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도시_ UAC-Fabrik 둘러보기 2 : live Film_Spiegelung DVD

2009. 5. 12. 02:27Feature

24일은 전체적으로 오프도시의 2009년 새로운 기획 프로그램, 09 릴레이쇼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회 겸 작가들의 전체 워크숍이 있었던 날이고, 이 프로젝트의 디렉터인 석성석의 릴레이쇼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 이전에 올해 출시된 그의 DVD, “live Film_Spiegelung”(Spiegelung : 거울, 반사, 반영이란 의미를 지닌 독일어)의 상연과 감독과의 대화 시간이 마련됐다.

 

석성석 라이브필름을 보는 건 무의식적인 연상 작용의 단면을 따른 가상의 머릿속 이미지들의 신기한 지도를 유동하며 세계를 탐험하는 것 같았다. 눈은 끊임없이 영상을 따라갔고 고정된 시선을 둘 수 없이 배경들이 자신의 자취를 남기고 사라졌고, 이미지들은 다시 귀환하기도 했다. 시간의 선후 질서는 곧 뒤집어졌고, 반복과 재생산은 끊임없는 변화의 흐름의 역동적인 리듬 하에 있었기에 이는 구조적인 틀에 갇히지는 않았다.

 

도대체 이런 이미지들의 과용 내지 집적은 무엇에서 연유하는 것일까? 단순한 욕망일까? 스타일의 차원일까? 오년의 준비 기간과 일 년 간의 제작 과정을 거쳐 단 한 번의 라이브 필름 시연으로 작품은 끝이 나고, 그것의 증발을 붙잡아 DVD로 만든 것이 틀어졌고, 마치 누군가의 방 안 서랍에서 뭔가 소중한 무엇을 꺼내 보여줄 때처럼 숨죽이고 나는 그것들을 경이로운 듯 쳐다보고 있었다. 그가 자의적으로 붙였다는 오만원의 가격은 어쩌면 일인 시스템의 독립 출판 구조에서 보면 가격을 떠나 최소한의 노동 비용과 질적 가치를 담보하기 위한, 그리고 그에 대한 예술가의 자존감을 선언적으로 표방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만든 것일까? 처음에는 북극 아이누 사람의 얼굴이 잠깐 나오는데, 그가 말하는 차용에 있어서 십 초를 넘기지 않는 독일의 저작권 룰을 지킨 것이라고 한다. 도리어 다른 이미지들의 차용 역시 십 초를 넘지 않아서 이것이 빠른 전환과 잡히지 않는 영상 속 이미지들의 공식을 만든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형체를 알아볼 수 있는 이미지는 아이누의 얼굴과 변기를 꽤 클로즈업으로 오랫동안 비추는 것 같은 장면뿐이고, 그나마 존재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아이누의 얼굴뿐.

 

류한길 씨의 사운드 연주에 맞춰 즉시적으로 영화에서나 현실 등에서 직접 수집한 이미지들을 선택적으로 믹스해서 펼쳐놓는 것이 그 당시 작업을 현장에서 완성해 나가는 과정이었다. 소리에 적확하게 맞추는 데 초점을 두다가 이따금씩 시간적인 오차가 생기거나 머릿속에 약간의 착오가 발생할 수도 있고(눈과 귀를 일치시켜야 하는 혼란 속에서 이는 생각들은 마치 광기를 띠고 있는 것과도 같다) 그래서 작업이 끝나고 나서 영화 대사에 자막을 맞추는 것처럼 이미지에 사운드의 싱크율을 백 퍼센트로 맞춰볼까 생각도 했는데, 이는 그렇다면 자의적이고 우연적인 요소들이 예측 불가능성을 띠고 한번밖에 존재할 수 없었던 어느 한 현장을 만드는 라이브의 형태와는 또 다른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닐까 생각도 했다고 한다. 그 싱크율을 맞추는 그만의 비디오 믹싱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도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하고, 동시에 작업 스크린을 비디오로 찍을 때 피드백 효과에 의해 배경의 유동하는 것들이 만들어진 부분도 있다고 했다.

