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4. 27. 16:31ㆍReview
음반리뷰 - 파렴치악단 『와인의 밤』EP
글_ Floyd K
“파렴치악단은 홍대주변에서 활동하는 인디밴드이다.” 이 식상하고 뻔뻔한 소개를 이겨내기 위해 그들은 어떠한 차이를 생산하고 있는가. 자립음악가 생산자모임 산하 레이블 인(디)혁(명)당 로동 3호 『와인의 밤』EP
빠르게 가 보자. 보컬 – 강현우, 기타 – 홍지현, 베이스 – 공진, 드럼 – 안악희로 이루어진 파렴치악단의 이번 앨범은 총 6개의 트럭으로 구성되어있다. 1. 축생도, 2. 그라운드 제로, 3. 자정의 독백, 4. 내 꿈은 밤에 피니까, 5. 와인의 밤, 6. 쓸모없는 세대.
밴드가 밝히듯이 “멜로디는 따라부를 수 있어야”하며 자신들은 “개러지 펑크 팝”인데 “현 시대의 아무것도 믿지 않는”이들의 작업이라 하기에는 매우 선명하다. 멜로디는 선명하게 쏙쏙 들어오고 밴드의 그루브도 서로를 침해하지 않으며 뚜벅뚜벅 걸어간다. 레벨을 조금 높인 보컬의 선명한 목소리와 균형잡힌 녹음이 아무것도 믿지 않는 밴드의 생산물이라는 것은 기이하다.
01. 축생도
축생도. 말 그대로 동물의 삶이다. 보컬의 가벼운 터지는 고유성 없는 못난 삶으로 굴러 떨어진다. 왜 차이를 생산해야 하는가, 왜 튀어야 하는가. “어차피 다 부서질 꿈인데”
02. 그라운드 제로
축생도에 이어지는 추락의 정서. 제목, 곡 모두 선명하다.
03. 자정의 독백
파렴치악단이 공개한 맛보기 트랙 3번 ‘자정의 독백’ http://soundcloud.com/akheeahn/track
『와인의 밤』 EP의 곡 대부분은 스카와 펑크, 엔카의 영향을 받고 있어서 일단 흥겨운데 이 곡의 경우 대놓고 흥겹다. 장르적 특성을 정확하게 따른 곡.
04. 내 꿈은 밤에 피니까
보컬의 역량이 가장 빛나는 곡이라 생각한다. 몽글몽글한 기타음이 얹어진 보컬의 처연한 음색이 산듯하다.
05. 와인의 밤
‘신도 없고 악마도 없는’ 양쪽의 부정위에 서서 허무와 몰락을 신나게 노래한다. 기교없이 내지르는 보컬과 속도감 있게 치닫는 전개가 EP의 타이틀 곡으로서 손색없다. 흥겨운 전개에 대비되는 몰락의 감성은 청자에게 비틀림 더 이상 주지는 못하는데, 이건 곡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사는 와인의 밤이 그렇기 때문이리라.
06. 쓸모없는 세대
전쟁이나 거대한 자연재해로 인해 사라진 이들은 통상 잃어버린 세대(The Lost Generation)로 표현된다. 이들은 사회에 의해 호출되어야 하나 그러지 못한 결여를 대표했었다. 이에 반해 밴드가 노래하는 쓸모없는 세대(The Useless Generaion)는 사회에 넘쳐나는, 부산물인, 쓰레기인, 잉여인 세대를 의미한다. 그들은 사회에 의해 호출되는 것이 아니라 거부당하며 ‘내 몸 하나도 뉘일 데 없’는 ‘이 험악한 세상 속’의 피해자 축에도 끼지 못하는 논외의 대상이다. 그래도 ‘쓸모 없는 세대를 향하여 건배’
파렴치악단의 『와인의 밤』 EP에 흐르는 정서는 복고와 공허이다. 복고의 정서는 그들의 음악적 스타일, 스카와 펑크에서 취할 수 있지만, 공허의 메세지는 더 이상 상상되어진 음악의–삶의 황금기로 회귀할 수 없음을 표현한다. 흥겨움과 절제된 단순함을 관통하는 단어들–부서진 꿈, 허망한 경탄, 사라짐, 찬 보도, 억울함, 쓸모없는, 미련–은 “자아, 과거, 연애”의 굴레속에 청춘의 개인사로 침잠해가는 오래된 유행과는 결을 달리한다.
밴드의 메세지를 따라 개인이 아닌 외부로 눈을 돌려보면 흔한 불평과 신경증을 퍼뜨리기 보다 망한 세상, 어서 손 털고 일어나자 하는데 이 또한 가부를 떠나, 우리가 겪은 수 많은 ‘와인의 밤’에 함께하던 메세지다. 한탄과 탄식, 세상에 대한 포기선언이 가득하지만, 그 출구없는 곳에서 어떤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지에 대해 밴드는 정확하게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어쨌든 살아가야 한다면, 탄식과 절망을 모아 뭐라도 해야 하지 않겠는가.
펑크, 스카, 엔카의 장르적 특징에 산듯한 허무주의까지 버무려진 『와인의 밤』EP는 ‘인디음악’으로 통칭되는 무리의 기준에서 보자면 중상급의 레코딩과 세심한 노랫말은 청자를 실망시키지는 않는다. 그러나 전체적인 앨범의 전개는 밋밋하다 할 수 있는데 그것이 장르적 특성에의 천착에 의한 것인지 밴드의 역량에 의한 것인지는 지금으로서 판단 할 수 없다. 속히 ‘와인의 밤’을 지나 숙취에 허덕이면서도 냉수를 퍼마시는 아침이 오기를.
발매일 : 2011년 3월 21일
커버아트 : 최지룡 http://www.jiryonghouse.com/
앨범구매
향뮤직 : 파렴치악단 와인의 밤
Songfair : 자립음악생산자모임
먹는거에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아름다운 여인, 문학, 사소한 욕망, 음악, 정치와 관련된 농담을 잘 합니다.
학부에서 철학을 전공한 후 대학원도 갔지만 때려치웠습니다.
현재 혼자 살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렇게 살 것 같습니다.
맞춤법을 준수하지 않습니다.
twitter_ @picot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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