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서울프린지페스티벌과 더불어 성장하는 몸소리말조아라 센터

2022. 8. 31. 17:05Feature

 서울프린지페스티벌과 더불어 성장하는 몸소리말조아라 센터

 

조아라 

2021년에 이어 2022년 서울프린지페스티벌에도 다양한 예술 분야의 일곱 팀이 몸소리말조아라 센터에 모여 뜨거운 열기 속에서 공연을 올렸다. 2021년 8월, 몸소리말조아라 센터에서 아홉 팀의 공연이 예정되어 있었으나, 코로나로 인해 극장이 아닌 공간에서의 공연이 불허되면서 대부분의 공연이 취소되었고 일부 공연은 미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프린지페스티벌과 몸소리말조아라 센터는 축제를 지속할 방법을 찾고자 의기투합했고, 결국 팀 청담동과 강신우, 두 팀이 11월에 공연을 올리면서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은 한 여름이 아닌 가을에 종료되었다. 이런 상황은 아티스트, 프린지 스태프, 몸소리말조아라 센터의 공간 운영자 모두에게 힘든 과정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축제를 지속해야하는 이유에 대해 사유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내가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의 청년 예술가였을 당시, 나와 같은 고민을 먼저 해보고 시도해 온 선배와 멘토의 도움이 간절했다. 나에게 기회를 주고 질문에 함께 고민해주신 분들이 없었다면 아마 지금까지 예술 활동을 지속하지 못했을 것이다. 예술판에서 지낸 시간이 쌓여가면서 이제 나도 한 명의 예술가를 넘어 예술 생태계를, 예술가로서 내가 나누고 공유할 수 있는 지점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몸소리말조아라 센터를 운영하는 이유는 창작자가 지원금 시스템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 생태계 안에서 스스로 자생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필요를 느꼈기 때문이다. 왜,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누구와 어떻게 예술 활동을 수행해 나갈 것인가? 어떻게 하면 예술 활동을 지치지 않고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을 것인가? 

 

창작자로서 지속적으로 리서치와 실험을 할 수 있고, 지원금 없이도 작게나마 발표할 수 있는 공간, 지지와 응원의 판이 필요한 예술가들은 많다. 이곳에서 다양한 예술가들의 지속적인 네트워킹이 일어나고, 서로에게 영감을 주는 판으로서 몸소리말조아라 센터가 존재하길 희망한다. 더불어 관객들에게 극장에 아닌 대안 공간에서 맛볼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 

몸소리말조아라센터 거실 제공:조아라

 

삶과 예술의 선순환을 추구하는 몸소리말조아라 센터의 정원에는 대나무, 남천, 장미, 수국, 능소화, 포도 등의 식물이 살고 있고, 내부 공간에는 조타와 메추리라는 반려고양이가 함께 산다. 여러 시각예술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고, 전통, 연극, 무용, 미술 등 다양한 예술분야의 책들 또한 비치되어 있다. 옥상에서는 하늘을, 마당에서는 땅을 만날 수 있다. 집이라는 지극히 사적인 공간은 예술가들과 관객이 만날 때 탈극장의 대안공간으로서 공적인 공간으로 변신한다. 예술가들과 관객이 함께 만들어내는 관계망 속에서 일상과 비일상의 교섭이 일어나고, 공존으로 발생한 미묘한 에너지가 축적되며, 극장에서보다는 소소하지만 친밀한 만남이 이루어진다.

