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인디는 무엇으로 사는가 - 인디 10년, 홍대만 있었던 게 아니다

2009. 4. 10. 08:3807-08' 인디언밥

동네 인디는 무엇으로 사는가 - 인디 10년, 홍대만 있었던 게 아니다

  • maverick
  • 조회수 978 / 2007.12.21

날아라~ 광인뮤페! (2007 제4회 광주인디뮤직페스티벌 이미지)

 

"동네씬이 살아가지 못하는 곳에서 음악축제를 외치고 꿈꾸는 것은 차라리 아니함만 못하다. 축제는 동네에서 영양분을 섭취하고 그 동네의 색깔로 꽃을 피워야 한다. 국제적인 페스티벌이 어느 순간 동네에서 생겨난다 해도 지역에 남아 있는 음악적 씨앗과 자산이 없으면 소모적인 푸닥거리에 불과하다. 축제는 지속적인 음악씬의 생성에 기여해야 한다."동네가 살아야 나라가 산다’고 외치는 광주 인디의 전언이다.

 

원고를 위해 노트북을 열었다. 라디오에서는 대선후보 마지막 연설이 끝나가고 있다. 이 글이 읽혀질 쯤 결과가 나오겠지. 문화공약이라고 다들 구색일 뿐 아무도 문화를, 예술을, 진심으로 이야기하는 사람은 없다. '나라가 산다'는 '경제가 산다'에 다름 아닌 시대다. 문화도 산업이요 경제다. 하물며 인디문화일까. 게다가 저 후미진 지역 인디까지 나라가 걱정해줄 시대가 과연 오기나 할까. 이런저런 씁쓸함을 뒤로 하고 어금니를 문다. 얼마 전 둘러 본 두 축제를 다시 떠올려 보기 위해.

 

지역 인디음악이 살아가는 모습을 더듬어 볼 요량으로 글을 시작해 본다. 허나 두 축제를 비교하거나 이런저런 잔소리를 읊거나 음악을 평할 생각은 없음을 미리 밝혀 둔다. 그럴 자격도 능력도 없거니와. 단지 보이지 않는다고, 거리가 멀다고, 인디음악씬에서 의미 있는 존재와 흐름들을 잊거나 모른 척 하지는 말아야겠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을 뿐이다. 인디10년이 지나오는 동안 홍대가 아닌 지역에서 인디는 어떻게 자라왔을까. 조금은 부끄럽고 불편한 맘으로 그들을 엿보러 갔다.

 

<2007 제4회 광주인디뮤직페스티발(狂iN無fE)>과 <제5회 2007 부산인디락페스티벌 Live In Seoul>을 찾았다. 부산은 2008년 1월 열릴 축제에 앞서 12월 1일, 홍대 앞 롤링홀에서 먼저 열렸는데 서울 시장을 노크하는 마케팅의 일환으로 보인다.

 

"동네가 살아야 나라가 산다"먼저 11월 24일 토요일, 빛고을 광주 전남대 대강당에서 인디음악 축제가 열렸다. 포스터 제목 위에 조그맣게 '지역 공연문화 활성화와 인디음악 발전을 위한'이라는 타이틀이 붙어 있다.

 

오전 10시 좀 넘어 출발한 길은 주말을 맞아 남으로 남으로(가히 서울군 차해전술이라 할만하다!) 밀고 내려가는 차량 행렬에 포위돼 6시가 다 되어야 간신히 공연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뒤늦게 뛰어 들어간 전남대 대강당은 '인디밴드' 공연을 스탠딩과열린음악회의공존?관람하기엔 너무나 거대하고 좌석은 지나치게 푹신했다. 열린음악회에나 어울릴만한. 그나마 무대 앞 스탠딩 공간에 자리 잡은 100여 명쯤 되는 관객들의 열기가 축제 분위기를 내고 있었다.(스탠딩과 열린음악회의 공존? - 오른쪽 사진) 공간 선택에 고뇌와 사정이 있었겠다 싶어 마음이 무겁다. 공연장 입구는 소박했다. 지방 축제에 으레 있음직한 먹거리나 이런저런 판매 부스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공연은 밤 11시가 다 되도록 6시간을 넘기며 숨 가쁘게 이어졌다.

7시간 가까이 이어진 공연 릴레이 go!go! 

