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축제가 사라진 자리의 사람들 2. 수원연극축제 김민수PD

2022. 1. 15. 16:37Feature

 

 

축제가 사라진 자리의 사람들

 

2. 수원연극축제 김민수PD

 

당연한 얘기처럼, 지난 2년 간 팬데믹으로 인해 많은 예술축제들이 취소되었습니다. 첫 해는 무력했고, 올 해는 마치 거대한 희망고문 속에 있는 것도 같았지요. 특히 공공공간에서 열리는 축제는 더욱 취약했습니다. 재난은 가혹했고, 취소가 당연하다는 목소리는 더욱 매서웠습니다. 
 
인디언밥은 취소된 축제 뒷편의 사람에게 집중하고자 합니다. 축제기획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진행 과정과 기획노동에 대해, 기획자로서의 삶과 새로운 가능성에 대해 질문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가 어떤 것을 만들 수 있었고, 누구를 만나지 못했고, 무엇을 상실했는지 가늠해보고자 합니다. 우리를 한 곳에 모아주던 축제가 사라진 자리에 어쩌면 새로운 연대가 있을지 모르니까요. 

인터뷰이 : 김민수

인터뷰어 : 채민

정리, 글 : 채민

 

작년 수원연극축제는 5월에 진행하기로 했던 축제를 10월 초, 그리고 10월 말로 한 번 더 연기한다. 많은 축제가 비대면 형태로 전환하는 동안 어떻게든 만나서 해보려고 했다는 이야기다. 수원연극축제는 1996년 수원화성국제연극제로 시작하여 2015년 수원연극축제로 명칭을 변경했다. 2018년에 임수택 예술감독이 부임하면서 ‘수원연극축제’ 보다는 ‘숲속의 파티’라는 슬로건을 전면에 걸고 거리예술축제의 형태로 전환했다. 따라서 축제의 공간도 수원화성의 역사적인 공간보다 수원 시민들의 일상 공간에 가까운 공공장소로 이동했다. 적다보니 문득 그 해 축제 관객들의 열기가 떠올랐다. 

 

오래된 지역 축제에 대해 생각해 보자. 스무해 이상 해마다 열렸던 축제는 그곳의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수원연극축제는 올해 (개최에 성공한다면) 스물네 번째를 맞이하게 된다. 사람이 나고 자라서 성년이 되고, 성년은 노년이 되었을 스무해 남짓 되는 시간. 그 긴 시간 동안 쌓아 왔을 축제의 경험은 무엇일까. 이 축제는 어느 정도의 내구성을 가지고 있을까? 축제의 내구성은 무엇과 관련된 것일까? 이 시기를 잘 지나갈 수 있을까? 잘 지나간다는 것은 무엇일까? 축제 기획자 김민수 씨 우리는 이제 어떻게 되는 것인가요?

사진1. 수원연극축제 장소 수원탑동시민농장_출처: 김민수

 

축제 취소 결정에 이르기까지 의사소통 구조가 궁금해요

 

그것에 대해 말씀드리려면 조직구조에 대해 이야기를 먼저 해야 할 것 같아요. 수원연극축제는 수원시 주최, 수원문화재단 주관이에요. 주최기관의 예산으로 운영을 하는 거죠. 고양과 비슷해요. 고양도 시민문화팀에서 호수예술축제 담당자가 있고, 행주문화재 담당자가 있죠. 수원이 조금 다른 점은 예술감독이 있다는 거예요. 임수택 감독님이요. 수원연극축제는 주로 예술감독을 중심으로 의사결정이 이루어졌어요. 감독님이 결정을 하시면 어떤 이유가 있겠지 하는 일종의 신뢰가 있었어요. 맨파워겠죠. 

 

원래는 5월에 진행되었어야 하는 축제가 10월로 미뤄졌어요. 그때는 제가 없었는데요, 저도 수원은 무조건 축제를 할 거다, 취소는 없다는 말에 합류하게 되었어요. 임수택 감독님 곁에서 프로그래밍 하는 것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이런 마음으로 들어간 거죠. 작년에 못했던 팀들이 올해 함께 하기로 했는데요, 이게 10월로 한 번 더 미뤄진 상황이었던 거죠. 9월 초에 나온 방역 수칙을 바탕으로 라면 축제는 취소해야 되는 거였어요. 또 미루거나. 작년에 온라인 공연이 성과가 없었다는 내부 분위기가 있었기 때문에 영상 작업은 옵션이 아니었어요. 

