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올해도 프린지 하나요? <서울프린지페스티벌2022>

2022. 8. 11. 10:56Feature

“올해도 프린지 하나요?”

서울프린지페스티벌2022 프리뷰

 

프린지 사무국

 

“올해도 프린지 하나요?” 프린지를 경험한 사람들은 매년 여름 당연하게 찾아오는 프린지를 기다린다. ‘프린지’는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은 1998년 시작되어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쉼 없이 매년 열려온 독립예술축제의 약칭이다. 심사나 장르에 대한 제한 없이 누구나 신청만하면 자유롭게 작품을 발표할 수 있는 곳, 동료 예술가를 만나고 현재의 예술생태계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곳이, 많은 사람들이 떠올리는 프린지의 모습이다.

 

하지만 코로나 시기를 지나면서 활발한 네트워킹의 장이었던 프린지조차 그 장력이 약해진 듯하기도 했다. 프린지는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축제의 거점공간이었던 월드컵경기장과 문화비축기지를 떠나, 신촌·신수·망원·연희의 민간 복합문화공간들로 축제공간을 옮겼다. 대규모 인원이 모임으로써 생기는 축제성을 포기하더라도 새로운 민간공간들과 관계를 맺고 그곳에서 작품발표를 하며 축제 이어나가기 위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하나의 응집력 있는 거점공간이 아닌 여러 곳으로 흩어진 축제공간과 코로나 거리두기 방침으로 인해 만남의 기회는 적어졌고, 8월에는 정규극장이 아닌 공간에서의 공연에 대한 제제로 인해 작품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일 또한 있었다. 

 

다사다난했던 2021년을 보내고, “올해도 프린지 하나요?”이라는 질문에는 기대와 반가움에 더하여 예측할 수 없는 프린지의 앞날에 대한 걱정 또한 섞여있는 듯하다. 만남이 점점 어려워지는 시대에 축제는 어떻게 가능할 수 있을까? 독립예술은 어떻게 가능할 수 있을까? 프린지 사무국과 아티스트들 모두 고민에 빠져있는 듯하다. 올해 서울프린지페스티벌2022의 모습과 참여 작품들을 살펴보면서, 과도기를 지나고 있는 프린지의 현재모습을 살펴보려 한다.  

 

 

공간적 실험의 지속, 야외로 축제 공간의 확장

 

극장과 전시장이 아닌 공간에서 작품을 발표하며 공간적 실험을 한다는 것은 2015년부터 2020년까지 프린지만의 독특한 정체성이기도 했다. 프린지는 월드컵경기장과 문화비축기지라는 새로운 공간을 예술가들에게 제시함으로써 극장과 갤러리 밖으로 예술의 영역을 확장했으며, 이로 인해 공간적 실험을 하는 소규모 창작팀을 양성하는 플랫폼이 되기도 했다. 작년부터는 민간 복합문화공간으로 축제공간을 옮겨, 다시 한 번 과거 홍대시절의 프린지처럼 축제가 펼쳐지는 공간을 확장하고 새로운 공간을 발굴해보고자 했다.

 

서울프린지페스티벌2022 또한 작년에 이어 마포구와 서대문구 곳곳의 복합문화공간을 작품 발표의 공간으로 삼는다. 예술가 조아라와 마두영이 살고 있는 ‘몸소리말조아라 센터’에서는 가정집이라는 공간의 특성을 활용한 작품발표가 펼쳐지며, 갤러리인 ‘플레이스막1’과 ‘플레이스막3’, ‘아트스페이스 블루스크린’에서는 장르의 경계를 실험하는 다양한 다원예술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컬렉터의 소장품을 빌려주는 그림 가게이자 다양한 네트워킹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문화공간인 ‘이너프라운지’에서는 1인극과 음악공연이 벌어지기도 한다. ‘극장 PLOT(구 1M SPACE)’와 ‘연희예술극장’에서는 무대와 객석의 구분이 뚜렷이 없는 연극 작품들이 바쁘게 올라간다. 또한 올해는 공공극장인 ‘신촌문화발전소’와 신촌 섹터의 야외공간으로 축제공간이 확장되어 ‘신촌, 파랑고래’ 앞마당과 ‘바람산어린이공원’, ‘창천근린공원’에서도 공연이 펼쳐질 예정이다. 

 

‘몸소리말조아라 센터’에서는 가정집의 형태를 이용하여 다양한 공간적 실험이 펼쳐진다. ‘곧 해체될 팀입니다’는 퍼포머가 몸소리말조아라 센터의 여러 방을 오가며 공간의 읽혀짐과 움직임, 소리를 중심으로 탐구하는 놀이를 발표하고자 한다. ‘연극UNIT 世輪프로듀스’는 일본근대희곡인 <종이풍선>을 거실, 부엌, 침실, 서재 등 공간이 주는 텍스트를 통해 새롭게 실험해보려고 한다. 장소 특정형 공연과 사운드를 기반으로 한 작업을 시도하는 ‘프로젝트 산파’는 관객이 안대와 헤드셋을 쓰고 이동하면서 눈을 감고 소리로만 감각하는 세계를 체험해보도록 한다.

