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밥 7월 레터] 받고 싶어 애닳을수록 주어야 한다니

2026. 7. 4. 16:46Letter

 

어떤 아름다운 얘기를 들으면 속이 꼬입니다. 그것이 정말 따뜻하고 멋지다고 생각하면서도 사실은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나만 잘 모른다는 생각에 괜히 심사가 뒤틀립니다. 한 번은 노스탤지어를 말해야 하는 에세이 수업을 앞두고 공황이 온 적도 있습니다. 얼마 전엔 모 연예인 부부의 따뜻한 가족 이야기를 전해 듣다가 직장 상사 앞에서 짜증을 내고 말았습니다. 아아 저는 왜 이렇게 못돼먹은 놈인 걸까요? 질투가 나다가, 사실은 그 아름다움이 전부가 아닐 거라고 음모론자가 됐다가, 막 그런 건 아무것도 아니라며 허무주의자가 되기도 합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냥 그건 컴플렉스라는 걸요.

 

타고나지 못한 것, 받아본 적 없는 것을 스스로 획득하겠다고 분주하게 돌아다녔던 때도 있습니다. 20대 후반이 되어 갑자기 공연을 보러 다닌 것이 특히 그랬고, 르페브르가 어떠니 사르트르가 뭐라 했다드니 공부했던 것도 그 연장선이었습니다. 부끄럽지만 사랑받고 싶어서 불쌍한 척을 하던 날도 있었습니다. 그거 말고는 사랑을 갈구하는 법을 몰랐던 것 같아요. 인정받고 싶어서 고개를 빼 들고 날 봐달라고 발악하던 것도 기억납니다. 받고 싶어 애닳아하고 있으면 목이 자꾸 말랐습니다. 

 

제가 보낸 메시지는 아닙니다. 트위터(현 X)의 우울밈 번역계에서 받아왔습니다

 

 

 

사비를 들여 아무도 시키지 않은 독립예술웹진을 운영한다는 건 이상한 일입니다. 이럴 시간에 제 작품에 시간을 쏟는 게 무조건 더 나은 선택일 텐데 말이죠. (심지어 바쁘다며 2월에 낸 앨범의 뮤비를 광고도 못 돌리고 있습니다) 대신 저와 마찬가지로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는 작품을 일부러 시간 들여 찾고 있습니다. 리뷰를 쓰든 그 작업들이 보여주는 경향과 맥락 속에서 기획을 하든 하려고요. 상반기엔 3편 정도를 청탁했고, 1편은 반대로 제안받아 올릴 수 있었습니다. 제대로 못해내서 부끄럽지만, 솔직히 그 과정은 좀... 재밌었습니다. 멋진 글을 받아서 기쁘고, 예술가도 필자도 즐거워해서 신나고, 누가 인디언밥 얘기해주면 뿌듯했습니다. 그러고 나면 목이 조금 덜 마른 기분이 들었고요. 

 

 

 

 

무려 출연까지 하였습니다. 여러분이라도 봐주십시오

 

 

작품을 만드는 과정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지난해 쇼케이스를 올린 무용 작업에선 그냥 안무가 친구가 동료를 필요로 하는 것 같아서 작업에 도움 되는 건 지도 이해하지 못한 채 그냥 스터디를 함께 했어요. 5년 째 하고 있는 퀴어퍼레이드 업무 메뉴얼엔 "부족한 경우 내가 챙겨야 한다는 마음으로 임해야 합니다. 다른 누군가도 나의 부족함을 묵묵히 채워주고 있습니다. 서로에게 다정하게 대합시다."라는 마음가짐이 첫 페이지에 적혀있고요. 요즘은 정신장애 당사자 창작진과 공연을 만들며 작업을 위한 효율성 있는 회의가 아닌 창작 과정을 통해 돌봄의 언어를 서로 전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오늘은 화분을 잔뜩 심어 골목을 가꾸는 청과물 가게 사장님이 처음 리어카 장사를 시작할 때 텃세로 깨나 고생을 하셨다는 얘길 들었습니다. 

받고 싶었던 것을 갈구할 땐 아무도 제게 주지 않았는데, 누군가 그것을 준다고 해도 늘 부족하곤 했는데 이상하죠. 받고 싶어 애닳았던 것들을, 어떻게든 받고 싶어서 애를 쓰던 날들을 흘려보내고 있습니다. 지난 주 업로드 된 두 작품의 창작자들도 그 자신을 위해서, 자기 같은 누군가를 위한 작품을 만들었을지 굳이 제 시간과 돈을 들여 만들었을지 모르겠습니다. 

 

 

 

용서받고 싶어서 타인을 용서하고

인정받고 싶어서 타인을 인정하고

사랑받고 싶어서 타인을 사랑하고

백만 가지 버젼의 다짐을 하며 레터를 마칩니다. 

인디언밥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리는 대신, 제가 독자님들에게 많은 관심을 드리는 걸로 해보죠. 이것도 좀... 재밌을지 누가 알겠어요?[각주:1] 

 


인디언밥 편집위원

김민수

 

  1. 진짜 인스타 mk_minsoo로 연락주십시오 은근한 관심과 잦은 좋아요 약속 드리겠습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