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2011 신촌연극제 「아미시 프로젝트」- "왜 저를 용서하는 겁니까?"

2011. 3. 15. 15:58Review


2011 신촌연극제 「아미시 프로젝트」
- "왜 저를 용서하는 겁니까?"

 

글_ 조원석



 



신촌 더 스테이지. 매표소 위에 붙어 있는 포스터는 ‘아미시 프로젝트’. 실화 또는 매스컴이 떠드는 설화(舌話.) 한 남자가 아미시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10명의 아이들을 향해 총을 쏘고, 자신은 자살. 아이 다섯은 사망. 아이 다섯은 중상. 충격적인 뉴스와 그런 뉴스의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광고들. 광고를 닮은 뉴스와 뉴스를 닮은 광고. 입을 벌린 충격과 입을 다문 충격.

 

동그란 챙이 달린 모자와 하얀 보닛. 멜빵바지와 치마. 가스등과 마차. 문명의 이기를 선택하지 않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마을. 아미시 마을. 청교도의 후손들. 바깥에서 부르는 그들의 이름. 아미시.


 


다르기 때문에 갖는 관심. 별난 사람들. 평화를 사랑하는 별난 사람들. 성경의 말씀을 실천하는 별난 사람들. 편리함을 추구하지 않는 별난 사람들. 타인 앞에서 부끄러워하는 별난 사람들. 내일을 걱정하지 않는 별난 사람들. 소박한 공기를 마시는 별난 사람들. 별나기 때문에 갖는 관심. 바깥에 있는 사람들은 심심하다.

 

거대한 입을 가진 매스컴이 놓칠 수 없는 사건. 아미시 마을에 우유를 배달하던 남자가 아미시 학생들에게 총을 쏜 사건. 화약 냄새를 맡은 매스컴이 살인 사건을 해부한다.

저를 먼저 쏘세요. 그 다음에는 저를 쏘세요. 작은 심장들이 보여준 용기. 차가운 총알에 식어간 심장들을 탄알의 속도로 보여주는 뉴스. 매스컴을 닮아가는 사람들의 입. 얼굴 없는 눈물과 화약처럼 폭발하는 분노. 그런데 흐르는 눈물과 넘치는 분노를 초라하게 만드는 사건이 일어난다. 살인자를 용서하고, 살인자의 가족을 위로하는 아미시 사람들. 아이들이 보여준 용기와 어른들이 보여준 용서. 거대한 입을 벌린 채 멍청해진 매스컴. 그들이 보여준 용서를 해부하지만 알 수가 없다.

알 수가 없다? 알고 싶기는 한가?


 




연극은 아미시인들의 생활 방식에서 용서의 뿌리를 찾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그들의 생활방식은 성경을 기초로 하고 있다. 결국, 용서의 뿌리는 성경이다. 너무나도 쉽게 알아버렸다. 이제 실천으로 옮기기만 하면 된다. 실천으로 옮기기가 힘들다면 성경을 믿는 사람들 곁에서 성경의 말이 어떻게 행동으로 나타나는지 배우면 된다. 그들의 행동을 배웠다면 이제 실천으로 옮겨보자. - 자, 이제 전쟁이다.

 

나 역시 아미시인들의 생활 방식에서 용서의 뿌리를 찾는다. 간소한 생활과 절제된 생활. 문명의 이기를 사용하지 않는 고집. 편리함보다는 불편함을 감수한 생활. 그들은 자신들을 용서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자신을 용서하지 않기 때문에 타인을 용서할 수 있는 것이다.



 

고해성사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고해성사를 통해 자신을 용서하는 사람들이 있다. 고해성사는 면죄부가 아니다. 타인의 죄를 보기 전에 자신의 죄를 먼저 보는 것이 고해성사다. 간음한 여자 앞에서 예수는 “ 너희 중에 죄가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고 했다. 이 일화에 나오는 여인을 자신으로 해석하는 사람들이 있다. 죄를 지은 사람이 “ 너희 중에 죄가 없는 자만이 나를 치라.”고 말한다면 이것은 성경을 정반대로 해석한 것이다.

