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같은 꿈 - 드림 스튜디오

2009. 4. 10. 14:16Review

연극 같은 꿈 - 드림 스튜디오

  • 조원석
  • 조회수 285 / 2008.09.10

마포구 연남동 570-36  프린지 스튜디오가 오늘 하루는 ‘드림 스튜디오’가 됩니다. ‘드림 스튜디오’라는 제목은 연극의 제목이면서 공간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공간의 이름이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연극을 보기 위해서는 연극 안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연극 안으로 들어간다는 말은 관객의 참여를 유도하는 형식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드림 스튜디오는 프린지 스튜디오를 그대로 빌려옵니다. 그대로 빌려오지만 공연을 위한 도구는 필요하겠죠. 관객을 위한 간이 의자나 인형을 조종하는 사람을 가리기 위한 책장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있는 것을 봤으니 없는 것이 뭐가 있나 볼까요? 조명이 없네요. 천장에 달려있는 형광등을 그대로 갖다 씁니다. 배우 대기실도 없습니다. 관객 출입문으로 배우들이 들락날락 합니다. 예를 들면, 세정이 호정과 정호를 위해 빵을 사가지고 오겠다면서 스튜디오 밖으로 나갑니다. '정말 가게에 갔다 오는 건 아닐까'하는 재미있는 의심도 듭니다. 공연이 시작할 때도 배우는 스튜디오 출입문으로 들어옵니다. 이 때 저는 잠시 착각에 빠졌습니다. 공연 시작을 기다리는데, 출입문 쪽 복도에서 전화 통화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상식이 없는 사람이구나.’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전화통화를 하면서 그 사람이 극장 안으로 들어섭니다. 이 몰상식한 사람이 배우였던 거죠. 연극은 전화통화 소리가 들렸던 때부터 이미 시작되고 있었던 겁니다. 그것을 저는 오해를 한 겁니다. 마치 생생한 꿈을 꾸고 현실이라고 착각하듯이, 연기를 보고 현실이라고 착각을 한 겁니다. 이러한 착각은 한 순간 일어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착각들이 모여 공연 전체를 아우르고 있습니다. 이 착각들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살펴보는 것도 연극 ‘드림 스튜디오’를 이해하는 방식 중의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봅니다.

1. 제목에서 오는 착각 - 앞서 얘기했듯이 제목은 공간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극장은 극장의 구색을 갖춘 여느 소극장이 아니라 공연 연습실의 구색을 갖춘 프린지 스튜디오에서 열립니다. 스토리도 공연 연습실을 구하는 세 친구들의 이야기죠. 관객은 극장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제목 그대로 스튜디오 안에 있는 것처럼 착각을 일으킵니다. 관객은 스튜디오에 살고 있는 유령처럼 앉아 있다가 임대계약을 하기 전에 구경을 하러 온 세 사람을 지켜보고 있는 꼴입니다.


2. 배우들의 역할에서 오는 착각 - 글을 쓰면서,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정호. 오디션 연습을 하면서, 배우가 되고 싶어 하는 호정. 작곡을 하면서, 음악을 계속하고 싶어 하는 세종. 이 세 명은 모두 다른 꿈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른 재능을 가진 세 사람이 탈 없이 같은 공간을 작업실로 쓸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그런데 이 세 명의 다른 꿈들이 만나는 공간이 하나 있습니다. 마치 같은 작업실을 쓸 수 있듯이. 그것은 연극입니다. 글을 쓰는 정호가 희곡을 쓰고, 호정은 배우를 하고, 세종은 음향을 맡는 겁니다. 어쩌면 이 세 배우는 자신들이 몸담고 있는 연극에 대한 꿈을 얘기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이 세 배우의 연기는 마치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는 듯이 착각을 일으킵니다.


3. 드림 스튜디오에서 ‘드림’이 주는 착각 - 여기 세 명의 배우들은 모두 가난합니다. 그렇다면 이들이 갖는 꿈은 가난에서 벗어나는 것일까요?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성공해야 합니다. 각종 매체에 자신의 이름이 실리기 시작하면 돈을 벌 수 있겠죠. 글을 쓰면서,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정호, 오디션에 합격을 하기 위해 연습을 하는 호정, 자신이 작곡한 곡을 들려주면서도 음악을 계속하고 싶어 하는 세종을 보고 있으면 성공하기 위해 애쓰는 예술가들의 모습이 떠오르는 것이 사실이죠. 그런데 최종 목표가 성공은 아닙니다. 가난에서 벗어나는 것은 꿈이 아니라 꿈을 실현하기 위한 도구일 뿐입니다. 이들이 꿈꾸는 것은 자신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겁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 수 있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죠. 이들에게 성공은 도구입니다. 그리고 이 성공은 매우 작습니다. ‘드림 스튜디오’의 ‘스튜디오’처럼 작습니다. 이 스튜디오만 있어도 이들은 꿈을 꿀 수 있으니까요. ‘꿈을 계속해서 꿀 수 있는 것’이 이들의 꿈이니까요. 이들에게 ‘드림’은 동사입니다.


‘드림 스튜디오’는 살아오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가졌을 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꿈을 포기하다”라는 말이 있지만 여기 이 세 배우는 꿈은 포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잠시 꿈을 꾸지 않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숨이 차는 바쁜 현실은 꿈의 입장에서 본다면 휴식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 휴식을 끝내고 다시 꿈을 꿀 수 있으니까요. 노년기에 다시 꿈을 꾸기 시작하는 사람들을 보면 행복이 무엇인지 되새기게 됩니다. 꿈은 멈출 수는 있어도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이 소중한 충고를 되새기는 기회를 준 ‘드림 스튜디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 ‘드림 스튜디오’는 서울프린지페스티벌2008에 참여한 공연 중 하나입니다. ‘프린지’가 잠시 꿈을 멈춘 사람들에게 다시 꿈을 꿀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보충설명

극단 드림플레이의 '드림스튜디오'는 2008년 초 혜화동1번지에서 있었던 '겨울잠프로젝트'의 세작품중 하나로 선 보인후, 서울프린지페스티벌2008에서 다시 관객을 만나게 되었다.

공연명: 드림스튜디오
공연자: 극단 드림플레이
일 시: 2008년 8월 28일-30일
장 소: 프린지스튜디오
작/연출|백운철 조연출|한상완 조명감독|이기쁨 진행|김신록 외
출연|박진수(정호 역) 이현호(세종 역) 장희재(호정 역) 인형조정|이새롬 김하리

필자소개

글쓴이 조원석은 서울 271번 버스 승객, 진로 마켓 손님, 이 현수의 남편. 상추를 키우는 정원사. 구피 열아홉마리를 키우는 어부. 도장 자격증이 있는 페인트공. 시나리오 '벽에 기대다'를 50만원에 팔고 남들한테 자랑하는 사람. 주중에는 충북음성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학원 선생. "현실"이라는 제목의 소설을 쓰다가 말다가 하는 게으른 사람.

그 외에도 수많은 "나"가 있어 어떻게 소개해야 할 지 모르는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