  • 혼자 이층 꼭대기에서 좋다고 춤췄던, <그림자궁전>
  • 표정이 너무 이뻐서 넣어 본 <더멜로디>
  • 절절하다! 연영석, <연영석>
  • 이름이 재밌어서, <순이네담벼락>
  • 처음 봤는데 맘에 든..열심이다! 윈디캣, <윈디캣>

 

전체 구성은 모노케이스, 러쉬 등 지역 뮤지션들의 무대인 <우리동네 막둥이>, 윈디캣, 모투, 레모니마카로니, 순이네담벼락, 베티에쓰 등 청소년 밴드와 광주에서 활동하는 인디뮤지션들이 장식한 <빛의 공화국>, 전주의 스타피쉬와 부산의 21 SCOTT이 꾸민 <변방의 노래>, 그리고 피아, 연영석, 더멜로디, MOT, 그림자궁전, 카피머신, 럭스, 줄리아하트, 훌리건 등이 참여한 현재 국내 인디 음악의 다양한 흐름을 풀어내는 <무경계뮤직환타지> 등 네 가지 주제로 이루어졌다.

 

그런데 시간이 많이 지연되고 있었는지 밴드들은 쫓기듯 거의 멘트 없이 순서를 급히 소화하고는 무대를 내려간다. 그러다 끝나기로 예정된 10시 정각이 되자 전기가 나갔다! 무대에서는 '럭스'가 한창 불을 지피고 있는 도중이었다. 빌린 장소 주인에게서 지역 공연문화 활성화라던가 인디음악 발전, 뭐 이런 걸 고려한 아량은 베풀어지지 않았나 보다. 좀 봐주지. 무정한... 다행히 조금 지체된 후 너그럽게도 전기가 다시 들어왔다. 그 사이 멋쟁이 럭스는 베이스 멤버(이태선)의 '백덤블링'을 연이어 선보이며 공연이 중단된 민망한 순간을 슬기롭게 넘겨주었다. 역시! 그 뿐 아니라 다시 이어진 공연에서는 관객들을 무대로 올렸고 우리의 열혈 관객들은 스테이지 다이빙과 슬램으로 화답했다.(관객들과 무대를 함께 한 럭스, 백덤블링을 연이어 선보인 베이스 멤버 - 오른쪽 사진) 럭스에 이어 피아를 마지막으로 앙콜 없이 20팀 정도의 뜨거운 공연 릴레이가 모두 끝났다.

 

맘만 먹으면 홍대앞 라이브클럽에 언제든지 갈 수 있고 쌈싸페니, 펜타포트니 가까운 곳에서 종종 열리는 음악 축제들을 즐길 수 있는, 나는 '서울 놈'이다. 무엇하러 주말 고속도로 교통정체를 뚫고 왕복 15시간 가까이 걸린 광주까지 인디밴드들을 보러 갈까. 교통비 수억 처들여서 말이다. 근데. 지역 음악팬들은 해마다 때가 되면 그렇게 주섬주섬 차비를 마련해 산 넘고 물 건너 멀리멀리 서울 동네까지 원정을 온단다. 전국의 지역 축제들은 셀 수 없이 많아지고 있지만 연예인도 나오지 않는 인디음악 축제를 만드는 곳은 거의 없다.

 

광인뮤페를 끌어가고 있는 건 <네버마인드>라는 라이브클럽이다. 기획과 주관이 광주독립음악발전연대 네버마인드라고 되어 있긴 하지만 그리 규모가 큰 것 같지는 않다. 소액의 관청 지원을 받는 듯 보이나 네버마인드가 재정의 상당 부분을 부담하면서 지역 밴드들과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고 한다. 홍대 앞 라이브클럽들도 어려운 사정이야 매한가지겠지만 불모지이다시피 한 지역 라이브클럽의 안간힘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지역 음악인들은 많은 축제의 한 귀퉁이에서 서울스타들의 들러리 서기에 목을 매달아야 한다. 그리고 언젠가는 짐을 꾸려 길을 떠날 준비를 해야 한다"는 얘기가 목에 걸린다.

 

일주일 간격으로 이번엔 부산 인디를 보러 갔다. 근데 홍대 앞이다. 비행기라도 타야 하나 싶었는데 다행이다. 아니 한편으론 좀 아쉽다. 지역 현장에서 보지 못하는 것이.

 

12월 1일 토요일 오후 6시, 롤링홀. <제5회 2007 부산인디락페스티벌 Live In Seoul>이 열리는 현장을 찾았다. 부산 출신 밴드들이라면 홍대 앞에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고 얼마 전 함께 공연한 '갈매기 공화국'이란 이름도 웬만큼 알려져 있다. 예전 같진 않다지만.

