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밥12월 레터] Happy new year와 Best Regards의 번역어

2021. 12. 31. 23:04Letter

 

[인디언밤12월 레터]Happy new year와 Best Regards의 번역어

 

 

2021년의 마지막 날입니다. 다들 어떤 한 해를 보내셨나요? 딱 1년 전에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말과 코로나 없는 해를 바라는 인사를 나눴던 것 같은데, 같은 인사를 또 건네도 되나 싶은 연말입니다. 

 

요즘 전 내년 사업을 준비하며 ai번역 서비스 파파고와 친해졌습니다. 그 가운데 ‘Happy new year’를 번역하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가 나오는 게 전 재밌더라고요. 새해가 행복하라고 하지 않고 갑자기 ‘복’같은 개념이 등장하더니 갑자기 이걸 ‘받으라’니! 복과 업은 어떤 게 다르고 왜 제가 주체적이어야 하는거죠? 내가 받지 않아도 Happy 함이 알아서 찾아와야죠! 항의하고 싶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인디언밥은 참말로 바쁘게 달려왔습니다. 운좋게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공연예술비평연구활성화지원 사업에 선정되어 더욱 힘을 받을 수 있었어요. 이런 게 스스로 복을 받아가야 하는 문화의 산물 같은 걸까요? 올 한 해만 마흔 편 가까운 원고를 발행했습니다. 작년보다 열 편 정도가 더 많네요. 20편의 리뷰와 기획 기사 8편, 프리뷰 1편, 레터 8편이 나왔어요. 함께해주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연말 시상식 느낌으로 이름을 외쳐봅니다.

 

특유의 유머로 경록절의 분위기를 담아주신 승개 필자님(온라인 경록절)

두 전시가 그리는 생태주의와 페미니즘을 친절하게 읽어주신 샬뮈 필자님(레퓨지아, 홍이현숙:휭,추-푸)

작품과 예술가에 대한 애정을 담뿍 담아 여러 작가의 한 공연, 혹은 한 단체의 연작공연의 맥을 짚어주신 임기택 필자님(코미디캠프, 공간자화)

창작자의 이야기를 정직하게 전달하며 그 사이의 조율음을 찾아주신 윤여준 필자님(펭귄어패럴)

두 전시를 엮어 시대가 샤머니즘을 소환하는 끈을 발견해주신 강정아 필자님(광주비엔날레)

공연이 그리는 거리감과 매혹을 세밀한 문장으로 보여주신 김송요 필자님(sonans:오이디푸스왕과 함께, 우리가 모이면 축제다)

여러 공연과 장소성을 엮어 변방이 갖는 의미와 해방과 공존에 대한 질문을 던져주신 갈피필자님 (변방연극제, 위험한 커브)

편집위원으로서 인디언밥의 시각예술 파트를 책임지다시피 하며 리뷰도 여러편 남겨주신 남하나 필자님(온실열람, 죽은 아이들을 위한 노래:안녕)

음악(파란노을), 연극(뉴스페이스:연극), 축제(그러나 서커스, 서울프린지페스티벌)등 다양한 시선을 담아준 김민수 필자(사실 접니다)

페미니즘 연극제의 피켓팅에 실패한 관객들의 설움을 전편 리뷰로 달래주시기로 한 김민조 필자님 (페미니즘연극제 - 하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거리두기 4단계로 관객을 만나지 못한 연극제의 면면을 짚어주신 김민관 필자님(15분 연극제)

자세히 적는 것과 촘촘히 기록해내는 것 사이의 유난스럽진 않지만 너무 중요한 차이를 보여주신 루시 필자님(독립예술집담회, 관람모드-있는방식)

올해 최대 조회수를 자랑하는 성덕의 성덕 중의 성덕! 구슬 필자님(영화 성덕)

공연 리뷰인 척, 보다 큰 공간, 시대, 인디씬의 기억을 담아주신 오재아 필자님(46일 간의 인디여행)

특유의 수다같은 제작기로 일기 엿보는 재미를 선사해주신 김은한 필자님(잠시 섬 연극제)

전시가 끝난 후의 이야기를 좌담으로 풀어주신 김솔지, 남하나 필자님(머리 없는 몸과 백 개의 머리를 가진 여인들)

지난 해부터 이어져 온 전국 연극인 젠더감수성 워크숍까지 필자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편집위원들이 원고청탁과 업로드만 했던 건 아닙니다. 올해도 연례 행사처럼 독립예술집담회를 서울프린지페스티벌과 함께 진행했어요. 기획자 샬뮈, 한윤미 연출님, 정진세 작가님, 정찬미 감독님, 이희원 작가님, 백교희 기획자님, 강수정 사무국장님, 강영규 감독님, 플레이슈터 그리고 프린지!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 뿐 아니라 서울프린지네트워크의 힐러 덕분에 행정에서의 도움도 많이 받았어요. 

 

 

인디언밥은 내년부터 새로운 로고와 웹페이지 디자인으로 함께할 예정입니다. 박도환 디자이너님이 간결하고 재치있는 레터링으로 새 얼굴을 만들어주셨어요. <non-힙, non-셀럽, 발굴, 변방, 밥(생활과 생계), 작은 것, 시도, 다름, 낯섦, 이상함, 단단함, 울타리 …) 도무지 뭔 소린가 싶을 키워드들을 어쩜 이렇게 이미지로 통역해내는지 너무 멋져서 여러분께 보여드릴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심지어 로고 탄생을 축하하는 포스터를 제작하여 보내주셨어요. 레터에 함께 공유합니다. 꼭 자랑하고 싶었어요. 웹페이지도 점점 더 예뻐질 겁니다! 기대 많이 해주세요.

 

 

 

 

“Happy new year”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사이의 차이처럼, ai 번역기는 썩 좋은 성능을 가졌지만 그 과정에서 문화적 맥락의 손실들이 생기곤 합니다. 인디언밥에 한 해 동안 올라온 리뷰를 살펴보다 문득 비평도 어떤 번역같다는, 그것도 번역 과정에서 손실되는 문화적 맥락을 부러 보여주는 일같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해외 예술가에게 보낼 편지를 마칠 때면 전 “Sincerely” 혹은 “Best Regards” 를 쓰곤 합니다. “진심으로” 혹은 “최고 안부” 같은 말이겠죠. 이런 말로 편지를 마치는 게 썩 이상하지만 그 이상함을 계속 흥미로워하고 싶습니다. 예술가에게서 작품에게, 작품에서 비평가에게, 리뷰에서 또 다른 누군가에게 계속 의역되면서 어떤 의미들이 발견되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진심으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최고 안부!



 

독립예술웹진 인디언밥 편집위원

김민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