 

서울프린지페스티벌2022은 신촌지역의 야외로 공간을 확장시킴으로써 일상적으로 지나다녔던 신촌 거리와 공원에서 예술적 실험의 공간으로 변모시키려고 해본다. ‘빌트 아트랩’의 <물들이다>에서는 관객들이 직접 천연염색으로 천을 물들이며 배우와 소통을 한다. 이러한 퍼포먼스는 우리 모두가 서로의 환경 속에서 영향을 받아가며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을 은유적으로 나타낸다. ‘우주마인드프로젝트’는 ‘과거에 그 많던 공터들은 어디 갔을까?’라는 물음을 갖고 창천근린공원에서 관객이 주체적으로 놀이에 참여 할 수 있는 공연을 계획 중이다. ‘연희 프로젝트 소용’은 신촌, 파랑고래 앞마당에서 5개 팀의 릴레이로 이루어진 소고공연을 계획하며, 전통공연에서 다소 소외되었던 소고를 중심적인 악기로써 활용하여 새롭게 공연을 꾸미려고 한다.

 

 

기후위기와 인류세, 함께 사는 삶에 대한 고민

 

기후위기의 시대에 예술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 걸까? 기후위기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지고 인류세에 대한 논의가 보편화 되면서, 인간 중심적 시각에서 벗어나 함께 사는 삶에 대해 고민하는 작품이 많다. 다른 생명체의 시각에서 인간과 인간이 만들어낸 환경을 낯설게 보도록 질문을 던지는 작품들이다.

 

‘극단 52hz’는 이동형 야외극을 통해 우리 주변에 보이지 않는 생명을 살펴 볼 수 있도록 관객들을 초대한다. 주차장에서 시작하는 극은 관객들이 신촌 곳곳에 숨겨진 장치들을 찾아다니며, 인간을 둘러싼 환경에 대해 생각해보도록 설계 된다. ‘팔꿈치의 활동범위(구 북극귤)’는 혼자가 아니라 같이 살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기후위기를 넘어서 생존위기라는 불안을 느끼는 생물종들을 위로하는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밤이면 밤마다 밤섬>이라는 제목처럼 공연 중 관객들이 이어폰으로 사용하여 방송을 들으면서 밤섬이 보이는 곳으로 이동하게 된다. ‘창작집단 오월우’의 작품 <수생종: 물의 뼈>는 도시괴담에 기반하여 물에서 난 것들에 대한 세 가지 이야기를 담은 창작극으로, 인간 외 생명체 그리고 존재하지만 눈에 띄지 않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인류세에 대한 고민을 SF적 상상력을 더하여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팀들도 있다. ‘프로젝트 팀 유희’는 살던 행성이 오염돼 새로운 행성을 찾으러 온 외계인의 시선에서 지구의 환경문제를 바라본다. 지구가 살만한 행성인지 고민하는 바나나 외계인을 통해 기후위기를 이야기한다. ‘프로젝트 뉴 플래닛’ 또한 외계 생명체 롸롸, 두두, 섭섭이가 지구, 한국에 찾아온다는 설정으로 포스트 서사극의 형식으로 인류가 마주한 과제들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낫아이’의 <인류세>와 ‘보노보 프로젝트’의 <우리가 남기는 흔적의 문양들>은 지구환경과 맞서 싸우게 된 인류세 시대의 질문들을 연극으로 풀어낸다. 기후위기로 발생한 난민에 대해 이야기하고 극 속에서 기후위기로 멸종한 인류를 설정하여 경고성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이러한 고민은 축제의 고민과도 맞닿아 있다. 프린지는 보다 친환경적인 축제제작을 위한 리서치와 실천을 위해 <에코프린지>를 진행해왔다. 올해의 에코프린지 위크숍에서는 축제·작품제작환경을 변화시키기 위해 필요한 제반조건, 장벽 등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고, 작더라도 함께 지킬 수 있는 약속문을 만들고자 했다. 또한 축제기간 중에는 "친환경 작품제작, 얼마나 가능할까?"라는 주제로 마이크로포럼이 열릴 예정이다. 

