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홍콩, 한국 뮤지션들의 인디음악계에 관한 수다떨기

2009. 4. 10. 07:5507-08' 인디언밥

싱가포르, 홍콩, 한국 뮤지션들의 인디음악계에 관한 수다떨기

  • 연리목
  • 조회수 823 / 2007.09.06

2007년 8월 16일 오전 11시, 서울프린지페스티벌 기간 동안 프린지 클럽으로 운영되고 있는 카페 ‘키친’에 다양한 표정을 가진 사람들이 속속 도착하기 시작했다. 싱가포르의 밴드 ‘The Observatory’의 멤버 Vivian과 Leslie, 홍콩에서 온 일렉트릭 듀오‘Snoblind’의 Vincent와 Regina, 한국 인디밴드 ‘그림자궁전’의 보컬, 기타를 맡고 있는 송재경, 한국의 DJ Guru, 그리고 음악평론가 신현준, 통역을 맡은 이정엽씨까지 8명. 이들은 기다란 테이블에 둘러앉아 두 시간여 동안 각국의 인디 음악씬에 대해 수다를 떨었고, 필자는 한구석에서 이를 받아적어 지금 공개한다. (사회-신현준, 정리 연리목)


신현준 이 모임의 첫 번째 목적은 서로에 대해 알고, 앞으로도 교류를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자는 것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 도울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해 보는 것이 두 번째 목적이구요, 세 번째로는 만약 가능하다면 음악적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협력할 수 있게 되면 좋겠어요. 그럼 서로의 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볼까요? 어떻게 밴드를 시작하게 되었고, 팬층은 어떻고, 레퍼런스 그룹은 무엇인지 등등이 궁금해요. Observatory는 어떤가요? Leslie 지금까지 앨범은 3장을 발표했고, 시작은 94년에 고등학교 밴드였어요. 수업 빼먹고 잼하고 놀고 재밌었지요. (웃음) 그 때가 싱가폴 음악의 제 3의 물결이라 불리던 시기였어요. 밴드들이 계약도 많이 하고 그랬죠. 하지만 그 열풍은 금방 식어버렸습니다. 지금 싱가폴의 로컬씬은 아주 언더한 편이죠. 한, 두개의 밴드를 티비에서 볼 수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아주 열악해요. Vivian 한국 라디오 방송에는 한국음악 쿼터제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하지만 싱가폴에는 그런 국가적인 장치가 없어요. 그래서 관심이 없다면 싱가폴 음악을 듣기가 힘들어요.


신현준 그렇군요. 한국에도 쿼터제가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한국의 팝음악을 트는 상황이기는 합니다. Snoblind은 어때요? Regina 저는 90년대에 걸펑크 밴드로 시작했어요. 그 때는 큰 콘서트도 있었고, 씬이 활성화되어있어서 당시의 상황은 좋았어요.2-3달마다 헤비메탈 association이라는 단체에서 공연을 개최했고 수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몰렸지요. 하지만 홍콩도 싱가폴의 경우처럼 97-8년에 인디 씬이 죽은 것 같아요. 다들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Vincent 나이가 들면서 음악이 재생산이 안 된 것 같아요. 음악 하던 사람들이 보통 생활로 돌아갔죠. 그런데 이 중에 프로덕션을 설립한다던지 제작, 기획 활동을 시작한 사람들이 있어요. 이 사람들이 지금 홍콩 음악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죠. 최근 들어 밴드를 서포트하려는 사람들이 생기고 있고, 그래서 밴드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 때 신현준씨가 홍콩의 89268이라는 인디음반가게에서 사온 씨디를 꺼낸다. 이 것을 본 Snoblind, 매우 재미있다는 듯 씨디들을 뒤적이며 Vincent 이 조합은 정말 흥미롭네요! 이 레이블은 아주 성공한 메이져 인디 레이블이에요. 여기 이 사람은 유명한 재즈뮤지션이고, 이 사람은 기타를 연주하는 톱 세션이고, 이 사람은 배우이자 홍콩의 섹스심벌이지요. 잠시 모두들 씨디 구경.


