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2. 19. 17:35ㆍReview
귀, 기울여, 들어, 보다
2014 서울 똥고 비엔날레
서울똥꼬 비엔날레의 멤버 민2와 인터뷰
글/정리_ 이다
▲신윤복이미지 (민2민2, 어린이, 저감독_서울똥꼬비엔날레_2014)
연남동 소재의 갤러리 ‘플레이스 막’에서는 지금 2014 서울똥꼬 비엔날레의 5회 차 전시가 ‘서울똥꼬와 함께하는 미술여행’이라는 제목 하에 이루어지고 있다. 17일 전시장에 들른 필자에게는 우연찮게 서울똥꼬 비엔날레의 멤버 민2와 인터뷰를 가질 기회가 있었다. 작업 감상과 인터뷰를 종합하여 ‘서울똥꼬와 함께하는 미술여행’의 인상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아폴로 맛 전시라는 것이다. 사회 4대악 중 하나로서의 불량 식품이 아니라, 친근하고 착착 감기는 불량식품 말이다. 본 전시는 26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며, 하단에 첨부한 인터뷰 내용은 지면상 축약/재구성되었음을 알려둔다.
민2: 날씨가 많이 춥다. 오래 기다리셨나.
이다: 그런 감은 별로 없다. 후방 전면에 놓인 캔버스에 색칠을 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녹음된 컨텐츠도 재미있었고.
민2: (웃음) 그렇다면 다행이다. (사이) 기존 인터뷰 기회가 많지는 않았던 탓에 어떻게 (인터뷰를) 진행해야할지 모르겠다.
이다: 저도 전시를 보면서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는데, 미처 서면으로 정리는 못 해두었다. 말 주변이 잘 없기도 해서 다소 두서없을지 모른다. 해서 미리 양해드리며, 제게 떠오른 몇몇 질문을 드려보겠다. 우선 팀명을 듣고 ‘왜 하필 똥꼬란 단어를 붙인 걸까’ 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민2: 저희는 단어 배후에 견고하고 고정적인 의미를 전제하지 않는다. 착상 과정도 항상 즉흥적이고, 팀명도 그렇게 지어진 것이다. ‘똥꼬’라는 단어가 그렇듯이 으리으리한 무언가 대신 키치적이라고 하나, 어찌 보면 과격할 수 있는 솔직함을 표방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그런 감성을 좋아한다.
이다: ‘플레이스 막’에서의 소개 글에서 ‘서울똥꼬’ 팀이 이동성을 중요한 화두로 삼고 있다는 내용을 봤다. 팟캐스트가 사실 중심 매체인 것 같은데, 전기적 내용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나간 것 같다.
민2: 사실 아무도 전시 방식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으레 작품은 화이트 큐브라는 고정성 짙은 공간에 전시되는 것이라는 통념이 강한 것 같다. 하지만 현대에는 생활리듬이 빨라지면서 작품 감상을 위해 정해진 기간 내에 정해진 공간으로 찾아가는 것도 부담스럽고 힘들게 된 것이 사실이다. 시대가 바뀌면 작품이 다가가는 방식도 변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뭔가 사변적으로 들리는데, 그런 거창한 걸 의도하는 건 아니고. (웃음) 내용도 오늘날에 맞춰 재미있게 만들어보고 싶었다보니 코믹한 왜곡도 있고 그렇다. 저희가 원래 재미있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심각하게 머리 싸매고 그런 것 보다는, 그냥 낄낄대며 웃고 사전 검열 없이 자유롭게 이야기를 풀어놓다가 괜찮다 싶은 게 나오면 즉흥적으로 ‘재미있어? 그럼 통과’ 된다. 그런 식으로 항상 실험을 하고 싶어하고, 이번에도 그렇게 (발상이) 나온 거다.
▲ 상자트리_혼합재료_가변설치_2014 (사진출처_플레이스막 웹페이지)
다만 ‘전시’하면 일차적으로 드는 생각이 뭔가 볼거리가 있어야 한다, 그러니까 시각적인 매체가 빠지면 안 될 것 같은 그런 생각에서 저희 역시 자유롭지 못했던 것 같다. 처음에 의도한 건 팟캐스트 뿐이었던 만큼 사실 음성만 있어도 무방했을 텐데도 쉽게 다른 것들을 배제 못했다. 저기 있는 설치작업은 마침 크리스마스 시즌이기도 해서 즉흥적으로 집어넣은 거고. 특히 후방에 큼지막한 캔버스가 있으니까 그게 중심 매체처럼 되어버려서 사람들이 다 그것만 본다. 부수적인 이미지들이 세져버려서 팟캐스트가 약간 묻힌 것 같아 아쉽다. 그건 계산 밖인 거지. 공부가 더 필요하다.
