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도시_ UAC-Fabrik 둘러보기 1 : 2009 릴레이쇼 프로젝트 워크숍

2009. 5. 12. 02:18Feature


 

온라인에 구축돼 있는 ‘언더그라운드아트채널’은 사실 현장을 반영하는 아카이브 체계이기도 했고, 오프도시는 그러한 영상들을 물리적으로 보관하고 볼 수 있게 열어 놓은 전시장이자 영화관이기도 했다.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확장과 전환이 시도된 가운데 독립 실험 라이브 필름들의 마니아 소비 계층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려웠다는 생각이 든다. 작은 골방 같은 공간은 보통의 전시장에 들어갔을 때의 냉랭한 공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들어서자마자 큐레이터와 안면을 마주하게 된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 상 앞에 앉아 내 방 같이 편안하지만, 발을 들여 놓는 데 수 초의 당황스러움이 오가기도 했었다. 어떤 행사가 있을 때마다 작은 공간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소정의 이천 원이라는 대여료를 내고 영상을 볼 수 있지만, 영상보다는 가끔 열리는 전시 등의 오픈이나 오프도시의 자체 기획 프로그램들이 열리는, 즉 별도의 초대 일시가 지정될 때 사람들은 많았지만, 그 외에는 아무래도 아직까지 많은 사람이 홍대 안에서 주목하지 못하거나-그것이 정보의 부족이든, 다른 감각의 예술 형태에 대한 인식의 부재이든-내지는 독립예술의 미디어 아트나 비디오 자체에 대한 향유 계층이 오프라인상으로 특정하게 더 드러나지는 않은 것 같다는 진단을 조심스레 내려 본다. 이는 그래야 된다거나 그렇지 않아 문제라는 식의 단순한 문제의식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미 오프도시는 약간은 블로그 형태를 더 닮아 있는 사이트 안에 진행된 프로그램에 대한 즉각적인 뉴스 형식의 기록을 빠뜨리지 않고 있고, 이는 오프도시의 현재적 위치를 반성적 고찰을 통해 검토할 뿐만 아니라 대관 형식의 프로젝트가 이뤄진다고 해도 그것과 공간이 주고받는 작용을 중시하고, 무엇보다 단지 물리적 공간으로서가 아닌 매개와 소통의 방식에 대한 문제의식을 처음부터 진지하게 모색하고 간 언더그라운드아트채널의 연장선상에서 그 의미들을 짚어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프로그램 자체에 대한 그때그때의 홍보는 조금 더 많은 웹채널에서 정보의 ‘다량 이식’이 충분한 사전 기간을 통해 되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있긴 하다. 이 공간의 활성화의 문제는 어쨌든 홍보 장치의 부족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홍대 문화 소비의 일상적인 패턴에 대한 조사에서부터 면밀히 검토될 문제이다. 가령 지금은 ‘커피프린스’가 있는 거리로도 인식이 되는 주로 작은 옷가게들이 즐비해 있는 거리에서 걷고 싶은 거리의 꺾어 들어가 비교적 초입에 있는 지점에서 티케라는 까페가 보이는 작은 골목으로 들어가는 곳에 오프도시는 있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옷들을 둘러보며 그냥 이곳을 무심히 지나갈 것이고, 그런 홍대라는 문화 지형 안에서 사람들의 일상적인 거리 소요(逍遙)를 조사하는 식으로 홍대 문화 지형을 조망하고 그 소비의 패턴을 구성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아카이브 측면에서 라이브 필름은 현장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영상을 통하지 않고도 경험을 충족시킬 수 있다. 반면 다양한 미디어가 부각된 영상들은 그것을 스크린의 장치를 통해야 한다. 이미 언더그라운드아트채널에는 그것들이 웹상에서 볼 수 있도록 정보가 구축되어 있고, 마치 유투브와 같이 사용자 중심으로 영상들을 자유롭게 선택하여 볼 수 있다. 반면 오프도시는 라이브 필름이 시연되고 DVD형태로 비디오들이 소장되어 있다. 즉, 오프도시는 라이브 필름이 상연되는 안정적인 공간이 마련됐다는 상징적인 의미와 함께 컴퓨터상에서 비교적 작은 화면의 비디오를 프로젝터나 휴대용 재생 장치를 통해 볼 수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작가들의 네트워크 장이나 카페로서의 역할 역시 같이 가져가고 있다.


리고 공간이 문을 열 때 비디오 여러 작품들을 볼 수 있었고, 작년 12월에 <추락천사 페스티벌>에는 각종 공모전 등에서 문턱을 넘지 못한 작품들을 상연했고, 이는 다양한 독립/실험 비디오 작가들의 욕망을 소환하는 흥미 있는 탈중심화의 장으로서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 작품들은 또 DVD로 쌓여 갔다.