 

대안 공간으로 SK아트리움을 살펴봤는데요,  대관 일자 중에 빈 일정을 골라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일주일씩 연달아 사용할 수 없었어요. 실내로 들어가는 것도 어렵고, 온라인의 의미는 찾지 못하겠고. 오히려 재단에서는 온라인으로라도 하길 바랐어요. 지금이라도 빨리 온라인으로 전환해서 사업을 하면 그림이라도 나오는데 임수택 감독님 입장에서는 의미가 없었던 거죠. 그래서 시청과 재단과 협의 끝에 4주를 더 미뤘어요. 9월 말에 나오는 방역 수칙을 바탕으로 결정하자고 합의를 본 거죠. 

 

한데 시청에서는 매몰비용에 대한 고민이 있었어요. 공연 한 달에서 보름 전에 취소를 하게 되면 공연료의 30%를 지급해야 하는데 이것을 매몰 비용으로 보는 거예요. 그래서 비용이 지출되지 않는 한 단 전에 취소를 하고 싶어 하는 거예요. 재단의 부장님 역시 그런 비용에 대해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자리였어요. 

사진2. 수원연극축제 취소공지문_출처: 수원연극축제 페이스북

 

이걸 진짜 매몰비용이라고 지칭하던가요?

 

네. 그래서 예술감독님과 저는 지금 예술가들에게 지원금을 보조금처럼 지원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걸 아까워 하는 건 말이 안된다는 말을 했었죠. 다행이었던건 대표 이사님과 예술 감독님의 뜻이 맞았어요. 조금 더 기다려보자. 이러고 갑자기 4주짜리 발표가 나왔어요. 여전히 축제가 불가한 방역 수칙이었고, 9월 30일에 결정적으로 중앙정부에서 각 재단과 시에 행사 취소 및 비대면 전환 지침을 전달 한 거죠. 이어서 10월 1일에 거리두기 4단계 연장 발표, 10월 4일 축제 취소 공문이 나왔어요.

 

예술 단체들에게 공연료의 30%를 지급할 수 있게 된 거죠. 제가 ‘바람컴퍼니’와 계약을 하면서 많이 배운 점이 있어요. 바람컴퍼니에게 신작을 요청했었어요. 공연의 제작 과정을 공정표로 만들어서 보상을 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했어요. 그래서 신작 제작을 요청한 팀에게는 계약서대로 50%를 지급하도록 한 거죠. 30일 전에 취소하면 못 받는 것이 아니라 지급 차수를 나누기로 했고, 그래서 취소 시기와 관계없이 1차 지급, 축제를 마치면 2차 지급을 하기로 계약을 한 거죠.

 

그러는 와중에 저는 저의 계약 해지는 생각을 못 했던 거죠. 예술 단체들의 계약서는 꼼꼼히 챙기고, 심지어 10월 3일쯤에는 아무래도 축제가 취소될 것 같다고 예술가들에게 연락해서 언질을 주고 1차 지급분을 받을 수 있는 자료를 준비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얘기하면서도 저의 계약 조건을 챙기지 못한 거예요. 저는 그냥 “민수 씨는 내년에도 합시다. 내년에는 민수 씨 연봉도 좀 올려줘” 이러고 계약 해지. 이런 말을 한 번에 들은 거죠. 

 

사진3. 수원연극축제 준비 중 '이렇게 열심히 일했는데...'_출처: 김민수

 

민수 씨는 계약 해지하고 프로를 받았나요?

 

처음에 재단에서 계약서를 보내줄 때는 1차 30%, 2차 30%, 축제 끝나고 결과 보고서 내면 40% 이렇게 였는데요, 제가 축제 취소는 없다고 생각했고, 바쁜 와중에 여러 번 지급 서류 준비해서 내는 것도 일이라 축제 전에 50%, 끝나고 50% 주세요 한 거죠. 축제가 취소되면 재단에서 일하던 스태프들도 이렇게 계약 해지를 당하는지 몰랐던 거예요. 

 

이렇게 축제 직전에 해지를 당했는데 50% 받았다고요?

