭐 소소함도 느껴졌고, 아 물론! 이야기의 중심은 소소함이 느껴지는 거랑은 거리가 멀어요. 할아버지의 죽음에 얽힌 우리 시대의 문제점들을 말하고자 했으니까요.
어떤 문제~점!?
음 흔히 정보화의 발전이 개인주의를 부추기고 가족의 단절화를 이끌어 낸다고 많이들 이야기하잖아요. 그런 점에서 기획의도 나 연출의도가 시작 된 거 같아요. 문명의 발달이 가족의 단절화를 이끌어 냈고 갈수록 팽패해 지는 이기주의가 서로에게 얼마나 커다란 상처가 되는지 그런 것들이요.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점! 역사의 산 증인인 할아버지 할머니들에게 우리가 과연 바른 경의를 표하고 예의를 지키고 있는가 라는 뭐 그런 의도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갔죠.
어느순간 우리에게 만연화된 소재네. 그제?!
네 맞아요.
그럼 마 극에 대해서 좀 자세하게 말해 봐봐라.
만연화라는 건 경각심을 잊어버리기 쉽단 뜻이기도 해요. 만연은 곧 타성에 젖어 든다는 것을 말하니까요. 무덤덤~해 지는 거죠. 첨에는 "아! 우리가 이렇구나! 고쳐나가야겠다" 하더라도 수없이 밀려오는 다른 사회적 문제들과 대면하다 보면 곧 잊어먹고 뭐 그러다보면 우리 삶이 변화의 한 부분이 되는 것. 바로 이 부분에 대해서 작가가 말하고자 한 거 같아요. 헌데 극을 보다보면 과연 그 의도가 극에 충분히 반영되었나? 라는 의문점을 가지게 되요.
어떤 점에서?
일단 극에 강단이 없다고 해야 하나. 뭔가 확! 하고 관객의 시선을 끌어당기거나 가슴을 뜨겁게 한다거나 무릎을 딱 치게 되는 뭐 그런 느낌이 없었어요. 그저 소소하게 흘러갈 뿐이죠. 그러다보니 극이 무척 편해요. 극을 보면서 부담감이 없다는 거죠. 뭐 그 점에서는 배우들의 연기도 나쁘지 않았고, 극을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했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겠지요. 대신 극이 너무 심심할 뻔 하기도하겠다 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리고
그리고~!?
다음으로 주제의식이 확실하게 보여 지지 않았다는 점이죠. 사실 대부분의 주제의식이 강한 연극들은 관객에게 끊임없이 뭔가를 소통하려고 하고, 요구하려고 하잖아요. 헌데 <달은 알고 있다>에서는 그런 점이 뚜렷하게 없었어요. 만약 기획의도를 보지 않고 극을 본 사람이라면 단순한 시골 에피소드라고 느낄만한 여지가 충분하다는 거지요. 확실한 타점이 없었어요. 좀 더 자세하게 말해볼까요? 일단 농촌이라는 배경이에요. 우리에게 농촌이라고 하면 도시와 반대되는 개념이 주류이죠. 또한 바쁘고 발달되고 분주하고 숨가뿐 도시와 반대로 고즈넉하고 뭔가 넉넉하고 푸근하고 더하여 좀 낙후된 점이라는 것도 느껴지실 거예요. 네 맞아요. 바로 현대와 과거, 문명의 차이점이 단면적으로 들어난 현실이죠. 그리고 배우들의 억양이나 태도들을 봐도 충분히 느껴지실 거예요. 차갑고 도도하고 사무적인 도시와는 현저히 다릅니다. 아마 사투리 때문인 점도 큰 이유일 테지만, 배우들의 작은 동선하나하나에도 시골 특유의 여유로움이 묻어있었습니다. 같은 맥락으로 굿이 있어요. 한국 대표의 샤머니즘행위로 사소한 희노애락이 모두 담겨져 있는 우리 예술의 궁극체라 저는 생각하거든요. 뭐 사실 굿을 도시에서는 접하기 힘들지요. 아 물론 점집들은 많아요. 하는 곳도 많고요. 다만 시골처럼 함께 즐기는 행사가 아니라 아니라는 점이죠. 굿 이야기는 잠시 접어두고서, 흠흠! (물 한잔 마시며) 이야기가 조금 길어졌는데 문제점은 농촌과 반대되는 현대를 대표할만한 것들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거예요. 과거를 나타내는 많은 오브제가 등장하지만 현대를 나타내는 오브제가 없다는 겁니다. 아마 연출자는 이런 느낌에서 극을 만들었을 거에요.
어떤 느낌?
명절이 되면 흔히 민족대이동이라고 하잖아요. 한차에 타고, 한 기차에 타고 뭐 이런 식으로 이동할 때, 몸은 서로 가까이 있지요. 하지만 각자 귀에는 이어폰이 꼽혀져 있고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SNS를 한다거나 게임을 한다거나, 또는 티비도 보곤 하죠. 아버지는 운전하고 어머니는 전화를 하시고 아이들은 친구들과 소통하기에 여념이 없지요. 네! 맞아요, 말이 자꾸 길어지는데, 문명이 발달이 곧 개인공간을 확장시켰다는 점이에요. 다시 굿으로 넘어와 볼까요? 굿은 예나 지금이나, 문명의 발달과 관계없이 우리 삶에 한 부분인 문화의 일종이에요. 제가 보기에는 마지막에 그 도문 할아버지의 명복을 빌어주기 위해서 벌리는 굿이 현대와 과거, 도시와 농촌 나아가 개인과 집단의 괴리감을 해소시키는 코드로 작용한 거 같아요.
(사탕을 건내며) 사탕하나 먹으면서 해라!