홍콩의 Snoblind


신현준 한국 뮤지션들의 이야기도 들어볼게요. DJGuru 저는 2000년에 디제이를 시작했어요. 원래 슈게이징 카피 밴드에서 베이스를 치다가 자연스럽게 디제이가 된 케이스입니다. 작년 여름에 로컬 편집 앨범을 하나 냈고요. 그 후 친구들과 일렉트로닉 음악을 전문으로 하는 레이블을 만들었어요. 제가 보는 인디 음악씬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면, 음.. 제가 소란 1회 때부터 갔었는데요, 그 때랑 지금이랑 상황은 별로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그 당시에는 제가 밴드에 더 가까웠고, 지금은 디제이에 가까운데요, 두 분야 모두 가시적으로 봤을 때는 시장이 더 커진 느낌이 들어요. 하지만 그 것은 마켓의 폭발일 뿐이라는 점에서 아시아가 다 비슷한 것 같습니다. 94년부터 몇 년 동안 많이 성장하고 좋은 분위기였는데 2000년대 들면서 그 열기가 다 수그러들었죠. 왠지 일렉트릭 뮤직의 발전과 반비례 하는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도 있어요.(웃음) 이에 대해서는 들은 이야기가 있어요. 밀레니엄과 월드컵 붐이 일면서 수많은 공연기획사들이 졸속 공연들을 많이 기획했고 망했고, 그 것이 지금까지 밴드들에게 타격이 되고 있다고 해요.


Vivian 한국에서 인디락이라는건 뭐죠? 인디? 일렉트로닉? 아니면 독특한 음악을 칭하는 건가요? 신현준 대부분의 장르를 포함합니다. 기본적으로는 밴드 음악인데요, 라이브 클럽에서 연주하는 음악들, 로컬 힙합도 포함하지요.


Vincent 징병제가 음악시장의 발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시나요? 대만의 경우는 정말 좋은 밴드였던 8mm sky, KBM같은 팀들도 모두 상승기에 멤버들 중 누군가가 군대를 가야했었거든요. 이정엽 글쎄요.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까요? Leslie 싱가폴은 예비군을 1년에 한 달 정도 가야하고 이 것을 6-7년 정도를 해야 해요. (다들 놀라 웅성웅성) Vincent 홍콩은 군대문제는 없지만, 젊은이들의 관심이 팝 음악이기 때문에 그게 인디 음악 발전에 영향을 끼치지요.

 

한국 - DJGuru, 신현준, 송재경, 뒷모습은 이정엽(통역)


송재경 기본적으로 홍콩이나 싱가폴은 영어권국가고, 한국보다는 영미권 문화를 훨씬 쉽게 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한국 같은 경우에는 영미권 인디음악들을 들으려면 개인적으로 찾아듣는 수밖에는 없잖아요. 욜라탱고 같은 팀이 아무리 유명해도 아는 사람 몇 안 되고. 그런 면에서 볼 때 90년대에 자생적으로 생겨난 씬이 있다는 것이 대단한 것 같아요. 그 당시의 몇몇 사람들이 그 음악들을 발굴해서 뭔가 만들어낸 것이 특이한 상황인거죠. 그래서 퀄리티도 다릅니다. 제가 대만이나 싱가폴 음악을 좀 들어봤는데 우리나라가 퀄리티면에서 떨어지는 것이 사실인 것 같아요. 그게 영어권이고 아니고의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하는거구요. 한국의 상황이 훨씬 터프하게 느껴져요. 물론 한국에도 오리지널리티가 있지만 어쨌든 영미권 음악을 하고 있으니까요. (DJGuru의 이야기에 대한 의견으로) 저는 일렉트로닉 음악 때문에 이 씬이 안좋아졌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오히려 강남, 압구정 사람들을 홍대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것보다 더 안좋은 문제는 인디씬에 있다가, 성장하면 이 씬을 떠난다는 것입니다. 그런 점이 안타까워요. 그런데 일본에서 한국으로 와서 인디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사람들이 말하길 한국은 그래도 인디 음악 하기에 상황이 좋다고 하더라고요. 라디오나 티비 진입장벽도 낮고. 클럽 공연도 하기가 무척 쉬운 편이고. 그런데 그래서 그런지 퀄리티는 낮다고 봅니다.


