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인권문화생산모임 맥놀이'의 '레알 게이라이프' 이야기 -「꽃 피는 포장마차」

2011. 3. 28. 13:51Review

다름을 받아들이긴 쉽지 않다. 그러나 다름이 틀림은 아니다.

'인권문화생산모임 맥놀이'의 '레알 게이라이프' 이야기
-「꽃 피는 포장마차」
 




글_ 조형석





크리스마스를 앞둔 종로의 한 포장마차. 자신의 애인에게 헤어지자는 통보를 받고 씩씩대는 '덕만'은 이곳을 자주 들리는 단골손님이다. 그리고 그를 위로하는 포장마차 주인 '인철'. 게이임을 알면서도 '덕만'에게 더없이 친절하게 대하는 '인철'에게 '덕만'은 혹시 형도? 라는 의문을 갖게 되고 '인철'은 '덕만'에게 사실 자신도 게이임을 밝히게 된다. '인철'이 게이임을 알게 된 '덕만'은 '인철'에게 '태준'을 소개해주게 되는데 그 와중에 '인철'과 헤어진 '재희'는 '인철'을 못 잊어 찾아오고, '인철'의 모(母) '경숙'은 아들의 마음을 어떻게든 돌려서 장가를 보내려 한다.

 

인철과 태준의 소개팅 장면

 

사실 '마누엘 푸익'의 동명 소설을 무대로 옮긴 '거미여인의 키스' 라던지 영화 '왕의 남자'의 원작인 '이(爾)' 등 동성애를 소재를 다룬 작품들이 여럿 있었다. 그 가운데 연극 '꽃피는 포장마차'가 엉성한 무대 속에서 탄탄한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현실적(흔히 말하는 레알 게이라이프)이기 때문일 것이다. 정치적, 역사적, 이념적 성향을 모두 지우고 가장 드라마틱한 이야기로 접근한 점이 관객들이 거부감 없이 쉽게 받아들여지기 쉬웠던 이유였다. 더하여 각 인물이 평범한 삶의 이웃사람처럼 다가왔던 점도 같은 이유 중 하나이다.

 


동성애를 논할 때 끊임없이 등장하는 기독교의 윤리사상은 어김없이 이 연극에도 등장한다. 인철이 모(母) '경숙'은 아들을 위해 매일같이 새벽기도를 나가고, 어디서 알 수 없는 남자 만들어 준다는 약을 '인철'에게 계속 가져다준다. '인철'은 어머니가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고 헛되이 고생만 하는 것 같아 속상한 마음에 어머니에게 화를 내기도 한다. 그렇게 모자지간의 갈등은 커지는데 여기서 '경숙'은 기독교적 윤리와 기득권에 갇힌 인물로 대변된다. 그녀는 인철에게 깜짝 파티를 준비한 '태준'과 예기치 않은 만남에서 '태준'에게 "도대체 젊은 사람들이 왜 그래?! 다른 사람들이 다 반대하는데 왜 그래!" 라며 화를 낸다.

 

호모포비아 등장장면



성경에서 말하는 아담과 이브 이후로의 생명창조에서 동성애는 성경에 대한 역행이자 악으로 규정된다. 많은 성경구절에서는 여러 차례에 걸쳐 동성애를 죄악시하는데 여기서 '인철'의 마음을 바꾸려는 '경숙' 역시 마찬가지이다. 자신의 아들 포장마차에 들락거리는 게이들을 보며 혀를 차고, 불편한 시각으로 바라본다. 어머니의 마음과 기독교적 윤리가 합쳐진 '경숙'은 우리 사회에서 동성애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점을 대변한다. 그렇게 극의 갈등이 끝으로 치닫으며 극적 화해가 이뤄지는데 이 부분이 연극「꽃피는 포장마차」의 압권이다. '경숙'은 '인철'의 새로운 사랑 '태준'과 우연찮은 만남에서 '태준'에게 "그것은 사랑이 아니잖아." 라고 말한다. 그러자 '태준'은 "그게 사랑이 아니면 전 제가 아닌 거죠"라고 답한다. 모두가 아니라고 해도 자신의 모습을 외면할 수 없었던 '태준'의 진실 된 마음과 그리고 '인철'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태준'의 마음에 마음이 움직인 '경숙'은 악수를 청하며 손을 잡고 뜬금없이 기도한다. 드디어 '경숙'이 인정을 하게 되는구나! 라고 생각했던 관객들은 뜬금없는 주님소리에 웃음을 터트리는데. 이 부분은 쉽게 깨어지지 않은 고정관념에 대해서 어머니의 마음으로 진정 다 잘되기를 바라던 '경숙'의 따뜻한 마음이라 보이기도 한다.