감사합니다 하하. 근데 할아버지 할머니, 흔히 노인이라는 말이 들으면 뭐가 떠오르시나요?
음.. 내는 일단 우리 할매 생각나구 노인이라는 말 들으면 뭔가 서글프다. 세상의 모든 진리에 가장 가깝게 도달하신 분들 아이겠나. 오래 살았다는 건 그만큼 아는 것도 많다는 법이제. 근데 요즘 마 아덜이 대하는 꼬라지 보면 우리 할매가 하던 말 떠오른다. "늙으면 죽어야제~ 늙으면 죽어야제~"
이 연극에서도 바로 그 점을 꼬집어서 말하고 있어요. 어르신들에 대한 공경이나 관심이 전혀 없다는 거죠. 말씀대로 역사의 산증인 아니신가요. 또 우리가 지금 여기 존재하게끔 만드신 분들이고, 우리에게 많은 지혜를 가르쳐 주신 분들인데 말이죠. 그런데도 우리는 그 점을 너무 관가하고 있다는 거예요. 극에서 도문할아버지도 마찬가지죠. 집에서는 주판만 튕기는 며느리와, 같이 늙어가는 판에 애비 맘도 모르고 그저 아내에 매달리는 아들에게 돈 삼 만원도 얻지 못합니다. 힘도 없고 그만큼 집에서 요즘 말 따라 아웃오브안중인거죠. 또 막달할머니의 손자이자 동네 망나니인 태호에게 매번 무시만 당합니다. “싸우지 마라, 착하게 살아라” 늘 좋은 말만 가득해주시는 데도 말이죠. 철없고 이기적인 태호는 이런 할아버지를 못마땅하게 여깁니다. 막달이할머니도요. 또 제가 아까 도문할아버지의 일기장을 처음에 말했었죠? 그 일기장을 이제 도문할아버지가 막달이할머니에게 읽어주는 부분이 있는데, 뭐 큰 이야기는 아니에요. 거기서 느낄 수 있었던 건 어르신들은 역사와 함께 해오신분들이라는 거. 그리고 그들이 바로 역사라는 거죠. 아마 이점을 극작가는 말하고 싶었나 봐요.
근데요 또 보면서 그다지 성에 차지 않는 부분이 있었어요.
또 뭔데!?
그 동네 망나니 태호요. 이기적이고 방만한 점에서 분명 현대인들을 대표하는 캐릭터중 하나일터인데, 제가 보기에는 그저 어리석고 철없고 자기만 아는 그런 멋모르는 아이로 보여요. 그냥 철없는 젊은이 있잖아요. 딱 그런 캐릭터! 더군다나 부모님 없이 할머니 밑에서 자랐으니 그 반항심이 더 크죠. 태호는 개인사로 인한 철없는 이기주의자일뿐 관용과 사랑에 무심한 현대인들을 대표한다고 보이진 않았어요. 그 점이 조금 아쉽네요.
흐음.. 그런데 내 궁금한 게 있다. 도대체 달이 의미하는 게 모꼬?
제가 보기에는 이래요. 먼저 도문할아버지와 막달할머니가 만나는 그날 밤, 그리고 도문할아버지가 눈을 감는 그 밤에 달은 다 보고 있었어요. 그리고 달은 예나 지금이나 늘 똑같이 밤이 되면 우리를 비춰주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내 가슴 한구석이 뿌듯하고 기쁘다면 그건 달이 내 가슴을 달빛으로 따스히 감싼 이유이고, 내가 잘못을 하였을 때 밤이 되서 가슴에 죄책감이 더 살아난다면 그건 달빛이 죄책감을 더 비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 생각하거든요. 왜 흔히 하늘은 모든 걸 알고 있다고 하잖아요. 같은 맥락으로 이해될 수 있을 거 같아요.
달은 다~아 보고 있으니 그럼 착하게 살아야겠네!? 그제?
그렇다고 보는 건 어느 정도 비약석인 말이겠지만 저도 그렇다고 봐요. 남을 배려하고 값싼 동정이 아니라 진심으로 이해할 줄 알고 또 내 옆 사람, 내 가족, 내 이웃을 다시 한 번 처다 보는 것만으로 표면적인 이기주의 사회풍토가 어느 정도 가라앉지 않을까 생각해요. 흔히 소셜네트워크다 뭐다 말들이 많은 요즘 진정한 사회성을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았으면 좋겠어요.
2010 1118-1205 극공작소 마방진
진주의 집성촌인 대각리.
마을의 최장수 노인 도문이 습작스레 숨을 거두고, 사라졌던 그의 일기장이 발견되면서 사건은 시작된다.
파출소장 용식은 일기장의 내용을 토대로 살해동기가 있는 용의자를 색출하고, 도문의 아들 창섭과 마을의 문제아 태호가 용의선상에 오른다. 그러나 강도 사건 한번 없었던 대각이에서 일생을 살아온 마을 주민들과 용시에게 살인 사건은 영화 속 일처럼 막연하고 남의 일 같기만 하다. 사건의 진상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일기르 통해 드러난 도문의 과거와 외로움을 알아주는 이는 치매를 앓는 태호의 할머니, 막딸 뿐이다. 결국 박노인 살인사건의 수사는 흐지부지 일단락되고, 사람들은 도문의 원혼과 마을의 안녕을 기리는 푸닥거리를 치른다.
조형석
잘하는 건 없고 부족함만 가득한 부끄러운 사람입니다. 아! 잘하는 거 하나 있네요. 신도림역에서 1등하는 거. 출입문이 열리자마자 튀어나가는 필자는 스스로 뿌듯해 합니다. 아싸! 오늘도 1등! 뭐 맨날은 아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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