 

올해로 5회째를 맞는 부산인디락페스티벌이 부산 공연에 앞서 서울로 온 이유는 무엇일까. “실력으로는 절대 뒤지지 않는 부산 밴드들이 홍보 채널이 없어 서울에서 열리는 각종 페스티벌 무대에 서지 못하는 게 안타까웠기 때문”이라고. “부산인디락페스티벌이 대한민국 인디음악의 심장부, 홍대 앞으로 저력을 떨치러 왔다”고는 하는데. 글쎄. 현장은 좀 썰렁했다. 스탠딩으로 대략 100명 좀 넘게 있었다. 왔다 갔다 한 인원 다 합하면 200은 되려나. 여하튼 “서울 음악 관계자나 일반 관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기대”하고 온 것치고는 그리 흥행에 성공한 것 같진 않다. 서울 홍대 앞이 냉정한 건지, 부산의 구애가 소극적이었는지는 모를 일이다. 관객들은 그들이 흥이 나는 딱 그만큼 놀아줬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광주와는 또 사뭇 분위기가 달랐음은 물론이다. 텅 비어 있는 뒷 공간도 내내 맘이 쓰였다.

 

“시류에 따르지 않고 고집스럽게 자신의 음악을 하는 부산 록밴드들”이라고 소개하는 그들의 말은 일단 맞는 것 같다. 팝 펑크나 모던록, 어쿠스틱도 있었지만 스래시메탈, 데스메탈, 하드록, 그런지록, 사이키델릭 얼터너티브 등 서울에서는 그리 활성화돼 있지 않은 하드한 밴드들이 연이어 무대를 달구는 걸 보면 말이다. 노트래쉬, 언체인드, 리트머스, 21 SCOTT, 라루나, 망각화, 데릭 등 7개 밴드가 릴레이로 공연을 이었다.

 

게스트로 출연 예정이었던 트랜스픽션은 마지막 순서였지만 공연은 결국 취소됐다. 관객들 보다, 멀리서 힘들게 올라 온 밴드들이 서운할까봐 더 걱정이 되었다. 같은 시간 등촌동 88체육관에서는 서태지 15주년 기념 콘서트가 열리고 있었고 4천여 명의 관객이 가득 메웠다고 한다. 여기 출연했던 트랜스픽션은 사정이 있었는지 홍대 앞까지는 오지 못했다.

 

과연, 정말, 대한민국 동네 인디는 무엇으로 살까. 물론 그 해답을 찾지 못했다. 단지 실체에 대해 최소한 무관심하지는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해볼 뿐이다. 그리고 동네들도 좀 더 목소리를 내고 함께 고민하고 어깨를 걸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았으면 한다. 이 외에 서울놈이 무얼 더 얘기할 수 있겠는가. 동네들의 자생적인 성장을 지켜볼 일이다. 동네음악의 새로운 가능성을 개척해나가고 있는 광인뮤페, 그리고 저 멀리 부산에서 홍대 앞까지 원정을 왔던 부산인디락. 어렵겠지만 식지 않는 열정으로 꿋꿋하길 응원한다.

보충설명

<제5회 2007부산인디락페스티벌 Live In Seoul>
♣ 일시: 2007년 12월 1일(토요일) 오후 6시
♣ 장소: 서울 홍대앞 롤링홀
♣ 출연밴드: 노트래쉬(Notrash) / 언체인드(Unchained) / 리트머스(The Litmus) / 21스캇(21Scott) / 라루나(Laluna) / 망각화(望刻花) / 데릭(Derrick)

<2007 제4회 광주인디뮤직페스티발>
♣ 일시: 2007년 11월 24일(토요일) 오후 4시
♣ 장소: 전남대학교 대강당
♣ 출연밴드: 모노케이스, 러쉬, 윈디캣, 모투, 레모니마카로니, 순이네담벼락, 베티애쓰 스타피쉬, 21Scott , 연영석, 더 멜로디, MOT, 그림자궁전, 카피머신, 럭스, 줄리아하트, 훌리건, 로켓다이어리
Guest) 댄스그룹 아날로그마스터스크루
♣ 기획/주관: 광주독립음악발전연대 네버마인드

필자소개

maverick

[송아지에게 낙인을 찍지 않았던 Texas의 목장주 이름에서] n. 《미》
1. 낙인 찍히지 않은 송아지;어미에게서 떨어진 송아지
2.《구어》 [종종 형용사적으로] 독립 독행하는 사람;무소속 정치가[예술가 등], 이단자, 반체제파의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