 

극은 마지막으로 갈수록 훈훈함이 피어오른다. '경숙'은 '태준'의 만남 이후로 아들과 아들의 삶에 인정 하게 된다. 그리고 극은 '경숙'에 대한 미안한 마음에 '인철'이 매일 몰래 가져다 놨던 장미가 포장마차 소주 뚜껑 발에 소주 뚜껑 대신 걸린 장면을 보여주며 모든 갈등이 해소되었음을 말한다. 마침내 크리스마스가 되었을 때 모두가 포장마차에 모여 따뜻한 크리스마스를 맞게 되고, '인철'은 자신을 위해 기타를 쳐주는 '태준'에게 입맞춤을 하며 극은 막을 내린다.

 

극이 즐거웠던 점은 뚜렷한 기승전결과 해피앤딩 때문이지 아닐까 한다. 여기에 덕만의 긍정적 캐릭터와 깨알 같은 연기와 ‘인철’의 전 여자친구 ‘재희’의 에피소드가 극의 재미를 한청 더했다. 무엇보다 연극「꽃피는 포장마차」극의 주인공은 단 한 명 뿐만이 아니다. 성적소수자를 주변에 둔 이들에게, 그리고 성적 소수자에게 각 인물은 관객의 감정을 충실히 대변하였고 그 감정을 옳게 풀어냈기 때문이다.

 

 

처음 극의 초반 애인에게 버림받은 '덕만'은 이런 말을 한다. "사랑하는 사람도 날 싫어하고, 모르는 사람도 날 싫어한다."

사회적 소수자라는 이유로, 많은 동성애자가 멸시받고 범죄자 취급을 받아왔다. 예전과 달리 고정관념에 무게를 두지 않는 젊은 세대들마저 그들을 쉽게 인정하기 어렵다고 하는 건 무엇보다 우리사회에서 동성애는 사랑보다 섹스로 인식하는 데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갈수록 그늘로 들어가고 더욱 어두워진 환경 속에서 그들만의 사랑을 나누는 것이다. 어쩌다가 동성애자임을 밝히게 된다면 더 아닌 이슈가 되곤 한다. 최근 영화감독 '김조광수'씨의 동성결혼발표는 마치 특종처럼 여겨졌다. 누군가의 진정한 사랑을 찾았음에 비난과 우려의 목소리보단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이 우선일터인데 아직 우리 사회는 이런 이슈가 엇나간 시선의 특종으로 분류하곤 한다.

 

다름을 받아들이긴 쉽지 않다. 그러나 다름이 틀림은 아니다. 프랑스는 1970년대부터 동성애에 대한 시각을 넓혀왔는데 많은 유명인사의 커밍아웃이 사회적인 거부감을 지우게 하였다. 우리나라 역시 지난 10년 동안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무지개 행동이나 친구사이처럼 목소리를 내왔고, 무엇보다 방송인 '홍석천'씨 이후로 성적소수자에 대해 개방적인 시각을 가지게 되었다. 앞으로 갈 길이 멀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서울에서 열리는 퀴어 퍼레이드가 올해로 12회째를 맞는다고 한다. 이와 같은 행사가 런던이나 토론토의 레즈비언 게이 페스티벌처럼 대규모 행사로 확대되어 모든 이들이 함께 즐기는 성적 다양성의 공간이 자리 잡을 날이 머지않았다고 생각한다. 과거 추진해오던 성소수자차별금지법이 다시 법으로 제정되어야 할 터이고, 기득권들의 인식변화가 가장 필요할 시기이다.

 

물론 고정관념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의 사랑에 대해 잘잘못을 논하기 전에 그들의 인권을 생각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자세를 가진다면 그들은 더는 음지에서 어두운 모습으로 비치는 것이 아니라 양지에서 우리와 같은 모습으로 떳떳한 사랑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마치 포장마차에 소주 뚜껑을 대신해 걸려 있던 그 많은 장미처럼.

 


 

인권문화생산모임 맥놀이 - 꽃피는 포장마차
2011 0304 - 0313 대학로 풍기문란센터
맥놀이 활동가 '적이'가 작품을 쓰고 연출을 맡아 성소수자로서의 자신의 삶을 풀어낸 첫 작품이다. 종로 3가에서 실내 포차를 운영하는 주인공이 친구와 가족에게 자신의 성정체성을 밝힌 후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게이의 일상을 담았다.

문화인권모임 맥놀이
맥놀이는 펼치고 문학을 창작하며 인권을 고민하는 문화 모임입니다. 사회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창작 연극 공연과 인권과 관련된 교육 사업을 매년 꾸준히 펼치고 있습니다. 더불어 인권단체와의 연대와 시민운동을 통해 사회의 올바른 가치를 추구하고 부당한 정의에 대항하는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중입니다.
cafe.naver.com/maknoli.cafe

 

필자소개 _ 조형석
잘하는 건 없고 부족함만 가득한 부끄러운 사람입니다. 아! 잘하는 거 하나 있네요. 신도림역에서 1등하는 거. 출입문이 열리자마자 튀어나가는 필자는 스스로 뿌듯해 합니다. 아싸! 오늘도 1등! 뭐 맨날은 아니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