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2. 24. 08:52ㆍReview
매체의 전환, 전환된 신체
장수미 & 허성임 <튜닝>
@LIG아트홀
글_양은혜
장수미와 허성임의 협업 프로젝트 <튜닝>이 11월 28일부터 29일까지 양일간 LIG강남아트홀에서 있었다. 장수미는 LIG문화재단의 2014년 협력 아티스트로 지난 6월 음악가 이옥경과 다섯 시간 동안의 즉흥공연 <아이의 아이 I of Eye>를 선보였으며 무용가 허성임과는 작년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에서 공동안무 <필리아 Philia>이후로 두 번째 공연이다. 이들은 전작 <필리아>에서 동성 간의 우정에 대해 다루었다면 <튜닝>에서는 남성 록 스타들의 폭발적 에너지를 여성들의 몸에 대입하여 매체의 전환을 시도하였다. 남성 록커들의 성적 대상인 여성의 몸이 상체를 탈의한 채 직접적으로 표출하는 록 스피릿은 아이러니를 자아냈다.
공연 홍보 프로그램 정보에 제시되어 있던 이기팝, 커트 코베인, 헨리 롤린스의 이름은 그들의 음악을 직접적으로 연상시킨다. 때문에 관객은 록 스타들의 음악과 함께 펼쳐질 무용을 쉽게 상상하였으나 공연은 무음(無音)으로 시작하였다. 정확히 말해 바닥에 놓인 일렉트릭 기타 한 대가 무용수들 움직임의 미세한 진동으로 나오는 스피커의 노이즈였다. 그렇기에 <튜닝>은 공연과 관객간의 ‘조율’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작품에서 접근한 것은 록 음악이 아닌 ‘록 스피릿, 에너지’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 실망과 반 새로움으로 시작된 공연은 음악의 근원을 무용수들의 몸에 둠으로써 그들의 움직임이 소리의 통로로 작용하도록 하였다.
팬츠 차림으로 뒤돌아선 두 여성과 그 사이에 놓인 스피커 그리고 바닥에 놓인 일렉트릭 기타가 작품의 삼각 구도를 형성한다. 음악의 시작을 알리는 것은 무용수들의 가벼운 호흡이 그들의 척추를 타고 내려와 단전에서 쥐었다 펴기를 반복하며 나타나는 등근육의 움직임이다. 무용수들이 들이마신 숨은 스타카토로 분절되어 등과 허리를 오가며 그들의 몸을 지배한다. 무대 뒤편에 객석을 향한 스피커와 뒤를 향한 무용수들의 모습은 마치 록 무대의 뒤편에서 객석을 바라보는 듯 착시현상을 일으킨다.
음악의 청각적, 시각적인 요소를 제외하고 소외된 뮤지션의 벌거벗은 몸을 보는 데에서 록 음악은 절정을 이룬다. 록 스타들의 발성과 음악, 제스처를 연구하여 완성된 <튜닝>에서 음악의 존재는 무용수들의 호흡이며 즉흥적으로 생성되는 노이즈는 록 음악을 미니멀로 나타낸다. 이렇듯 무용수들과 바닥에 놓인 일렉트릭 기타 그리고 스피커는 탯줄처럼 서로가 서로를 연결하고 반응한다.
20여분동안 제자리에서 무용수들의 헐떡임과 떨림이 절정에 달해서야 그들은 일렉트릭기타를 중심으로 이동한다. 이때의 일렉트릭기타는 그들을 공존하게 하는 이유가 되며 그들을 연결시켜주는 매개체가 된다. 무용수들은 바닥에 있는 일렉트릭기타를 발로 두들겨 비트를 만들고 리듬을 형성함으로써 무용수의 발과 기타의 흥미로운 잼이 이루어진다. 일렉트릭기타의 제한된 면적이 무용수의 동선 범위를 제한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사운드의 원체(元體)로써 그들에게 무한한 동선을 제공하기도 한다.
장수미는 일렉트릭 기타를 바닥에 치거나 넥neck을 휘어 노이즈의 음역대를 다양화시킨다. 작품은 첫 장면에서 무용수들의 호흡에 집중한 반면 두 번째 장면에서는 직접적인 노이즈를 발생시켜 그 에너지를 이전시킨다. 직접적인 소리와 그에 대한 반응이 신체에너지를 감소시키는 느낌이 다소 있었으나 이러한 소리를 다시 제어하는 것은 신체로 무용수들은 그 집중도를 잃지 않았다.
땀에 온 몸이 젖은 채 서로의 입술이 닿을 정도로 가깝게 마주 선 그들 사이로 묘한 감정이 흐르는데 입술을 열어 장수미의 입술에 무언가 말하기 시작하는 허성임의 입술은 점점 속도를 내어 그 강도를 높이기 시작한다. 이에 맞서 허성임과 함께 말하기 시작한 장수미의 입술과 혀가 서로에게 붙었다 떨어지기를 반복하며 성적 긴장감과 메시지표출의 욕구가 지평에 달하여 그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마주본 입술이 소리 없이 말하는 입모양에서 샤우팅으로 발전되는 그들의 말은 반복되어 리듬이 만들어지는데 이는 마치 벽에 부딪히는 독백, 노래 가사로 비춰지기도 한다.
