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리뷰]제6회 여성연출가전: New War, 전쟁이다 ⑥어멈


<제 6회 여성연출가전: New War, 전쟁이다>
 





전쟁, 바퀴 없는 수레의 아이러니
연극<어멈>

 


글 │
김지선

 

 


 


올해가 6.25 60주년 이란다. 곳곳에서 '전쟁'이란 키워드가 봇물처럼 터져 나온다. 영화, 드라마에선 6.25 전쟁을 담은 작품들이 등장하고, 최근에 어디선가 '잊지 말자, 6.25'식의 구호도 새삼스레 재 등장했던 듯 하다.


60년 전 이 땅에서 있었던 '전쟁'이란 비극, 60년이 지나 '기념'아닌 '기념'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기념'이란 단어. 어쩌면 전쟁과 참 안 어울린다. 이 어색한 만남이 올 해 여성연출가전의 키워드로 등장했다.


나도 모르게 여성, 전쟁. 그리고 2010을 떠올린다. 그러고 보면 전쟁은 60년 전에 끝난 게 아닌 듯도 하다. 아프간은 아직도 전쟁 중이고, 한반도 역시 휴전 중 아닌가? 지구촌에서 벌어지는 내전, 화폐전쟁. 식량전쟁. 다이어트 전쟁. 통신 전쟁. 정보 전쟁.등등의 전쟁들. 새로운 전쟁의 시대. 우리가 살 고 있는 이 시대는 아직도 '전쟁' 중이며 그래서 '전쟁'은 '삶'과 '생'과 다시 조우한다.





 
브레히트의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은 '전쟁'과 '삶'의 조우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작품이다. 적과 아군의 관계, 그리고 이념을 떠나서 다시 그려지는 전쟁의 의미. 전쟁을 통해 생을 연명하는 억척어멈 일가에게 전쟁은 삶의 터전이요, 사업장이요, 그리고 말 그대로 '삶'자체이다. 연극 <어멈>은 '수레'의 이미지를 통해 이러한 전쟁의 아이러니를 그려낸다.

 

 

- 바퀴 없는 수레

 

 

 브레히트의 작품을 볼 때면 고정관념을 가지고 보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가 만들어낸 '이론'들을 떠올리며, 그 이론이 공연에 어떻게 드러났는지, 혹은 '이론'을 잘 표현했는지 안 했는지, 이미 존재하는 잣대를 가지고 공연을 분석하고, 해석하고, 평가 하게 되는 일들이 종종 있다. 어쩌면 이 공연을 보는 나의 첫 자세는 여지없이 그러한 잣대로부터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소외효과','서사극'식의 이론들을 머릿 속에 정립해 놓고,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속에서 내가 보고 싶어하는 연극적 장치와 효과들을 선 그어놓고, 을 시작했던 지도 모른다. 때문에 서정적이고, 감상적인 음악 효과와 뮤지컬 같은 노래들에 의아함을 가졌고, 공연 보는 내내 어설피 알고 있는 브레히트의 서사극 이론을 팝업창 마냥 띄워놓았음을 고백한다. 내 머릿속 팝업 창과는 정 반대의 이미지로 등장한  '수레' 역시, 그러한 의미로 의아함을 남긴 오브제였다. 그러나 공연 막바지 수레의 변이를 마주하고, 나는 머릿속 팝업창을 미련 없이 닫아버렸다.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작품에서 '수레'는 그 자체로 '전쟁'과 '생'의 상징이다. 두 바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굴러 갈 수 밖에 없는 진행형 인간의 업과 연명하는 생의 길을 그려낸다. 때로는 험난해도 살기 위해 앞으로 전진하는 억척스런 어멈의 성향을 담아 내기도 하고, 멈춰버린 두 바퀴에서는 굴러갈 수 있지만, 굴러가지 못하는 '전쟁'이란 상황을 드러내기도 한다. <어멈>공연에서 수레는 바퀴가 없다. 붙박혀 있는 듯 가녀린 네 다리에 의지한 거대한 수납장. 나를 당황케 한 그 수납장의 이미지는 가히 '수레'라는 단어와는 어울리지 않았다. 더군다나 감춰진 바퀴는 '수레'라는 말 자체를 무색케 하였다. 배우들이 끌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 마치 붙박이 찬장과도 같은 이미지의 '수레'가 연극의 후반. 자식들이 모두 죽고, '어멈'혼자 살아남아 '전장'으로, '생'의 터전으로 다시 나아갈 때, 그것은 '상여'로 변모한다. '수레'와 '상여'의 관계. 어멈이 그토록 집착하고, 지겹도록 끌고다닌 '생'의 덩어리가 '죽음'의 상징으로 나아가는 그 마지막 '상여 장면. 바퀴 없는 수레를 통해서 생과 죽음을 야기하는 마지막 수레의 변이는 짧지만 강한 의미와 상징으로 이 공연을 마무리 짓는 결정적 장면이었다.

 


 



 

연극 <어멈>은 브레히트의 희곡을 한국적 색깔을 입혀 다시 그려내려 했다지만, 나는 한국적 색깔, 한국식 이야기, 우리네의 정서, 혹은 우리네 '어멈'의 모습이란 식의 거창한 의미와 공연의 특징보다 단지'바퀴 없는 수레'에 의미를 모두 걸어보려 한다. 어찌 보면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이란 브레히트의 작품은 한국적이든, 그것이 독일적이든, 혹은 서사극이든 아니든 그런 것들보다도 '어떤 수레'일지가 관건 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수레' 이것이 연출가가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을 바라보는 시각이자 선택일 것이다. 연극 <어멈>의 바퀴 없는 수레. 마치 관처럼, 그리고 찬장처럼 붙박여 있는 '생'이 상여라는 '죽음'으로 변모하는 순간 '수레'는 이미 '전쟁'이자 '생'이자 '업'으로 오두카니 자리하고 있었다. <어멈>이 남긴 바퀴 없는 수레는 총과 칼, 폭탄의 굉음이 아니더라도 그 모습 자체로 전쟁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전쟁, 그것은 바퀴 없는 수레처럼, 생과 죽음의 아이러니 이니까.




여성연출가전은?

올해로 여섯 번째를 맞는 '여성연출가전'은 매년 다른 하나의 주제로 만나는 연극
축제다.

<제6회 여성연출가전>은 ‘전쟁’이 주제다. 지금도 어디선가 벌어지고 있는 국가간의 전쟁, 부조리한 사회 체제와의 전쟁, 개인의 머리 속을 떠나지 않는 나 자신과의 전쟁 등 이념의 대립에서부터 일상의 소소한 전쟁까지. 동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연출가들의 섬세한 시선을 만날수 있다. 

[공식블로그 바로가기]


여섯 번째 작품: 극단 노마드 <어멈>
연출 : 김민경
날 짜 : 2010년 7월 9일 - 7월 18일
장 소 : 키 작은 소나무
 


 

필자소개

김지선
여름과 사람과 연극을 좋아하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