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밥 3월 레터] 아차차 너도 나도 파시스트!

2026. 3. 24. 15:45Letter




안녕하세요, 짧은 지방 일정을 마치고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레터를 씁니다.

하늘 위에서 글을 쓰다니, 예전엔 그것이 아주 멋 나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딘가 노마드적이고 세련된 도시인 같잖아요. 하지만 지금은 압니다. 비행기에서 글을 쓰는 사람은...미친 마감에 쫓겨 그 짧은 비행 시간조차 쉬지 못하고 자판을 두드려야만 하는 사람이라는 걸요. 멀리서 보면 아름다운 삶이지만, 가까이에선 낭만화되지 않는 생활이라는 게 있는 것이겠죠.


멋져 보이지만 사실은 개고생인 것이 비행기에서 글 쓰는 삶이라면, 멋져 보이면 사실 몹시 위험한 것도 있는 것 같습니다. 요즘 저는 "권력 있다"같은 말을 칭찬이라고 쓰는 시류를 견딜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거든요. 처음엔 아이돌 팬덤 문화에서 아티스트의 미모를 추앙하며 쓰던 밈 같았는데, 이젠 온갖 곳에서 사용되는 것 같습니다. 지난 주엔 "이 귀한 빵을 사오다니 권력있다"같은 말을 듣기도 했습니다. 권력 그 자체를 추앙하고 숭배하는 문장 앞에서 저는 별안간 미친 할아버지처럼 "ㄱ..그건 파시즘이야..!!"라며 맥락을 자르고 헛소리를 하고 맙니다. 아무래도, 아무도 웃지 못합니다.


권위를 경계하지 않고 늙는 사람들 뒤에서 혀를 차곤 했는데, 요즘엔 권력 자체에 매혹되어 그것과 스스로를 동일시하는 젊은 이들을 더 많이 만나는 것 같습니다. 어떤 우량 기업의 주식을 갖고 있다든지, 비싸고 좋은 동네(뭐가 좋다는지 사실 영 알고 싶지 않지만)에 산다든지, 차에 타있다든지, 중산층이라든지,  주류 인종이라든지, 나치 당원이라든지...아차차, 제가 무슨 헛소리를 하고 있는 거죠? 무수히 증식하는 예시 사이에서 어디까지가 제 망상인지 감을 잃어버립니다. 

 

영화 문라이즈킹덤 중



최근엔 열 명 남짓한 관객과 함께하는 작은 공연을 보고 왔습니다. 창작자는 새로운 양식을 실험하며 이것이 작동할 지 모르겠다는 걱정으로 공연을 시작했는데, 역시나 잘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나름대로 좋았어요. 관객들이 그 시행착오의 순간에 따뜻한 눈빛을 전하고 있었거든요. 그것은 "예술가에게 다 의도가 있을 텐데 내가 부족해서 모르나 보다"로 넘어가는 종류의 수용이 아니었습니다. 권위 없는 공간에서 권위 없는 예술가가 권위 없는 공연을 열어 권위 없는 관객이 지켜보았기 때문에 가능한 순간이었습니다.


우리 웹진도 사실은 멋진 작품을 발굴하고! 훌륭한 리뷰를 쓰고! 필요한 담론을 제시하며! 대단한 매체로서 존중받고 어디 가서 상도 받고 그러면 좋겠습니다. 현실은 도저히 테트리스가 되지 않는 캘린더나, 후원 시스템 없는 공금 통장의 잔고를 쳐다보고 있게 되지만요. 구글 애드센스라도 붙이거나(고료가 붙으면 동기부여가 되지 않을까요?) 사람을 더 모으거나 (으쌰으쌰하는 동료는 얼마나 소중합니까) 사업자를 내고 지원사업이라도 따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돈과 마감을 동시에 주는 사업 최고!) 하지만 그것은 다 수단일 뿐, 그에 앞서 권력의 반대편에 서는 게 더 중요하겠다고 마음을 다잡아봅니다. 그 좁은 영토에서 작은 움직임을 계속 해보겠습니다. 

 

인디언밥 편집위원

김민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