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투인디 릴레이리뷰 - HI, MR.MEMORY

인디투인디 릴레이리뷰 - HI, MR.MEMORY

  • 김성민
  • 조회수 957 / 2007.09.20

HI, MR.MEMORY 기억씨와의 여행

 

 

[예술가는 타인의 아픔을 위로해 준다기보다는,

함께 울어줄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해요.

어제 "ㄱ"씨의 목소리 또한 나 대신 울어주는 것 같아서

아프고도 아름다웠던 시간이었어요.]

 

[가사들이 참으로,

저의 "기억"과 오버랩되어

아픈 곳을 들춰내게 하였죠.

저도 몰랐던 생채기가 수면위로 떠오르는 기분.]

 

["하이,미스터메모리"에 대한 정보는 아무 것도 없었어요.

kt아트홀 홈페이지에 나온 "네오포크"의 "포크"라는 단어 두 글자만 믿고

"이거 왠지 좋을 것 같아"라는 저의 감만을 갖고 따라왔거든요.]

 

-하이미스터 메모리의 기억씨의 공연을 본 사람의 공연후기에서 발췌-

 

그렇다. 나에게도 이 가수는 감이 좋은 사람으로 느껴진다. 두어 해전에 크리스마스가 지난 어느 침침한 지하살롱에서 만난 더벅머리의 총각. 내 기억 속에 그는 이렇게 시작된다. 나지막하게 말하다가 크게 웃어내는 그 사람은, 글쎄다. 지금 시대에 나지 말았어야할, 7~80년대에 적당한 장소에 걸쳐져 있었으면 더 본인은 쉬웠을 인생이었을지도 모른다. 2007년에 한 장의 앨범을 내고 매주 서울시내뿐 아니라 전국방방곡곡을 휘젓고 다니는 그는 이제 33살. 나와 감성적 시발점이 비슷하고 그리고 나아갈 길이 가장 비슷한 부류중의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가장 웃긴 홍대 동네주민의 모습으로 그를 벌써 두어 해나 쳐다보고 있다.

 

현재의 다른 아티스트들보다 조금 긴 가사와 조금 더 긴 러닝타임의 공연. 한곡이 3~4분인 여타의 음악에 비해 그의 음악은 대부분 6~7분을 돌파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그리고 그의 연주타입도 가지각색으로 혼자 하는 때, 둘이 할 때, 최대 8인조까지 동원하는 동네품앗이의 전형적인 캐릭터까지. 소위 말하는 발라드 가수이면서도 그가 라이브 할 때는 잠이 오지 않는다. 그는 진정 일상의 일기를 쓰는 맘으로 곡을 만들고 그것들을 무대에 올림으로 삶의 라인을 그것에 묶어놓는다. 그런 그의 모습은 곁에 있는 이들에게는 무한감동의 파노라마겠지만 정작 본인의 삶에 있어서는 얼마나 무던함으로 받아야내야 하는 일들이 많을지. 같은 작가로서 공감케 그리고 예감케 한다.

 

그는 대부분의 라이브 때 앉아서 어쿠스틱 기타를 무릎에 얹어놓고 얘기하는 걸 좋아한다. 또 관객 한사람, 한사람과의 대화를 중요시한다. 이미 다년간 불러온 노래들이기에, 대부분의 공연에서 위의 후기처럼 유별난 기복이 없이 언제나 수려하다.

 

우리가 공통적으로 가진 배경은 동아기획시절의 가수들이며 작곡가들이다. 신촌블루스와 김현식으로 이어진, 그리고 그 뒤로 수많은 작품들을 수놓았던 대학로의 故김광석선배같은 삶을 기대하고 올인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홍대에 있고 기억씨도 그 홍대씬의 한가운데에 있는 싱어송라이터다. 600명이 넘는 팬까페는(club.cyworld.com/mrmemory)는 매일같이 누군가가 일기를 실어 보낸다. 남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것과 같다는 그의 음반에 걸맞은 흡입력을 가지고 있다. 그의 음악은 네오포크라는 전세계적인 트랜드에 걸맞은 단출한 구성과, 시점을 복합하여 뻗어내는 무미건조한 일상의 비상구와 같은 글귀들이 가득 차 있다. 그의 목소리나 기타소리는 다른 어떤 뉘앙스와 다른 담백함이 묻어있다. 다시 말해 한두 번에 식상해지는 그런 소몰이창법이나 얄팍한 가성의 향연과는 다르다. 딱 어울리는 말로 <진퉁>이라고 하고 싶다. 듣는 모든 이들의 기억을 낱낱이 헤집어버리는 일격필살의 공연은 아직 미동도 안 해본 여타의 공연장에서 경험이 없다면 경험해봄직한 맛있는 공연이다.

