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연극인 젠더감수성 워크숍] 3. 여성서사를 그려내는 영화

 

 

[전국 연극인 젠더감수성 워크숍] 3. 여성서사를 그려내는 영화

 

2020 연극의 해 사업 중 하나인 <전국 연극인 젠더감수성 워크숍 : 연극x젠더감수성, 대체 뭔데?>는 연극 안의 젠더감수성이 무엇인지 함께 알아보고 토론하고, 직접 글을 쓰는 과정입니다. 전국의 7개 지역에서 진행되는 워크숍은 강의와 토론의 의미를 넘어 각 지역에서 비슷한 고민과 불편함을 가진 동료들의 존재를 확인하고 새롭게 연대하는 소중한 시간이기도 합니다.

요즘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는 단어 ‘젠더감수성’이란 무엇일까요? 그리고 ‘젠더감수성’이 있는 작품은 어떤 작품일까요? 

이번 연재는 워크숍에 참여해주신 안산, 광주, 대구, 부산, 춘천, 대전, 전주지역의 연극인들이 보내주신 원고로 이루어집니다.

주최/주관 2020연극의해집행위원회

주관 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

후원 문화체육관광부

*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은 개인 및 단체들과 연대하여 성폭력에 맞서고 안전한 창작환경을 위해 노력하는 수평적인 연극인들의 운동입니다.

출처_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

 

 

영화 <정직한 후보> 젠더 감수성으로 읽기

 

글_최희연(워크숍 참여자)

 

영화 <정직한 후보>는 2020년 21대 총선을 두어 달 앞둔 시점에 개봉한 영화이다. 코미디 장르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정치인과 선거에 대한 웃픈 현실과 거짓과 부정부패에 찌든 정치권의 치부를 드러낸 의미 있는 영화였다. 이 영화는 장유정 여성 감독에 라미란 여성 배우가 주인공이고 올해 백델초이스10 리스트에 올라가진 않았지만(아마도 발표된 작품과 시기가 맞지 않은 듯 싶지만) 충분히 백델 테스트를 통과할 만한 영화이다. 엘리스 백델을 통해 알려진 백델 테스트의 기준은 영화 속에 이름을 가진 여성 캐릭터가 최소 두 사람 나올 것, 그 캐릭터들이 서로 대화를 나눌 것, 대화 소재나 주제가 남성 캐릭터에 관한 것만이 아닐 것,  등의 어렵지 않을 것 같지만 한국 영화에서 그 기준을 통과한 영화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은 참으로 놀랄만한다. 

그만큼 영화시장에서 여성 서사가 제대로 다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남성 캐릭터를 부각시키는 부차적인 존재로 그려지거나 전체 흐름에서 사건사고의 사고뭉치 또는 희생양으로 그려지기 일쑤였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할머니 김옥희와 주상숙 후보 두 여성이 주도적인 인물로 등장하고, 두 캐릭터가 대화를 나누는 모습에서 서로에 대해 염려하고 격려하는 장면들은 인상 깊은 장면이다. 이외에도 여성 감독의 작품이라는 것, 남편의 내조와 부인의 정치 도전 등 전통적 성 역할을 전복시키는 구도를 그려내는 점등 젠더 관점에서 의미 있게 다가온다. 이 영화뿐만 아니라 최근에 여성 감독들의 활약이 드디어 두각을 보이면서 여성 서사를 그려내는 영화들이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나오고 있어서 영화 볼 맛이 난다. 

영화<정직한 후보>에서 의미 있게 다가온 지점은 일하는 여성 캐릭터들이 많이 등장한 가운데서도, 드디어 정치 영역에서 주도적인 위치를 점한 인물로 등장했다는 것이다. 정치와 국가는 전통적으로 남성의 영역으로 간주되어 왔다. 올해 21대 총선에서도 여성 국회의원의 수는 20%의 고지를 넘지 못했다. 정치인의 모습이 남성으로 대표되는 현재 정치 현실에서 여성의 정치세력은 더욱더 커져야만 한다. 이 과정에서 ‘정직한 후보’는 여성 정치인의 캐릭터가 어떻게 재현될 것인지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지켜보게 된다. 물론 4선에 도전하는 주상숙 후보는 그동안 당 대표의 부정한 실체를 알고도 눈감으며, 정치 속물적 근성이 몸에 배어버린 비리 정치인으로 등장하지만 결국 그 실체를 밝히고 자신을 거듭나게 위치 짓고 주체화하는 데 성공해 낸다. 앞으로 더 많은 영역에서 여성의 주체적인 모습들을 영화안에서 많이 보게 될 것 같아 기대가 된다.

또한, 주상숙 후보가 역할을 하는 데 할머니 옥희가 그 뒷받침을 해주고 있는 점도 인상 깊다. 그동안 영화나 드라마에서 여성들은 남성들의 욕망과 과업을 수행하는 데 보조적인 역할로만 등장했고 여성들이 뭔가를 시도해 보려 해도 항상 문제가 발생하고 그 문제를 해결해 주는 남성들이 존재해 왔었다. 여성들은 남성들이 문제를 해결해줌으로 존재하고 유지되는 비주체적인 캐릭터들로 그려졌다. 또한 여성들이 등장을 하더라도 여성들이 영화 내에서 서로 시기하거나 아무 상관 없는 존재로 그려졌던 것에 반해 이 영화에서는 할머니 김옥희는 손녀인 주상숙을 정의롭게 정치를 잘 할 수 있다고 믿어주고 끌어주었고, 결국 손녀를 정직한 후보가 되기까지 할머니의 바람과 믿음은 큰 역할을 한다. 이렇게 두 여성 캐릭터가 서로를 믿고 지지자로서 역할을 해주는 모습으로 그려내는 것도 여성의 서사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