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밥 10월 레터] 예술하는 인간

2013. 10. 25. 12:22Letter

 

예술하는 인간

 

제 주위에는 대체로 세 부류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수대로 나열해 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직업이 예술가인 사람,

둘째, 예술작품 관련 글을 쓰는 사람,

셋째, 일반인.

 

일반인, 어감이 조금 이상하지만, 절대 다수로 가장 상위 범주에 있을 것 같은 이들이 제 주변에는 몇 명 없습니다. 고향에 내려가면 일반인 지인들이 많이 있지만, 지금 저의 활동 반경을 살펴보면 다섯 명이 채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가끔은 이들을 만나면 무슨 얘기를 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이럴 때는 정치권 욕을 하면 어느 정도 이야기를 지속할 수 있는데요. 그것도 하다보면 결국 문화 관련 예산이 삭감된 것으로 돌아오곤 해서 미안할 때가 있습니다.

 

첫 번째, 두 번째 지인들은 만났을 때, 예술이 아닌 다른 주제로 이야기를 해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작업이야기, 앞으로 할 것들 등등. 다들 마치 일을 하는 것처럼 맹렬히 무언가를 하고 있습니다. 물론 저도 여기에 포함 됩니다. 지인들이 아직 젊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지만, 투잡, 쓰리잡을 뛰듯이 작품 활동을 합니다. 일을 많이 하면 지갑이 두둑해지는 것처럼, 작업도 많이 하면 할수록 좋은 결과물이 나옵니다. 한 우물만 맹렬하게 팔 수 있는 첫 번째와 두 번째 사람들은 예술가또는 그에 준하는 사회에서 인정해주는 직함을 가질 수 있게 됩니다.

 

2013 밀양여름예술축제 <예술하는 인간>, 연출 지호진

다섯 명이 채 되지 않는 저의 세 번째 지인들은 일반인이라고 지칭하는데 크게 무리가 없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몇몇 예술하는 일반인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들을 뭐라고 불러야 할지. 생활예술인, 무명예술인, 일반인 예술인. 굳이 범주화할 필요는 없지만, 이들에게 예술인이라는 직함을 주고 싶습니다. 그렇게 해야 한 판 크게 놀이판을 벌일 때, 이들도 함께 하자고 불러낼 수 있는 명분이 생길 것 같습니다. 줄어든 예산일 지라도, 한 번 신청이라도 해 볼 수 있게 직함 정도는 나눠가지면 안될까요? 같이 나누면 더 좋지 않을까요? 첫 번째, 두 번째 사람들이 먼저 이들을 인정하고, 이들을 위해 자리를 비워두는 것도 이제는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2013년 10월

독립예술웹진 인디언밥 편집위원

전강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