 

이미 EBS SPACE 공감과 k-rock fest. 그리고 배철수의 음악캠프에도 소개된 바와 같이 그를 접할 길은 많아졌다. 그의 음악은 이제 웹에서 쉽게 검색 가능하고, 그와 담소를 나눌 공간에도 가벼이 참여할 수 있다. 라이브가 먹어주는 가수를 찾는 발길들이 홍대로 이어지고 이제 메이저 시장에서조차 한따블(천장제작)돌리는 시대에, 우리는 모두 귀에 아이팟을 꽂고 길을 걷고 일을 하며 이 하이미스터메모리의 음악도 아마 대부분 cyworld와 같은 음원서비스로 만나고 있을 것이지만 지금도 기억씨는 두 번째 앨범의 이야기들을 작은 일기장에 빼곡히 적어나가고 있다.

 

한 때를 풍미하는 이들이 많았던 최근 십년의 음악 중에 앞으로 십년을 더 들을만한 공연장에 만날만한 가수를 찾는다면 지금 당장 다음의 곡들을 들어보라.

 

이런 날, 이런 나를

라이브 때 거의 첫 곡으로 쏘아대는 이곡은 크레센도의 위용을 자랑하듯이 속삭이다 터지는 그의 모든 곡들의 전형적인 타입이지만 고감도 필링을 가슴에 바를 수 있는 그만의 가사가 있다. 마음을 가다듬고 득도의 세계로 이어지는 향연을 위한 곡인지 언제나 첫 곡으로 많이 부르고 있다.

 

조제, 물고기 그리고 강아지들

전율을 전해주는 그의 두터운 무지개포가 발사되는 곡으로 아는 동생과의 아무것도 아닌 대화에서 착상되어진 곡으로 라이브 할 때 제목얘기에 모두가 일단 한번 웃고 시작하는 곡. 작은 것들은 위대해~라는 코러스부분에서는 그의 모든 곡을 통 털어 가장 짜릿한 그의 절규 섞인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dark circle

암암리에 활동하던, 녹음 스튜디오에서만 선보였던 나의 십년베이스를 움직이게 한 비장의 곡으로 백인음악과 흑인음악이 절묘하게 믹스된 그의 리듬워킹이 도드라지고 또한 다크 써클에 관한 그의 지론을 심도 있게 들어볼 수가 있다.

 

회색별

그의 모든 홈페이지와 팬까페에서 나오는 이곡은 한때 굉장히 듣기 싫었던 곡으로 <그런거 있자나 왜> 틀면 나오는 그의 주제가 같은 분위기. 모 라면 회사와의 컨택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낭설이 돌았던 바로 그 코러스<라면은 이제 그만 먹어 농심만 먹어....>. 때로는 내게 없는 유일한 캐릭터인 어린 왕자와 같은 그의 이미지가 떠오르게 된다.

 

help me

소시적부터 함께 음악 했다는 고영빈씨의 하모니카가 일품이었던 이곡은 라이브 했을 때 거의 반야심경 삼매경으로 빠지는 몽롱함이 있었다. 중간부의 일렉트릭 기타의 활화산 같은 폭발과 더불어 곡예사의 휘청이는 느낌의 약필은 이곡을 할 때마다 묘한 기대감으로 이끌어주었다.