 

 

‘나’에서 출발하는 이야기들

 

작고 소소한 작품들이지만 그만의 개성이 빛나는 작품들 또한 프린지에서만 만날 수 있는 소중한 작품들이다. 올해는 아티스트 당사자가 ‘나’에서 출발하여 스스로 정체성을 탐구하고 사적인 경험을 관객과 공유하려는 시도들이 많다. 거시적 주제만으로는 포획 될 수 없는 이야기들을 세밀한 언어로 가시화하려는 시도들이다. 지극히 사소하고 개인적인 것으로 치부되던 경험들이 관객 앞에서 발화됨으로써 힘을 갖게 되고 대화의 시발점이 된다. 

 

‘창작집단 툭치다’는 중고거래에서 사기를 당한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신뢰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렉처퍼포먼스를 펼친다. ‘미친존재감 프로젝트’의 <우리는 미쳤다 외전 : 승록 혼잣말 에디션>는 정신질환/장애 당사자인 승록이 자신의 경험을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이를 통해 정신질환/장애가 단순히 예술적 소재가 아닌 예술로서의 기회임을 발견하고자 한다. 연출가 박소희는 쌍둥이 동생이자 발달장애인인 소정과 같이 할 수 있는 일(노동)을 찾기로 결심하고 함께 일을 할 사람들을 모아 ‘OH명’을 꾸리게 되었다. ‘OH명’의 작품 <누구야오늘놀기딱좋아쉴게맥주먹자(feat.결혼하고싶어)>는 공연의 약속문을 정하는 것부터 관객과 함께 하며, 워크샵 형태로 진행될 예정이다. ‘무이’는 공연 <XX>을 통하여 퀴어 정체성을 주제로 2인 퍼포먼스를 펼친다.

 

퀴어, 장애, 페미니즘, 환경 등 조금 더 거시적인 주제에서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작품들도 많다. ‘프로젝트 PAN’의 <술래>는 ‘살풀이’라는 소재를 통해 우리 사회에 껴있는 살은 무엇일지 질문을 던지며, 소수자들이 자신의 입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공연을 만들어보고자 한다. ‘연극집단 공외’의 <우리집에 손주며느릿감이 온다(낭독공연)>는 일본군 위안부에 비해 잘 알려지지 못한 한국군 위안부의 이야기를 한다. ‘창작집단 품다’의 창작극 <눈길, 그 발자국>은 나혜석의 이야기를 통해 한국 여성 예술가의 삶을 살펴보고, 여성뿐만이 아닌 모든 소외된 인권의 소중함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창작집단 <예;고>’는 연극 <삶,사람,사랑>을 통해 사회적 소수자를 조명하며 그들의 실존 투쟁을 향한 고군분투를 그린다. ‘창작집단 지구 옆 동네’의 연극 <땡깡>은 청년 고독사의 문제를 우리 사회의 고질적 문제로 짚으며, ‘박정은’은 1인 창작자로써 예술노동에 대한 고민을 반복적인 움직임으로 풀어낸다. 

 

 

“올해도 프린지 하나요?”에 대한 답변

 

올해 서울프린지페스티벌2022에는 76팀이 참여한다. 벌써 몇 년째 프린지를 계속해서 찾는 팀들과 올해 새롭게 프린지를 찾아는 팀들, 도저히 한 장르에 포섭될 수 없는 작품들이 존재하는 프린지만의 다양성은 여전하다. 이처럼 “올해도 프린지 하나요?”라는 질문에 프린지는 활발한 축제현장을 보여주며 답할 예정이다. 자유참가 프로그램 이외에도 ‘마이크로포럼’, ‘독립예술웹진 인디언밥’에서 진행하는 열두번째 독립예술집담회 등 기획프로그램을 통해서도 예술생태계의 네트워크를 복구하기 위한 자리 또한 축제현장 곳곳에서 진행된다. ‘당연한 축제, 네트워크 복구중’이라는 올해의 축제 슬로건처럼 코로나 시대를 지나고 있어도, 공간이 분산되었어도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만나고자 하는 프린지의 모습은 여전하고, 당연할 것이다.

 

<서울프린지페스티벌2022>

기간 : 2022년 8월 11일(목) ~ 8월 28일(일)
장소 : 서울시 마포구, 서대문구 일대 실내외 공간 11곳
(공간 파도,    극장 PLOT (구 1M SPACE), 몸소리말조아라 센터, 아트스페이스 블루스크린, 연희예술극장, 이너프라운지, 플레이스막1, 플레이스막3, 신촌문화발전소, 신촌, 파랑고래, 바람산어린이공원)

기획프로그램
- 기획전시 <프린지 블랙리스트를 말하다 3>
- <독립예술집담회 12th with 독립예술웹진 인디언밥>
- 친환경예술제작워크숍 <에코프린지>
- 소규모예술수다 <올모스트프린지 : 마이크로포럼>
- 관객과의 대화 <친절한 린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