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쾅!하는 만화잡지 <쾅>


!하는 만화잡지 <>

_성지은

 

_ 12시가 되었다. 나는 피곤한 몸을 끌고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거나, 집에서 전기장판 위에 배를 깔고 누운 채 뒹굴거리고 있다. ‘벌써 12시가 지났네.’ 무의식적으로 스마트폰을 켜 웹툰 어플리케이션을 열었다. 역시 무의식적으로 “up”이 붙은 만화 제목을 누른다. 스마트폰을 가로로 뉘어 자그마한 화면 속으로 빨려들 듯 집중한다. 그렇게 네다섯 편을 내리 보고 나면 눈이 아프다. 가만히 눈을 감아 열을 식힌다. 감은 눈꺼풀 속 어둠 위에 화려한 이미지가 잔상으로 남아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12시부터 시작하는 나의 일상이 너무 만화같지 않은가.’



▲ <쾅> 2013년 3월호 커버

 

_ 만화잡지 <>은 만화를 보여준다. 그런데 종이책이 아니라 인터넷, 웹에서 보여준다. 매달 꾸준히 나오고 있다. 그런데 만화 내용이나 그림체가 매일 보는 웹툰이나 중고등학교 때 자주 빌려보던 종이 만화책과는 사뭇 다르다. 어색하다. 조금은 불편하기도 하다. 재미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그런데, 재미있다.


_ <>만화적 실험과 재미를 공유하기 위해 만들어진 잡지라고 한다. 만화적 실험부터 살펴보자. 정말로 실험적이다. 우선, 인터넷 상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 첫 번째 형식적 특징이다. 어렸을 때부터 만화의 참맛은 손가락에 침을 묻혀가며 낱장을 빠르게 넘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스크롤을 내리는 웹툰이 나왔을 때, 그리고 웹툰의 형식에 발맞추어 파격적인 형식의 인터넷 만화들이 나왔을 때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은 엄밀히 말하면 웹 상에서도 페이지를 넘겨보아야 하는 종이책의 형식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가능한 시각적 실험들이 있다. 마치 잘 빠진 디자인 시안을 보는 듯 깔끔한 편집에 주목해 보자. 올해 3월에 나온 20호의 표지에서 보이는, 눈 아프게 만드는 것이 목적인 것 같은 어지러운 글씨체도 잊지 말자. 만약 이 시각적 이미지들이 종이에 인쇄되어 나왔다면 모니터로 보는 이런 느낌을 줄 수 있었을까? 웹 상의 이미지는 더구나 두 페이지를 한 페이지로 합쳐 버리는 것이 가능하다. 이런 형식은 이미지로 이야기의 흐름을 이끌어가는 만화에 다채로운 호흡을 만들어낼 수 있다. 쉽게 말해, 세게 때리고 싶으면 두 페이지를 한 페이지로 만들어서 쳐 버릴 수 있는 것이다. 웹이란, 그래서 여러 가지 시도가 가능한 도구이자 공간이다.

 




_ 웹이라는 특성이 만들어내는 형식적 실험은 좀 더 세부적인 형식적 실험들로 이어진다. <>은 꽤나 다양한 종류의 만화들을 담고 있다. 표지, 로고아트, 1컷 만화, 4컷 만화, 여러 컷 만화(...), 연재물, 등등. 이홍민이 그린 이번 호 로고아트는 단순한 의성어들을 로고삼아 그려내고 있다. 그림만 봐도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있으며, 로고인 의성어들이 절로 튀어나온다. 부지직, 우지직, ! 한편, 안민희가 그린 1컷 만화는 말 그대로 이야기와 그림이 있는 만화이다. 비록 한 컷이지만 말이다. 비틀즈의 노래 가사이기도 한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가 만화의 제목인 듯하다. 이 짧은 만화 안에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는 것인지 알 것 같다. 한 장면으로도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정말 만화이다.

 

_ 만화의 큰 틀뿐만 아니라 세부적인 컷에서도 형식적 실험은 꾸준히 나타난다. 대사가 없는 만화도 있고, 작은 컷들이 없는 만화도 있다. 예쁜 그림체도 있지만, 매우 사실적이고 기괴한 그림체도 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를 만화에서는, 도대체 무엇을 읽거나 보아야 할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여전히 재미있다.