이다: 처음 기획단계에서는 지금 여기에서처럼 관객 참여가 필수적인, 가변 설치나 캔버스까지는 생각을 안 하셨다는 말씀이시다. 그런데 그게 재미있다. 종합적으로 생각해보면 미술관의 문턱이 높아 대중들에게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고민을 하셨던 것 같고, 저로선 그게 이론 공부하는 입장에서 평소에 고민하던 문제이기도 해서 공감적으로 봤다. 이번의 유머러스한 작업에 대중들을 끌어당겨야지, 참여를 유도해야지 하는 의식이 개입된 건가 싶다. 그런데 누구나 웃을 줄 안다지만 각자 취향이랄지 코드는 다르다. 분변학적인 표현이 종종 (파일에서) 들리던데, 이거 마니악하지 않나 싶었다. 개인적인 생각일지 모르지만 호불호가 크게 갈릴 코드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 그런 고려는 안 하셨나.
민2: 우선 끌어당긴다는 말 까지는 몰라도 확실히 일부러 발품 팔지 않아도 되게 일종의 ‘찾아가는 서비스’같은 거랄까. 감상공간을 찾을 시간 자체가 부족해지는 것에 대한 대안 차원이다. 실제로 그런 게 있으면 좋겠지만 워낙 쉽지 않은 문제고, 그런 이상 ‘작품이 변하면 되지’ 하게 된 거다. 현대미술이 굉장히 어렵지 않나. 미술 하면 왠지 칸트, 라캉 정도는 읽어줘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일반화하기는 그런 문제지만, 몇몇 작가들은 보기에 따라 굉장히 불친절한 것 같다. 뭔가 고귀하고 고차원적인 의식을 가지고 작업을 한 뒤에 ‘내가 뭘 의도했는지 설명을 일일이 해줘야 해? 알아서 봐.’ 하고 던져 놓는 것 같다고 해야 하나. (그런 데 반감이 있다 보니) 발상 자체가 엉뚱하고 우발적인 면이 있다. 점잖은 지적 유희에는 그래서 별로 뜻이 없다. 거기엔 기본적으로 작품이 개념으로 경직화할 위험이 있는 것 같다. (미술이) 너무 격식적인 것만 나오지는 않는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왜 요리만 해도 같은 재료로 다양한 레시피가 나오지 않나. 병맛 같은 것도 그래서 좋아한다. 그런 감성은 멤버 구성이나 각자의 평소 생활 패턴이 다양한 점도 한 몫 한다. 전업 작가들로만 모인 그룹이 아니라서.
이다: 본인도 저학년 때 느낀 게, 이론 공부를 하다보면 작품을 볼 때 한 학기에 배운 틀에 맞는 내용만 걸러서 보이고 (내용 모두가) 그걸로 환원되는 것 같더라. 말하자면 잘 보려고 안경을 낀 건데, 풍경 대신 안경테만 보고 있는 거지. 그래서 공부할 때 말고 작품을 볼 때만큼은 판단 중지하고 직관적으로 보려고 한다. 볼 때는 보기만 하고, 판단은 나중에. 그래도 하던 가락이 있어선지 잘 안 되기도 한다. (웃음) 멤버이야기를 하셨는데, 구성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되나?
민2: 우선 영화 전공한 분도 있고, 팟캐스트에서 성우 격 역할을 담당하는 분은 사실 생업이 교사다. 언어를 잘 다루신다. 현장에서 기획하시던 일테면 전 기획자분도 있었는데 그 분은 외국에서 사실 요량으로 떠나셔서 더 이상 저희와 함께 하진 않는다. 나는 회화 쪽이고.
▲ 프리고흐달리윤복+함께칠해요, 제발_canvas_가변설치
이다: 올해가 서울똥꼬 비엔날레로 5회째 같으면 벌써 햇수로 십 년은 협업을 하셨다는 이야기다. 그 과정에서 어려운 점도 몇몇 있었을 것 같다.
