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쌕쌕, 웅웅, 똑딱, 띵! : 프로젝트 산파 <Sonic Poem>

2026. 3. 7. 17:33Review

쌕쌕, 웅웅, 똑딱, 띵!

프로젝트 산파 <Sonic Poem> 리뷰

 

글_김강리

 

공기 펌프가 쌕쌕거리며 숨을 쉰다. 허덕거리며 점점 빨라지는 숨소리. 그러나 그는 풍선을 영영 놓쳐버린 모양이다. 풍선이 공기를 내뿜으며 날아가듯 우스운 소리만 남았다. 텅 빈 공간을 전자악기들이 천천히 채웠다가 사라지자, 세 사람이 순서대로 무대에 오른다. 세 사람은 천장에 매달려 진자운동을 하는 마이크 앞에 선다. 좌우로 흔들리는 마이크가 모은 소리는 웅웅, 낮은음을 키워간다. 낮아지는 음만큼이나 점점 무거워지는 몸, 세 사람은 차례로 내려앉는다. 하나, 둘, 그리고 전부. 

 

세 명의 사람이 주고받는 말과 말 사이에서 청년(예술인)의 경험이 나열된다. 나태하게 누워만 있지 않기, 쉬는 날 죄책감 느끼기, 다른 사람 인스타그램 보면서 좌절하기……. 이들은 남들만큼, 또 번듯하게 살아가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러나 이들은 오늘도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며, 나란히 서서 출근하는 남들을 상상한다. 세 사람이 내뱉는 긴장과 불안이 서로 부딪히면서 마치 주파수를 제대로 잡지 못하는 라디오가 내는 소리처럼 들린다. 귀는 먹먹해지고, 가슴이 아주 갑갑한 것이, 점점 숨이 막혀오자, 암전. 

 

제공: 신촌문화발전소

 

메트로놈이 똑딱거리며 울리고, 대각선으로 선 세 사람이 보이기 시작한다. 가장 앞쪽에 선 사람은 빠른 발재간을 자랑하며 춤춘다. 가운데 선 사람은 맨몸운동을 하듯 엎드려뻗친 자세에서 무릎을 당겨 일어난다. 가장 뒤쪽에 선 사람은 아주 천천히 옆으로 누웠다가 일어났기를 반복한다. 세 사람은 번갈아 가며 메트로놈의 속도를 뺏어온다. 춤추는 사람이 메트로놈을 맞추자, 마지막 사람은 발이 꼬여 넘어진다. 맨몸운동을 하던 사람이 메트로놈을 맞추자 춤추는 사람의 스텝은 지루해진다. 마지막 사람이 메트로놈을 맞추자, 다른 두 사람의 동작이 속도를 버티지 못하고 무너진다. 

 

이 소리와 소리 사이에서 친구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눈은 불면에 시달려 빨갛게 충혈되었고, 입은 무엇을 먹어도 모래알 같을 정도로 퍼석거리고, 귓가에는 언제나 긴장감이 웅웅거리며, 침대에서 도무지 일어날 수 없을 정도로 무거운 몸을 가진, 나의 친구들. 소리와 소리들은 나의 친구들이 있었음 직한 풍경 속에 우리를 놓아둔다. 이처럼 프로젝트 산파의 《소닉 포엠 Sonic Poem》은 언어와 몸짓, 일상 사물에서 나는 소리를 사용하여 사운드스케이프를 구축함으로써 청년 세대가 느끼는 사회적·심리적 압박을 감각적으로 재현하고자 시도했다. 

 

제공: 신촌문화발전소

 

오랜 기간 긴장과 불안에 시달려온 청년 세대의 경험을 청각적으로 묘사하는 이 공연은, 더 나아가 노동을 통제하기 위해 육성하는 산업예비군(Industrial reserve army) 문제를 고민하게 한다. 산업예비군은 실업자와 불완전 고용자를 통틀어 일컫는 말로, 일자리를 얻기 위한 노동자 간의 경쟁을 부추겨 임금을 생계수준 이하로 떨어트리는 실업 양상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기 위한 개념이다. 우리 사회의 실업률은 점점 높아지고, 노동의 형태는 더더욱 불안정해지고 있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기 위한 경쟁은 치열해졌고, 청년 세대의 ‘취준’은 장기화되었다. 이제 청년 세대는 자본이 원하는 인간형에서 탈락할까 무서워 자기 자신을 삭제해야만 한다. 

 

무대 위에서 소리와 소리가 보여주었듯, 지금 청년 세대는 공황 상태에 빠져있다. 우리 사회가 청년 세대에게 자신의 욕구와 욕망을 나중으로 미뤄두고 ‘구직기계’가 되기를 스스로 선택하도록 강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우리의 분노를 세계에 기입할 수 있는 기회가 여전히 남아있다. 세 사람의 배우가 발산하며 무대에 색을 입혔던 마지막 장면처럼 말이다. 그 순간에 모두들 선뜻 함께할 수 있길 바란다. 

 

제공: 신촌문화발전소

 

 

필자 소개

김강리 

미술평론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하고, 또 보기 싫은 것을 보게 하는 것에 관하여 고민합니다. 지금은 강북구 수유동에 위치한 프로젝트 스페이스 ‘GUC’를 공동운영하며, 미술-생산을 둘러싼 관계들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공연 소개

《Sonic Poem》



일시: 2025년 9월 5일(금) 20:00, 9월6일(토) 15:00
장소 : 신촌문화발전소 공연장

출연: 박세은, 손희서, 임기택
연출/사운드: 곽다원
무대/조명: 김나은
움직임: 임기택
드라마터그: 박나현
프로듀서: 이호연
홍보물 디자인: 손희서
무대/조명 크루: 이라임
현장 운영: 이서염
영상 기록: 람스튜디오
자문: 원은혜
주최: 서대문구, 신촌문화발전소
주관: 프로젝트 산파 @project_san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