 

그냥, 그런 날이야

<왜 여러분들도 그런 날 없으세요? 그냥 혼자 있고 싶은 날.> 이런 멘트로 매번 시작하는 이곡. 라이브를 같이 수십 번을 뛰고 나니 이제 그의 시작점 멘트도 다 기억이 난다. 이 양반음악은 곳곳에 배치된 웅덩이와 가시밭길이 있는데 요런 곡이 아마도 그의 팬들 중에 마쵸 필이 있는 여성분들이나 구겨진 삶을 영위해가는 남성 팬들의 교집합점이 아닌가 싶다.

 

숙취

공전의 그의 히트 곡으로 멜랑꼴리한 율동자매까지 섭외가 되었던 전국 투어 마지막 공연의 모습이 그려진다. 실제 경험담만을 담아내는 그의 일상이 어떤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곡. 실지 그는 홍대 주당라인에서도 상위에 랭크되어 있다. 1년이 365인가 그렇다면 그는 매일 동네 포장마차에서 공연직후에 만날 수 있다.

 

아주 오래전에, 아니 그리 멀지 않은 어제

보이지 않는 309명의 흑인교회 성가대를 뒤로 하고 매번 부르고 있다는 그의 냉랭한 개그의 진수로 시작되는 이곡은 공연 시에 가장 라스트 곡을 장식하는 경우가 많았다. 천만이 넘어선 대한민국 기독교인들이 자기도 모르게 교회에 있는 듯 착각에 빠지게 된다는 곡으로 청소년기에 교회에서 학생부회장을 다년 역임한 그의 절실한 무언가가 뒤에 깔려있는 듯 보이고 자연주의에 입각한 가사들은 술자리에서 부를 때 모두를 하나로 이어주는 알 수 없는 공동체의식을 갖게 한다.

 

안경이 필요 없게 됐어

거침없는 반복으로 이성을 잃게 하는 그의 이십대 초중반의 곡으로 예술 혼 가득한 명곡탄생을 위한 깊은 산사에 묵으면서 반년가량동안 은거 생활 중에 나온 유일한 한 곡?으로 그때 진 카드빚을 한참 후에까지 짊어지고 살았다는 그의 너스레가 뭍은 곡. 유아틱하지만 누구에게나 있는 10세 전후의 기억들을 또 떠올리게 한다.

 

초승달

이제 모든 것은 끝났다. 공연 중 화장실도 다녀오고 중간에 간이역에서나 먹을 수 있는 가락국수 한 그릇을 먹고 와도 아직 끝나지 않는 맨홀과 같은 곡. 공연도중 세션들이 쉬게 되는 곡인데 대기실의 우리는 거의 집에 갈 뻔했다. 어린 시절 맞벌이 부부아래서 자란 어린이가 티비를 켜놓고 잔다는 아주 간단한 내용을 최하 8분으로 이끄는 그의 지고지순한 긴 곡 사랑을 엿볼 수 있는 가장 트레이드마크적인 곡. 동네 어린 친구들의 이름을 부르는 그는 아직도 그 친구들과 만나고 있는지 궁금하다.

 

난 정말 몰랐었네

자신의 곡들로 가득 찬 한 밥상위에 놓인 유일한 남의 집 반찬으로 이곡은 순전히 팬들에게 던지는 사랑의 써비스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곡조차 어린 날 그의 부친이 자주 부르셨다는 만취해서 이 곡을 흥얼거리는 지금의 그를 보면서 그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동일하게 가수의 삶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유연한 예상을 해본다.

 

본명 박기혁인 이 사람은 대체 삶을 어떻게 대하고 사는가. 수많은 공연과 술자리에서 이 사람의 모습을 모두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항상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무언가를 한다고 나는 알고 있다. 더없이 많은 인연의 길을 걷고 있는 기억씨는 앞으로 나와 더불어 당인리 발전소 앞 정자에서 몇 일후에 삽겹살을 구워 오리지날레귤러진로소주와 함께 또 넉넉하게 보게 될 것 같다. 때로는 어느 환한 대낮에 나무아래 앉아 기타를 치는 그를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동행하고 싶지 않은가?

필자소개

김성민_선그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