 

네. 심지어 공연팀 대기실 일정표까지 짜고, 렌털 물품 대여 계획도 모두 끝난 상태였어요. 주변에 비건 식당 있는지까지 알아보고, 아티스트 안내문 보낼 준비를 하는 시기였어요. 현장 뛰는 것, 추후 정산 과정 빼고는 다 한 거죠. 그리고 50%를 받았네요. 아이고… 내년에 50% 올려달라고 해야지.(웃음)

 

제가 예술가들과 소통하면서 신경 썼던 지점 중 하나는 축제가 미뤄지고, 취소되고 하는 과정을 열심히 설명하는 것이었어요. 예를 들어서 8월 전에 예술감독님은 축제 취소는 없다고 하는데, 나는 취소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그래서 우리는 준비를 해야 한다. 이런 이야기를 예술가들과 나누기도 하고, 축제가 미뤄졌을 때도 어떤 어떤 일이 있었고 그래서 한고비를 넘겼다. 어떤 합의들이 있었다. 이런 과정들을 예술가들에게 모두 이야기했거든요. 그러다 보니 아.. 이런 거 하라고 조감독 자리가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들이 들더라고요. 

 

바람컴퍼니 상황이 너무 속상했던 이유 중 하나는, 다른 팀들은 10월 4일에 취소가 결정 났는데, 이 팀은 취소가 빨랐어요. 축제를 4주 미루면서 포기해야 했던 것 중 하나가 바람컴퍼니 공연 공간이었거든요. 바람컴퍼니 입장에서는 공간도 안 되는데 축제를 왜 미뤘냐라고 할 수 있는 거죠. 심지어 공간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것도 좀 늦게 알게 되었거든요. 대체 공간을 찾을까 이야기도 해봤는데, 그즈음에서 예술 감독님이 내년 프로그램을 고민하기 시작했고, 바람컴퍼니를 이번에 공간 옮겨서 한 번 하기 아까우니 내년에 하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나온 거죠. 인디언밥 레터에 언급했었는데요, 축제를 하겠다고 공연을 포기하는 게 너무 속상했다는 이야기. 그게 바람컴퍼니 이야기였어요. 

 

그러니까 수원축제의 의사결정은 보통은 예술감독님이 내리는 것이었나요?

 

네 경험상 우리끼리 치열하게 고민하고 토론해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도 있을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 예술감독님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그 안에서 자기 일들을 찾는 분위기였어요. 목표점이 정해지니 이거 향해서 한 번 달려보자. 이런 느낌. 

 

축제 조직 내에 동료 같은 존재가 있었나요? 또래나?

 

또래는 없었어요. 예술감독님, 기술감독님, 조감독인 제가 있었죠. 저는 메인 스태프이라고 볼 수 있는 재단 직원분과 주로 이야기를 많이 나눴고요. 그리고 재단에 한두 달 정도의 기간으로 일하시는 계약직 두 분이 계셨는데, 그분들과는 만날 기회가 별로 없었어요. 

 

축제 취소 과정에서 가장 지키고 싶었던 것은 예술 단체들에 대한 보상이네요?

 

맞아요. 저는 일전에 고양 축제 인터뷰에서 언급되었던 공정표를 다른 공연단체도 제안을 해준 적이 있었어요. 공연 제작 과정을 중심으로 계약이 이루어져야지, 축제 현장 중심으로 계약이 되니까 피해가 발생하는 것 같다고 이야기하는 거죠. 계약 방식이 보완되었으면 좋겠다고요. 계약서에 그런 조항이 없으니까 축제 30일이 되기 전에 취소 공지가 날까 봐 제가 바들바들 떨리는 거예요. 수원은 운이 좋았죠. 시스템은 별로지만, 지급에 대한 재단 대표와 예술감독님의 뜻이 맞았으니까요. 둘 중 한 명만 균형을 못 맞췄어도 30일 전에 취소 결정해야 매몰비용 발생 안 합니다. 이러고 딱 취소되었을 거예요. 

 

이렇게 과정 중에 단체들에게서 제안받았던 것들이 보상 과정에 바로 반영이 되었다는 인상깊네요

 

네. 행정담당자분도 고민을 많이 해주셨어요. 제가 예술가들의 의견을 모아서 담당자에게 이렇게 수정해야 한다고 했을 때, 행정담당자나 기획 부서의 의지가 없으면 사실 안되는 일이거든요. 그런데 행정 담당자가 계약 부서와 계속 오가면서 없던 항목들을 만들어 준거죠. 계약 부서는 이해도가 떨어질 수도 있는 일인데, 신뢰를 가지고 진행한 거죠. 아니 그러고 보니 왜 나는 보호를 못한 거지. 제가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었거든요. 근데 못했어요. 나를 놓쳤어. 내가 계약서를 그렇게 쓰면 되는데…

 

 

안타깝다말이 나온 김에 앞으로도 축제 조직 안에서 제도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서로를 돌보는 가능하다고 보는 건가요?