이번에 라이브 필름의 시연과 그것의 DVD 제작은 또 다른 형태의 시도로 볼 수 있다. 이전의 DVD가 무색의 케이스에 꽂힌 CD이었다면 이제는 작품에 대한 소개나 정보가 기록된 온전한 영상물로서의 제작까지의 과정을 구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지 작가들의 개성이나 스타일을 판단하고 좋아하기까지는 아무래도 조금 어려운 게 사실이다. 우리가 가령 책을 고를 때 머리말을 보는 것처럼 DVD케이스의 설명과 이미지, 작가와 작품에 대한 언어적인 짧은 소개는 사실 그 작품에 다가가는 데 굉장히 중요한 매개의 지점이 되는 것이다.


이제 그 라이브 필름을 만드는 작가들의 모집을 거쳐 6월 17일, 정강 작가부터 출발하여 이후 석성석 작가가 다음 타자로 이어지는 프로젝트는 2주 간 각자 할당받은 시간 동안 설치와 전시 그리고 관객들을 만나는 장을 만들어 가며 중간 중간 잠시 동안의 공백과 교체를 하며 마지막으로 12월 20일부터 하는 최은하 작가의 전시까지 올해 계속해서 진행되게 된다. 


이 작업들은 모두 출판의 형태로 기록되는데, 석성석 작가의 live Film_Spiegelung DVD와 마찬가지로 DVD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이들의 개성 어린 프로젝트의 결과물들이 만들 일종의 소규모 출판 시장이 보통의 DVD 소비 시장에서 내지는 책과 같은 출판 시장에서 어떠한 틈입하여 미세한 지각 변동을 일으킬지는 알 수 없다. 문득 그것과 마주친 사람들에게 생소함과 시야를 줄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설레는 일임에는 틀림없다. 온라인상의 아카이브와 실재적 출판의 형태는 분명 다르다. 인터넷의 블로거 글들을 요즘 책으로 만드는 게 하나의 유행적 추세라고 하지만, 온라인의 휘발적인 느낌과 책의 단단한 질감은 전혀 다르듯 DVD역시 마찬가지의 문제라고 본다.




석성석 디렉터의 말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는 ‘작가와 채널에겐 출판 형태 결과물의 판매를 통한 경제적 피드백으로서, 예술 창작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예술 작품이 사회 안에서 배포되는 방식과 예술가의 생존 방식을 실험해 보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DVD는 각 작가들 작품의 개별 기획 출판과 함께 전체적으로 프로젝트를 아우르는 통합 출판의 형태 두 가지로 만들어질 것이라고 한다. 전자가 작가의 개성이 드러나는 작품집이라면, 후자는 하나의 결을 가진 홍대라는 곳에 모인 작가들의 동시대적 아카이브 성격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제의 필름 형태를 다수의 복제 작업을 통해 과정을 기록하는 측면과 결과를 담는 것은 작가 스스로에게도 기록에 대한 것을 염두에 두고 절차와 과정에 신중하거나 창작에 대한 과정을 더듬어가는 의식적인 작용을 끼치고, 공정에 대한 실재적 음미 이후 다른 창작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을 듯하다. 결과만 내뱉고 마는 게 아니라 만든다는 것에 대한 고찰 을 함께 가져가고, 작품에 대한 더 깊은 이해가 수용자의 입장에서 가능해지는 것이다. 


참고로 UAC는 언더그라운드아트채널(
undergroundartchannel)의 약자이고, Fabrik은 공장(factory)의 독일어 형태이다. 이는 이 프로젝트가 작품의 결과물 자체에만 주목하고 심미적 감상을 도출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의 생산 방식이나 전반적인 과정을 포함하고, 결과적으로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획득하는 시장까지를 염두에 두고 있음이겠다.

 

<개요>
UAC-Fabrik 언더그라운드아트채널 릴레이 쇼_프로젝트의 방향성
일시 : 4월 24일 금요일, 오후 6시
장소 : 홍대 앞 오프도시OFF ℃
대상 : 프로젝트 참여작가, 채널 작가 외 온/오프라인 아트 커뮤니케이션 및 언더그라운드 아트채널에 관심 있는 모든 사람
내용 :
1부/pm.6:00-7:00, live Film_Spiegelung DVD 프레젠테이션
2부/pm.7:10-8:30, 09 릴레이쇼 프로젝트 워크숍

언더그라운드 아트채널 : www.undergroundartchannel.net


필자소개
김민관 mikwa@naver.com
공연예술 프리랜서 기자 및 자유기고가
문화예술 분야에 전반적인 관심을 가지고 열심히 현장을 쫓아다니며 기록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