실루엣만 보일 정도의 어두운 무대에서 무용수들은 센터에 위치한 스피커 두 대를 분리시켜 큰 원으로 회전시키는데 그에 따라 울리는 공명은 극장공간을 재구성시킨다. 스피커의 이동에 따라 저음의 노이즈는 가까워졌다 멀어지기를 반복하며 우주를 연상시키는 공감각으로 확장된다. 객석등이 켜지고 장수미가 객석으로 올라와 무대 위에 허성임에게 말한다. ‘we lost new world. we lost two words.'에 대한 허성임의 대답은 ’amazing. you are almost there. incredible.' 등의 감탄사에 관한 것들이다. 무대에서 객석으로 일탈한 장수미의 철학적인 질문에 ‘it's cool'이라는 허성임의 대답으로 공연은 록 스피릿의 단면적인 인상으로 마무리된다.
록 음악의 에너지 근원은 신체, 소리, 직접적 발화로 과감하게 이동한다. 그로 인한 작품의 흐름이나 집중도가 끊어질 수 있었으나 극의 진행이 발화 수단이 아닌 에너지 자체에 집중됨으로써 각기 다른 발화점으로 다양성을 내포하였다.
<튜닝>은 작년 12월 부산LIG아트홀에서 쇼케이스를 시작으로 하여 영국과 독일, 벨기에로 순회공연을 하며 완성도를 높인 작품이다. 쇼케이스에서 뮤지션으로 참여하였던 토마스 예커의 라이브 연주가 제외되면서 이번 강남LIG아트홀에서는 무용수들의 신체 움직임이 더욱 집중되는 무대를 보여주었다. 남성 록 스타들의 음악을 무용으로 소화해 낸 장수미와 허성임은 들리지 않는 음악으로 보이는 음악을 소화해 내었다. 음악의 에너지를 두 여성의 몸에서 증폭시켜 무용수가 호흡하는 공간으로 확장시킨 또 하나의 튜닝이다.
**사진제공_LIG아트홀
***LIG아트홀 웹페이지 바로가기 >>> http://www.ligarthall.com
필자_양은혜 소개_나의 길고도 짧았던 무대 위에서의 시간은 이제 글로 영원할 것이다. |
무용가 장수미&허성임: 튜닝 - LIG강남 2014.11.28(금) ~ 2014.11.29(토) 평일 8pm, 주말 5pm *공연소개 안무가 장수미와 허성임의 두 번째 공동창작 프로젝트 신작 <튜닝>이 11월 28일, 29일 양일 간 LIG아트홀·강남 무대에 오른다. 지난 6월, 첼리스트 이옥경과 함께 다섯 시간 동안 지속된 춤과 음악의 임프로비제이션 <아이의 아이>를 통해 강렬한 인상과 화제를 남겼던 LIG문화재단의 협력 아티스트 장수미. 그리고 벨기에를 기반으로 현재는 니드컴퍼니(Needcompany)의 단원으로 활동 중인 허성임. 이 두 명의 안무가가 남성 록스타들에서 모티브를 얻은 신작 <튜닝(Tuning)>으로 한국 관객을 찾아 온다.
<튜닝>은 안무가 장수미와 허성임이 <필리아(Philia)>(2012) 이후 선보이는 두 번째 협업 프로젝트이다. 2013년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에서 선보이기도 했던 <필리아>에서 장수미와 허성임은 자전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두 여성의 유년 시절의 우정을 그린 바 있다. 신작 <튜닝>에서는, 이와는 대조적으로, 이기 팝, 커트 코베인, 헨리 롤린스 등의 남성 록스타들이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남성적인 창법과 움직임, 그리고 폭발적인 에너지를 연구하여 동양인 여성 무용수들의 시각과 몸으로 새롭게 표현해 낸다. 대중의 광적인 열광이 부재한 무대 위에서 남성적인 제스쳐를 과도하게 흉내 내는 두 여성 무용수들의 모습은 아이러니하게도 보이는 것 너머의 이면들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는 장치로 기능한다.
이번 작품은 2013년 영국을 시작으로 스위스, 독일, 한국, 벨기에를 거친 국제 레지던시를 통해 디벨롭되었다. 다국적 제작진들은 LIG아트홀ㆍ부산에서 올 여름 한 달 간의 레지던시를 통해 리허설과 오픈 스튜디오를 가진 바 있으며, 지난 11월 13일에 독일 베를린의 우퍼스튜디오(Uferstudios)에서 초연되었다. 이렇듯 긴 리서치 과정과 디벨롭 기간을 거친 결과물을 관객들은 올 11월 말, LIG아트홀ㆍ강남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창작자정보
안무/출연_장수미,허성임 음악 토마스 예커 / 조명 요핸 하커 / 드라마 터그 안나 바그너 (***본문참고_LIG아트홀 웹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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