 

저는 프린지에서 배운 것 중 하나가 제안하고 협상하는 힘 인 것 같아요. 프린지 사무국에서 비축기지 미팅 갈 때, 새로 온 스텝들은 왜 함께 가지 않느냐고, 예산도 공개하라고. 정보가 집중되면 권력이 된다고 이야기 한 적 있어요. 한데 비축기지에 새로 합류한 스태프들과 함께 미팅을 가면, 비축기지 측에서 이것저것 안 된다고 방어적으로 이야기하면 그분들은 또 ‘아… 그럼 안되는 건가 보다’ 하고 그 조건에 맞춰서 계획을 휙휙 바꿔요. 물론 이제 막 기획을 시작하는 포지션에서 가질 수밖에 없는 태도라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우리 이거는 좀 더 이야기를 해보자’ 하고 이런저런 제안을 하면 더 좋은 방법을 찾을 수 있는 경우가 있잖아요. 

 

이 이야기를 왜 했냐면, 수원에서 제가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었는데 못했다고 생각하는 이유도 이런 제안이 가능한 곳이었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에요. 뭐랄까 제가 재단에도 치이고, 예술가들에게도 치이고, 탑동 시민농장에도 치이고 하긴 했지만, 또 반대로 재단에도 예술가들이 이런 의견을 가지고 있다. 예술가들에게는 또 대단히 이게 좀 그렇습니다. 이런 식의 소통이 가능했던 거죠. 그 과정에서 약간의 감동을 받았던 것은 축제 취소 결정되고 나서 모든 팀들에게 전화를 돌렸거든요. 이게 메일로 드릴만 한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아서 전화를 드린다고요. 

 

그랬는데 정찬미 감독님께서 전화를 주셨어요. 임현진 피디님한테 모두 듣기는 했는데, 너무 고생하셨다고. ‘봉앤줄’ 같은 경우도 수원은 다른 곳과 다르게 얼마나 이 축제를 지키려고 했는지 과정을 알고 있어서 이런 결과가 이해가 된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해줬어요. ‘결국에는 소통의 문제다.’라는 식의 말로 표현하고 싶지는 않은데 어쨌든 제가 양쪽을 대변하는 역할을 맡았었다고 생각해요. 

 

코로나 시대에 축제 사무국의 필수적인 테스크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한데 테스크의 주체도 불완전한 계약 상태의 스태프 라는건 마음에 걸리는 지점이기도 하네요. 마지막 질문인데요, .. 우리 축제 장돌뱅이(?) 같은 우리에게도 어떤 식의 연대가 가능할까요?

 

제가 프린지를 나온 큰 이유 중 하나는 좋은 의미에서 너무 편하고 따뜻해서 였어요. 안전함과 소속감을 느꼈거든요. 저는 그런 소속감을 느껴 본 적이 없거든요. 집에서도 객식구 같은 사람인데. 프린지가 집 같으니까 그런 느낌이 낯선 거예요. 제가 함께 활동하는 팀도 단체 등록을 안 하고 있어요. 어떤 연대체 같은 것이 가능할 수도 있겠죠. 한데 저는 거기에서도 그냥 아는 사람 한 명으로 있을 것 같아요. 아는 사람은 많지만 멀리서 응원하는 느낌. 

느슨한 연대 같은… 근데 저는 연대 안 하는 것 같아요. 물론 같이 목소리 낼 때도 있고, 이야기들을 많이 퍼다 나르려고도 하고 그런데 그걸 지속하고, 뭔가를 이끌어가고 하는 그런 가부장성이 저에게는 없어요. 이번 수원 계약도 제가 프린지에서 잘못 배워가지고(웃음) 그 안전한 곳에서 계약서를 대충 써가지고… 지금은 달라졌지만요. 프린지에서도 예술가들과 관계 맺는 방식에 나름 고민이 있었던 것 같아요.

 

기존 축제와는 다른 새로운 혹은 대안적인 축제 형태를 상상해 적이 있나요?

 

저는 온라인은 너무 재미없는 것 같아요. 왜 하는지 의미를 찾기 힘들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도 온라인 축제를 한 번 했었어요. ‘창작실험 과정과 공유’였는데, 이게 의미가 있었던 거는 축제 일 필요가 없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그건 창작 과정을 공유하는 게 중요하니까 오히려 영상이 나을 수도 있겠다. 다큐멘터리 작업을 하는 게 낫겠다. 이런 생각을 했었지만 만약에 우리가 축제를 만든다면 비대면 방식으로 뭘 살릴 수 있나 하는 생각을 해요. 지금까지 시도된 온라인 축제들은 대면 방식의 축제를 모방하려고 하는 것이었고요. 저는 잘 모르겠어요. 