신현준 홍콩이나 싱가폴은 영어권이라서 영미권 음악을 접하고, 하기가 쉽다는 말이군요. 그럼 다들 가사는 어떤 언어로 쓰나요? 송재경 듣는 사람들은 한국말을 선호하지요. 그런데 만드는 사람들은 섞어서 만들어요. Vincent 홍콩은 대부분 영어에요. Vivian 싱가폴은 영어를 거의 쓰고, 말레이, 만다린 언어들도 있어요.


신현준 비비안이 싱가폴의 상황에 대해 할 이야기가 많은 것 같은데요? Vivian 한국 라디오는 디제이들이 음악을 선곡하기도 하고 그러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하지만 싱가폴은 캐릭터 디제이가 없고 선곡이 완전히 프로그램화되어있어요. 뭐 혹시 라디오 방송국에 진짜 친한 친구가 있고 그러면 음악을 틀수도 있겠지만 별로 그럴 일은 없죠. 그리고 싱가폴은 공연 한번 하기가 힘들답니다. 일본이랑 상황이 비슷하죠. 특이한 음악들이 진입하기도 힘들고. 오히려 제가 보기에는 홍대가 음악하기 더 편한 것 같아요. 라이브클럽도 홍대씬보다도 열악하고, 장소 섭외도 해야 하고, 심지어 장소를 돈을 내고 대여해야하지요. 기회가 훨씬 적어요. 인디 레이블의 경우는 홍보기획을 스스로 해야 하죠. 지역에 이런 음반만 유통하는 작은 언더그라운드 샵이 있어서 직접 들고 가서 팔아요. 아주 예외적으로 메이져 레이블에서 내는 경우가 있지만 그 것도 아는 사람이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아, 그런데 싱가폴은 기본적으로 10달러라도 페이가 있다는 점은 좀 달라요. (웃음)

신현준 홍콩은 어떤가요? Regina 라디오에는 100퍼센트 팝음악이 나오죠. 그리고 대부분의 홍콩 사람들이 기타 밴드를 좋아해서 우리 음악을 잘 이해해주지는 못해요. (http://cdbaby.com/cd/snoblind 에서 snoblind의 음악을 들어 볼 수도, 앨범을 살 수도  있다. 감상해보시라.) Vincent 공연 장소는 장르별로 나누어져 있어요. 어떤 장르는 어느 클럽이다 이런 식으로요. 그런 카테고리에 안 들어가면 좀 어렵지요. 우리 밴드가 그래요. 레이블 상황은 싱가폴과 비슷하고요. 라디오에 대한 불만은 있지만 새로운 테크놀로지의 도움을 받는 면도 있어요. 마이스페이스(http://www.myspace.com) 같은 곳이 대표적이고, 채널 브이 웹사이트에도 인디락을 위한 공간이 있는데 작은 공간이지만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씨디베이비 (www.cdbaby.com)를 잘 이용하기도 해요. 말하자면 DIY 같은 거죠. 아이튠스에도 올릴 수 있고, 불법 다운로드 같은 것도 기회가 많이 제공되는 거라면 상관없어요.


신현준 당신들의 음악적 국제 교류가 궁금합니다. Vincent 중국의 카우차우지라는 힙합 뮤지션, 그리고 대만에 힙합이나 일렉트로쪽과 관련해서 아는 뮤지션들이 있습니다. 인터넷의 마이스페이스를 통해 미국의 인디프로듀서들과도 조금 알게 되었구요. Vivian 저희는 태국에 친구가 있고, 일본의 J-Wave에서 초청을 해서 공연하러 간 적이 있고, 한국이 있죠. 밴드가 공연밴드가 아니라 녹음 위주의 밴드이기 때문에 역시 인터넷과 관련해서 여기저기에 알음알음 친구들이 있습니다.