 

작품에 대한 설명을 잠시 인용해 본다.

 

“카메라, 스크린 그리고 실시간 영상제작프로세싱과 감독의 퍼포밍이 결합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다양한 시각적 현상을 보여준다. 사운드아티스트의 연주와 즉흥적으로 결합한 영화는 영화가 구성되어지는 공간과 동시에 웹으로 상영되는 1회적인 필름이다.”

 

필자로서는 기술적으로 자세히 그 과정을 설명하는 건 부족하지만, 그 메커니즘이 기계적인 과정이 현상으로 치환되는 과정에서 이뤄지고 또 다양한 방법을 고안해 내는 건 거꾸로 작업의 방향과 거기서 변용하는 작품의 기본적인 색채를 결정지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체와 장비는 중요하다는 점은 지각이 됐다. 다만 얼핏 가질 수 있는 기계가 모든 것을 만든다는 것, 기계에 모든 것을 의존한다는 건 편견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장비는 신체의 확장이거나 예술가의 작업 환경을 만들고 작업 과정 중에 그의 의식에 침투하여 상호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라고 할 수 있다.

 

 

다원예술매개공간에서 그의 제작 과정을 지켜본 적이 있다. 다원예술매개공간을 자신의 작업 공간으로 삼고 거기서 이미지를 수집하고 뭔가 집중된 상황에서 주변 환경에 기민하게 그의 의식이 투여되어 움직이고 있음이 느껴졌고, 어떤 행위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기에 질문을 던졌지만 시원하게 답변을 듣지는 못했던 기억이 있다. 작품의 결과 역시 현실 세계를 직접적으로 비추는 것은 아님을 알고, 당시 표면에서 감지되는 것을 찾지 못했던 것이 어느 정도 수긍이 갔다. 이날 워크숍에 참여 작가들과 몇 가지 질문과 대답의 대화가 이뤄지며 작품에 대한 이해를 보탤 수 있었다.

신체와 정신이 투여되는 장비와 라이브 연주/퍼포먼스 행위는 예술가가 자신이 다루는 매체 자체에 대한 자각과 실천에서부터 시작되어 그것이 실험되는 정도를 과정적 접근을 통해 계속해서 전유해 나간다는 측면에서 분명 재미있는 지점이 있다.

<DVD 정보>

타이틀 : live Film_Spiegelung(live + streaming + visual sound film)
디렉터 & 촬영, 편집, 미디어_퍼포머 : 석성석
사운드 : 류한길
기록사진 : 최병현
기록영상 : 김호곤
번역 : 윤미나
DVD커버디자인 : 275C.
제작년도 : 2009
러닝타임 : 25 분
포맷 : 컬러/스테레오/DV 6mm
E-mail : sssx1@hanmail.net

콘텐츠 :
A
BO_live Film : live Film 영화 정보
PLA_ live Film : live Film_Spiegelung 2009년 1월 10일 비공개 상영본(25'/color/stereo/2009)
E
XT_ live Film : live Film 샘플 비디오 클립 8개(15"~30"/color/stereo/2009)
DOC_ live Film: live Film 제작기록비디오 클립 5 (31"~3'10"/color/stereo/2009)
INF_ live Film : live Film 다원예술매개공간 제작 워크숍 정보

출시 : 2009년 2월 20일 출시 (500부 한정판)
판매 :
온라인: uac@undergroundartchannel.net
오프라인: 홍대앞 오프도시OFF ℃www.offdoci.com(Tel: 070-7555-1138)
가격: 오만 원

감독정보: http://undergroundartchannel.net/vol2/intro_01.html
사운드아티스트정보: http://www.themanual.co.kr

필자소개
김민관 mikwa@naver.com
공연예술 프리랜서 기자 및 자유기고가
문화예술 분야에 전반적인 관심을 가지고 열심히 현장을 쫓아다니며 기록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