민2: 배경이 다 다르고 만나기도 마냥 쉽지는 않다보니 생각 외로 의견 수렴하기가 어려운 것도 있다. 즉흥적으로 선택한 주제가 의외로 크게 성공하기도 하고, 잘 안 돼서 가끔은 싸우기도 하는 거지. 그래도 (이런 과정과) 연관해서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프로젝트가 2010년의 <지금 찾으러 갑니다>였다. 2007년 새만금 조성 사업이 시작될 때쯤 영상 하는 친구가 관광 겸 해서 찾아갔다가 ‘새만금 마지막 편의점’이라고 현수막이 딱 쳐진 편의점에서 생수 한 병을 샀었다. 원 플러스 원 행사 중이어서 원래 하나가 더 증정되어야 했는데 그 친구가 산 물병이 마지막 물병이었던 거다. ‘한 병 더 준다면서요’ 하니까 주인 아저씨가 다음에 또 오시면 챙겨두겠다고 영수증에 플러스 일 해서 동그라미를 쳐줬단다. 그 영수증을 안 버리고 있다가 뒤늦게 회의 중에 기억이 났는데,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정말 줄까’ 궁금했다. 확인해보러 가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서 장정 네 사람이 새만금까지 내려갔다.
솔직히 서울에서 새만금까지 생수 한 병 얻자고 네 사람이 움직이는 건 전혀 타산에 안 맞는 짓이지 않나. 하지만 자본의 흐름에 제대로 한 번 역행해보고 싶었다. 이후(주인이 어떻게 나올지)도 궁금하고. 해프닝 같은 요소가 작업들 전반에 산포하다보니 기록 차원에서 영상을 많이 활용하게 되는데, 카메라를 돌리려니까 주인아저씨가 경계하고 막더라. 그 사이에 사람이 바뀐 거다. 자초지종을 말하니 크게 웃으면서 한 병 가져가라고 하셨다. (웃음) 그 물병을 2년 뒤 <지금 (상 주러) 갑니다>에서 활용했다. 더럽게 개념적인 밤이라고, 줄여서 ‘더개밤’이라고 부르는 이벤트를 열어 저희의 소정의 다른 작업들과 묶어서 판매했다. 그게 가장 재미있고 성공적인 프로젝트였다고 개인적으로 기억한다.
▲ 2015 서울똥꼬비엔날레에 출품된 작품들 @플레이스막
이다: 다시 미술여행으로 돌아가겠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개인적으로 팟캐스트가 독특한 시도라서 마음에 들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재생이 원활치 않다는 거다. 어떤 건 재생버튼에 30-40초 이상이 걸리기도 하고, 소리는 작은데 음향 조절이 안 되는 기기도 있었다. 저 같은 경우는 어쨌든 진득이 들어봤지만, 한 번 귀에 꼽아보고 ‘뭐야, 안 나오네.’ 하고 말아버리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생각해보면 아깝다.
민2: 기기가 현대적인 게 아니어서 그럴 거다. ‘추억 돋는’ 느낌을 주고 싶어서 보셨다시피 CDP에 음향을 재생했는데 기계도 노후된다는 점을 고려 못 했다. 홈 레코딩 방식이라 음질이 전문적인 음원과 다르게 고르지 않은 점도 있을 거다. 그래서 저희 멤버가 전시 공간에 상주(?)하면서 기기 문제가 생기면 직접 손봐주고 의견교류도 적극적으로 하려 한다. 뭐든 사람이 나은 법이니까.
이다: 팟캐스트는 이번에 처음 준비하셨는데, 언제까지 지속할 계획인지가 궁금하다. 단발성 프로젝트인가.
민2: 이전 작업은 단발성이 강했다면 이번에는 일 년 정도의 지속적인 관찰을 요하는 ‘얇고 긴 프로젝트’를 의도했다. 16년에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계획 중이지만, 팟 캐스트의 호응 여부에 따라 말하자면 메인 작업으로 삼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지금도 계속 올라가는 중이니 팔로우 해주시고,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있다면 건의 부탁드린다.
이다: 알겠다.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하다. ■
▲ 2015 서울똥꼬비엔날레가 한창인 연남동 갤러리 플레이스 막 전경 (사진출처_플레이스막 블로그)
*지난 인디언밥 '서울똥꼬비인날레 2012' 기사 > http://indienbob.tistory.com/629
*서울 똥꼬비엔날레 팟캐스트 바로가기 >> http://seoulassholebiennale.iblug.com
**플레이스막 웹페이지 바로가기 >>> http://placemak.com/
필자_이다 소개_ “I am......”에 해당하는 의미의 ‘이다’로 지었는데 다들 귀화 방송인 모씨를 떠올려서 약간은 슬픈 얼치기 예술학도. 느물느물 흘러가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생긴 대로 사는 게 꿈. |
민2민2, 어린이, 저감독
The 5th 서울똥꼬비엔날레 2014
서울똥꼬와 함께하는 미술여행
December 12 – 26,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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