신현준 (The Observatory에게) 주로 어떤 사람들이 당신들의 음악을 듣나요? Vivian 아주 이상한 사람들이죠. (웃음) 씨디베이비 다운로드를 통해 알게 되는 사람들도 있고요, 대부분은 인터넷이죠. (http://cdbaby.com/cd/observatory3, http://www.myspace.com/theobservatoryband 등에서 이들의 음악을 들어볼 수 있다. 역시 앨범 구매 가능) 신현준 내가 듣기에 당신들은 당신들의 음악이 싱가폴 음악이라는 생각은 안하는 것 같은데. Vivian 네 그래요 Leslie 그건 매우 중요한 질문인 것 같아요. 90년대에는 싱가폴 음악에 대한 정체성이 있었던 것 같은데말이죠. 지금 저희들은 찾고 있는 중입니다.


싱가폴의 Vivian


신현준 인디 음악을 위한 지원 시스템은 어떠한가요? 예를 들어 한국에는 프린지 페스티벌 같은 행사들이 있고, 정부에서 도와주기도 해요. 송재경 제가 운영하는 레이블도 이번에 천만원을 받았어요. 1년에 한번씩 지원받을 레이블을 선정합니다.


천만원 이야기가 나오자 두 밴드 모두 난리가 났다. 모두 각자의 환율로 천만원을 계산해보고는 진짜냐고 몇 번이나 되물으며 부러워했다. 아마도 그 쪽에는 그런 지원 시스템이 없는 모양이었다.


Vivian 싱가폴에는 지원보다는 검열 시스템이 있어요. 정치적인 제한이 있고, 공연에 비밀 경찰들이 오기도 하지요. 그런데 한계선을 알고 있으니 활동하는데 크게 지장은 없는 정도입니다. (정치적인 이야기로 잠시 넘어감) Vincent 우리는 체제에 저항하는 음악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찾는 음악은 아주 정형화된 현재 음악씬에서도 우리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음악을 하는 것입니다. 기타 밴드 음악에서 컴퓨터 음악으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인디 음악이 꼭 밴드음악이 아니라 다른 식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우리의 정체성이라고 생각합니다.


DJGuru 프린지에서 Snoblind와 연결을 시켜주어서 한 달 동안 같이 작업을 했어요. 우연찮게도 같은 소프트웨어를 쓰고 있더라구요. 메신저나 마이스페이스를 이용해서 음악을 주고 받았는데, 그러면서 마이스페이스가 아닌 유럽 쪽의 블로그들을 찾아보게 되었어요. 그 쪽을 보니 재미있는 시스템이 생기고 있더라고요. 아까 불법 다운로드 이야기를 했는데 유럽은 그 건 아예 포기를 했어요. 대신 최대한 음악을 노출을 시키는 방향으로 가요. 많이 노출을 하면 아티스트들이 네임밸류가 생기잖아요. 곡이 발표되면 그 곡을 블로그에서 하나씩 찾아내서 다운로드가 가능하게 링크를 걸어놔요. 그러면 디제이들이 그 곡을 다운로드해서 사용하기도 하고, 그 것을 다른 밴드가 카피를 하기도 해요. 이러한 방식은 프랑스에서 시작되었는데 유럽에서 인디음악의 새로운 수익모델로 자리 잡고 있어요. 예를 들어 그림자궁전의 음악을 블로그를 통해 듣고, 좋아서 재해석을 해서 연주하고 투어를 할 수도 있는거고.


신현준 자 점심 먹을 시간도 되었고 이제 이야기를 마무리해야 되겠네요. 아시아의 세 나라의 인디뮤지션들이 각자의 상황과 생각을 나누어 보았는데요, 정작 서로의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지 못한 것이 참 아쉽습니다. 차차 기회가 있겠죠? 앞으로도 서로 지속적인 교류를 통한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보충설명

지난 8월에 열린 서울프린지페스티벌2007 프로그램 중에는
아시아 독립예술 창작교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인디 음악씬에서 활동하고 있는 뮤지션들의 교류가 있었다.
이번 교류방식은 1대1 친구맺기방식으로 진행됐으며
그 짝짓기는 싱가포르의 The Observatory와 한국의 그림자궁전,
홍콩의 Snoblind와 한국의 DJ Guru 간의 만남으로 진행되었다.

필자소개

연리목_인디언밥 편집위원. 뮤지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