 

제가 생각하는 축제의 의미는 단순히 그 현장에 사람이 많이 모이고, 함께 즐기고 하는 게 아니에요. 제 전공(건축/문화콘텐츠학)에 기반해 보면 축제는 관광 차원이거나, 도시 홍보 차원으로 시장에서의 기능을 도출하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축제를 하면서 느낀 것은 축제가 해당 지역에 이슈를 제안하고, 경험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그 지역의 공동체성을 회복하는 기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었어요. 

 

이게 본인이 생각하는 축제성 인가요?

 

네. 이런 게 가능하다면 사람들이 굳이 모여야 할 필요가 있나? 실감 나는 메타버스를 구현하려고 한다던가, 온라인 영상 제작 형식에서 벗어났으면 좋겠어요. 위드 코로나 시대에는 축제가 희미해진 공동체성을 회복하기 위한 담론을 생산하는 역할이 좀 더 중요해지는 게 아닐까 생각하고 있어요. 

 

사진4. 2021수원연극축제 포스터

 

 

코로나로 인한 변수들이 가뜩에나 바쁜 축제 사무국을 미쳐 돌아가게 하고 있는 와중에 참여 단체에 일일이 연락하여 과정을 공유했다는 그의 말이 인상 깊었다. 축제를 준비하는 몇 개월 간 축제기획자의 업무량은 상상을 초월한다. 수원연극축제 취소 과정에서 이루어진 보상은 몇 사람의 의지가 일구어낸 성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인터뷰이 김민수는 자신을 돌보지는 못했지만. 기획자는 누가 돌보아주나?) 그저 21년도에 수원연극축제 사무국에 존재했던 구성원에게 감사하고 지나갈 일은 아니다.

 

앞으로는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축제를 진행하고자 하는 사무국의 의지를 전달하며 참여 예술가를 고무하고, 불가피하게 취소 되었을 때는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가이드 하는 일련의 소통 과정이 위드 코로나 시대에 축제가 갖추어야 하는 필수적인 역량으로 보인다. 전에 없는 지급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재단의 행정 담당자와 기획 부서가 의지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소통했다는 점도 언급하고 싶다. 스무살이 넘은 축제의 힘은 이런 것이 아닌가. 그리고 축제의 내구성은 이렇게 맨파워가 제도에 기입될때 강해지는 것이 아닐까. 

 

축제가 취소되고 난 자리에 남은 사람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자꾸 다시 돌아갈 축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축제 기획자 김민수는 탈영역 우정국에서 전시 <열리지 못한 축제들의 축제>를 진행 중이다. 축제 기획자, 관객, 예술가, 자원활동가, 행정가, 축제 공간 근처 상인, 시의원, 학생, 협력업체 대표, 시민참여 프로그램 참가자에게서 받은 편지를 전한다. 마치 잃어버린 축제를 찾아서 떠나는 여행인 것 같은데… 이 년 연속 축제를 취소한 수원연극축제도 2022년 축제 공모작 공고를 시작했다. 일단은 5월이다. 

 

전시정보 <열리지 못한 축제들의 축제>

http://ujeongguk.com/festival/

 

열리지 못한 축제들의 축제 – 탈영역우정국 – Post Territory Ujeongguk

일시 : 2022.01.12.(수) – 01.17 (월) 12:00-19:00 장소 : 탈영역우정국 2층(서울 마포구 독막로 20길 42) 참여작가 : 김민수, 박도환, 이민정, 정경진 외 주최 :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 주관 : 김민수 후원 :

ujeongguk.com

수원연극축제 2022년 공모작 공고

https://www.swcf.or.kr/?p=114&viewMode=view&idx=25684&fbclid=IwAR3n1G3020q9bJ5wEDl2WlGgdSz3u3leElnCJKZlhyxpLCS8eGptNhs41YA 

 

수원문화재단

수원문화재단

www.swcf.or.kr

 

김민수와 채민

김민수

거리예술을 비롯한 공연예술축제를 만듭니다. 가끔은 음악가로도 불립니다. 인디언밥, 민수민정, 밤의 소요, 블루프린트, 스튜디오1992와 같은 소속과 친구들을 자랑스러워합니다.

채  민

연극, 거리극, 무용, 음악극 등 다양한 장르에서 작가 및 드라마터그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동료들과 함께 독립예술웹진 인디언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