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7. 20. 11:56ㆍLetter
인디언밥 사용법1
‘독립예술웹진 인디언밥’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무엇을 떠올리게 되나요? 인디언밥의 영어표기는 indianbob이 아니라 indienbob입니다. indie와 bob을 더한 말, 바로 indie & bob의 줄임말입니다. 독립예술을 통해 모두가 밥을 나누어 먹도록 하자는 취지하에 2007년 7월에 만들어 졌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모두는 독립예술과 관련이 있는 예술가, 기획자, 평론가, 넓게는 독자까지를 포함합니다. 주류 매체가 포착해내지 못하는 이들의 존재를 알리는 것, 소통의 장을 열어주는 것이 밥을 나누어 먹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여섯 번째 생일을 맞은 지금도 처음 선언은 유효하지만, 약간 문제가 생겼습니다. 인디언밥 구성원들의 시선 문제입니다. 얼마 전에 편집인들끼리 모여, 매체가 나이를 먹어가는 것처럼 우리의 시선도 낡은 것이 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간의 시간을 거치며 어떤 예술가와 예술제는 주류 매체가 주목하는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도 인디언밥은 여전히 이들만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닐까에 대해서 고민해 보았습니다. 이들이 다루는 예술 형식이, 또는 내용이 우리가 지향하는 바와 맞아서 다루고 있는 것이지만, 다른 곳을 바라볼 역량이 없는 것은 아닌가하는 우려를 스스로 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답은 아직 내리지 못했습니다. 그저 이들이 예전보다 유명해졌어도 가난하고, 여전히 작업환경은 열악하며, 나이가 많아도 88만원 세대처럼 살고 있다는 사실만 재확인했을 뿐입니다.
마르셀 브로타스, 나 또한, 나에게 자문했다, 1964
독립예술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요? 이 얘기를 시작하면 정말 끝이 나지 않습니다. 인디언밥은 ‘젊은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다원예술, 비주류예술, 비상업적인 대중예술, 공공예술, 그리고 거리예술 들을 돌아보며, 생각이 젊은 것들에 마음을 내어주고 있습니다. 이런 분야에 관심을 가지다 보니, 대가들의 작품에 더 날선 시선을 보내게 됩니다. 대규모 자본과 노동력이 투입된 작품을 볼 때에는, 제 주위 예술가들이라면 저 정도 규모로 작품을 네 개까지도 만들 수 있을 텐데 따위의 생각도 합니다. 원숙한 것에서 나오는 아름다움보다 아직은 설익은 싱그러움에 더 친근함을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후자에 심하게 관대하기도 합니다. 다른 말로 하면 나태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인디언밥 편집위원들의 낡음은 가치 있는 작은 것을 지나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과, 동료들의 예술에 너무 관대할지도 모른다는 두 개의 상반된 낡음인듯합니다. 이 문제는 오랜 시간 부딪히며 해결해 나가야하는 일이지만, 나태해지지 않도록 일단은 시간을 정해 놓고서 실마리를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이번 달 편지의 주제가 인디언밥 사용법1인 이유가 이와 관련이 있습니다. 우리 고민의 흔적들은 다음 달 인디언밥 사용법2에서 풀어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제대로 된 방향을 잡을 수 있도록 여러분께서 많은 의견을 던져 주셨으면 합니다. 평생은 아닐지라도 오랫동안 젊게 살고 싶습니다.
2013년 7월
독립웹진 인디언밥 편집위원
전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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