 

작년에 코로나로 인해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의 여러 공연들이 취소되는 과정에서 아티스트들과 축제를 준비하는 스태프들의 마음고생을 보게 되었고, 올해 다시금 네트워크와 축제를 재정비하려는 노력들도 지켜보면서, 퍼포머로서 있을 때는 겪지 못했던 것들을 보고 경험하게 되었다. 서로에 대한 존중, 환대, 유연한 소통, 느슨한 연대 속에서 공동체 유대감의 중요함도 다시금 체감하고 있다. 2년째 공간운영자로서 서울프린지페스티벌에 참여하면서 내 공간을 다른 사람들을 위해 비워내고, 많은 예술가들에게 판을 제공하는 나눔에 대해 배운다. 때로는 준비의 과정이 벅차기도 했지만 몸소리말조아라 센터에서 공연한 아티스트들이 이 공간에서 공연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고 말할 때, 관객들 역시 다른 공간에서 맛보지 못한 특별한 경험이었다고 말할 때 나 역시 충만해진다.

 

나는 올해 1년에 걸쳐 다원예술 프로젝트 <조아라사>를 준비하며 지역 사회 속에서 예술적 연결망 만들기를 시도하고 있다. 몸소리말조아라 센터가 위치한 마포구 신수동의 지역상권 상인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영상, 글, 그림, 사진 등으로 기록한다. 이 과정을 바탕으로 인터뷰이에 대한 오브제를 미싱으로 만들고, 노래를 짓고, 전시 및 퍼포먼스 형태로 발표하는 다원예술 프로젝트가 바로 <조아라사>이다. 그 와중에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이라는 축제를 함께 하며 몸소리말조아라 센터가 신수동의 예술적 거점 공간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고 있다.

 

‘독립예술집담회 12th with 독립예술웹진 인디언밥’ <우뭇가사리 콩국 - 우리가 뿔뿔이 흩어졌다면>에 참여하며 시대가 변함에 따라 변화한 축제에 대해서, 서울프린지페스티벌만의 매력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성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창작자들에게는 다양한 시도와 기회가 지속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중요하며, 창작자 스스로 삶과 예술의 경계를 낮추는 실천을 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 지자체, 민간기업에서 운영하는 대규모의 축제도 중요하지만, 작지만 다양하고, 자발적이면서 지속적으로 운영되는 축제 또한 더 활성화 되길를 기대한다. 

 

서울프린지페스티벌 중 커튼콜 제공:조아라

 

2022년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의 캐치프레이즈는 "네트워크 복구 중"이다. 네트워크의 복구는 시대와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모하는 장기적인 대안과 지속적인 노력으로 가능할 것이다. 또한 예술을 매개로 농밀한 관계 맺기를 통한 지속과 연대가 이루어져야 가능할 것이다. 몸소리말조아라 센터는 예술적 공유 공간으로서 서울프린지페스티벌과 더불어 진화해나가고 있다. 축제와 공연예술은 바쁘고 팍팍하고 소통이 힘든 시기의 우리들에게 몸과 몸이 만나 소통할 때 생생한 즐거움과 위로의 힘을 얻을 수 있음을 상기시킨다. 앞으로도 서울프린지페스티벌에서 다양한 만남과 발견이 일어나 아티스트, 스태프, 인디스트 그리고 관객들의 삶이 더 풍성해지는 축제가 되길 바란다. 

 

※ 추신: 서울프린지페스티벌 기간인 8월 23~24일에 공연 예정이었던 OH명은 팀 내 확진자 발생으로 부득이 하게 공연을 취소했으나, 9월 5~7일 자체제작공연으로 몸소리말조아라 센터에서 공연을 올릴 예정입니다. OH명의 <누구야오늘놀기딱좋아쉴게맥주먹자(feat.결혼하고싶어) 공연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필자소개 

조아라_‘몸소리말조아라’의 조아라는 삶과 예술의 선순환 구조 속에서 과정 중심적인 작품을 만들어 관객들과 공명하고, 지금 여기, 몸을 감각하고 소리와 움직임을 연결하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판소리움직임 탐구> 시리즈, <조각난 뼈를 가진 여자와 어느 물리치료사>, <사철가 프로젝트>, <목욕합시다>, <어쩔 수가 없어>, <수궁가가 조아라> 등을 발표하였고, 무용, 다원, 전통, 연극, 문학을 넘나들며 다양한 분야의 예술활동을 펼쳐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