이 연극에서도 어린 나이에 임신을 한 여인이 등장한다. 자신을 쳐다보는 사람들에게 항상 하는 대사가 있다. “당신이 무슨 생각하는지 알아요.”

이 대사는 타인의 죄에 유난히 호기심을 발휘하는 세태를 보여주는 말이다. 타인의 죄에 관심 있는 사람들. 그들이 ‘용서’라는 단어를 알 리가 없다.

 

우리에게 ‘용서’를 보여주었던 아미시 사람들.

아미시 사람들은 고해성사를 할 때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 왜, 저를 용서하는 겁니까?”

 

 

*인디언밥에서 아미시프로젝트의 초대 이벤트를 진행중입니다. 많은 참여 부탁 드려요. ^^


극단 C바이러스, 노네임씨어터컴퍼니 공동제작
2011 신촌연극제 - 아미시 프로젝트
2011 0305 - 2011 0410 신촌 The stage


아미시인 그리고 아미시 총기 사건

아미시인은 약 300년 전 종교의 자유를 찾아 아메리카 대륙으로 건너 온 독일과 스위스 중심의 크리스천들로서 평화롭고 금욕적인 공동체 생활을 지향한다. 이들은 새로운 문명을 완강히 거부하고 일상생활에서 18세기의 검은 모자나 양복을 입으며 마차를 사용하는 등 문명의 이기를 거부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공동체이다.
2006년 10월, 이러한 아미시인들에게 큰 사건이 찾아왔다. 아미시 초등학교에 한 남자가 난입해 10명의 아이들을 총으로 쏘고 자살을 했다. 총기 사건이 끊이지 않는 미국이었지만 이 사건이 주목을 받았던 이유는 평화로운 삶을 사는 아미시인들의 마을은 미국의 유일한 안식처로 여겨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더 놀라운 일은 그 후에 일어났다. 아미시 주민들이 아이들을 살해한 범인을 용서한다고 발표를 했다. 더불어 살인자의 장례식장을 찾아갔으며 그의 가족을 찾아가 위로했다.
<아미시 프로젝트>는 미국 전역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아미시 총기 사건과 살해범을 용서함으로써 진정한 용서가 무엇인지를 보여 준 아미시인들의 이야기를 객관적인 시선으로 그린 작품이다.

팩츠(FACTS)와 픽션(FICTION)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작품들을 보면 좀 더 사실적으로 그리기 위해 그에 따른 많은 조사와
사건과 관련된 실존 인물에 대한 인터뷰가 따른다. 그러나 <아미시 프로젝트>의 원작자 제시카 딕키(Jessica Dickey)는 사건을 실제로 겪은 진짜 사람들이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음을 의식하고 있었기에 사건과 관련된 인물들에 대한 조사나 인터뷰는 전혀 하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원작자는 작품을 만들면서 팩츠(FACTS)와 픽션(FICTION)의 경계를 어떻게 두어야 할지 상당한 고민을 하였고 다음과 같이 나누었다.
<아미시 프로젝트>의 팩츠(FACTS)는 2006년 10월에 일어난 사건이 바탕이 되었다는 것이고 원작자는 이 작품을 통해 사건에 대해 이야기 하려는 것이 아니라 아미시인들이 보여준 연민과 용서를 보여주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아미시 프로젝트>의 픽션(FICTION)은 극에 등장하는 7명의 인물들은 모두 허구의 인물들이란 것이다.


2011 신촌연극제
cafe.naver.com/actingyouth

 

글쓴이 조원석은 서울 271번 버스 승객, 진로 마켓 손님, 이 현수의 남편. 상추를 키우는 정원사. 구피 열아홉마리를 키우는 어부. 도장 자격증이 있는 페인트공. 시나리오 '벽에 기대다'를 50만원에 팔고 남들한테 자랑하는 사람. "현실"이라는 제목의 소설을 쓰다가 말다가 하는 게으른 사람.
그 외에도 수많은 "나"가 있어 어떻게 소개해야 할 지 모르는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