 


▲ 안유진 <치즈버거연맹>



▲ 최재훈 <주마등>



_ 이 재미있고 때로는 불편한 형식적 실험들은 여러 가지 소재들에 버무려져 있다. 안유진의 <치즈버거 연맹>은 치즈버거로 연맹을 하게 된 두 사람의 이야기이다. 가끔 맥xxx 치즈버거가 너무 먹고 싶을 때가 있다. 겨우 고기 패티에 치즈 한 장, 맥아리 없는 야채 쪼가리를 얹어 놓은 것인데도 말이다. 만화는 불끈 솟아오르는 이 욕구와, 그것이 해소된 후에 어김없이 찾아오는 허무함을 담담히 그려냈다. 그 와중에 만화에 나오는 두 사람이 치즈버거를 통해 모종의 예쁜 관계를 맺게 되리라고 상상하는 것은 너무 오버일까. 최재훈의 <주마등>은 한 편의 거대한 영화를 마구 구겨 줄여놓은, 주인공이 한 마디도 말을 하지 않는 예술영화 같다. 제목에서 연상할 수 있듯이 주인공이 죽는 순간 주인공의 삶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그러나 그것이 정말 끝인지는 알 수 없다. ‘끝은 끝으로 끝나는 것일까.’ 하민석의 <이야기가 생긴 내력>은 몽골 설화를 현대의 상황으로 옮겨 놓았다. 모든 이야기들이 실은 죽음으로부터 나왔다는 통찰은 각박한 현대 사회로 그 배경이 옮겨지면서 더욱 매력적이면서 더욱 섬찟해졌다. 그런데 주인공은 귀여운 아이이다. 이 아이러니가 마음을 때린다. 이홍민의 <고통>은 한 편의 추상화, 또는 시이다. 고통을 보여주고, 고통에 맞서는 존재를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최형내의 연재작인 <Look so good>은 깔끔하고 리듬감있는 색을 혼합해서 동물인간(?)에게 패션을 입힌다. 이 무언의 만화는 <>의 여러 만화들을 마무리짓는다. 이렇게 <>은 일상적인 것에서 다소 철학적인 이야기, 색다른 소재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을 아우른다. 이것이 형식적 실험과 더불어 만화의 재미를 이룬다.

 


▲ 이홍민 <고통>

▲ 하민석 <이야기가 생긴 내력>


▲ 최형내 <Look So Good>



_ 사실 <>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높은 완성도이다. 지금은 형식적 실험이 난무하는 세상이다. 그 수만큼 많은 수의 다양한 만화가 넘쳐난다. 그 속에서 유명해지기 위해서는 아주 재미있거나 아주 예쁘거나 또는 아주 환상적이거나 아주 잔인해야 한다. 그렇지만 오래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완성도를 꾸준히 보여야 한다. <>은 그 어느 정도의 완성도를 유지한다. 어떤 작품은 너무 마음에 들 것이다. 때로 어떤 작품은 즐길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무리 취향을 타는 작품이더라도, 적어도 실망하지는 않을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완성도의 힘과 믿음이고, <>은 이를 보여준다. 그렇기 때문에 <>은 어느 순간 독자의 마음을, 머리를 때릴 수 있다.

 


_ 매일 밤 12시에 어김없이 만화를 보는 나의 일상, 그러면서도 그 재미가 1분을 가지 못하는 나의 일상은 정말 만화같다. 만화처럼 반복되고, 만화처럼 재미있는 척을 하지만 사실은 재미없다. 사실 나는 만화를 보며 내가 쾅!하고 얻어맞을 그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써 놓고나서 <>이 드디어 내 머리를 때려주었다며 칭찬한다면 조금 오버일지도 모른다. <>은 과장과 오버를 미덕으로 아는 만화가 아니다. 오히려 지속과 균형을 미덕으로 삼는다. 그러니 나는 오버하지 않겠다. <>, 그리고 내가 하는 말은 어쩌면 하나일지도 모른다. 바로...


**** 사진출처_ <쾅> http://www.quang.co.kr



만화잡지 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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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좋은 리뷰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