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연극의 연습, 연습의 연극>대한민국에서 여배우로 산다는 것

2016. 4. 27. 07:32Review

 

대한민국에서 여배우로 산다는 것

<연극의 연습, 연습의 연극>

-2016 아오병잉 페스티벌-

 

글_박지혜

 

동시대를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배우들, 그 중에서도 ‘여’배우, 거기서 더 들어가 ‘연극을 하는 여자배우’로 살아간다는 건 무엇일까? 우리는, 지금, 여기서, 왜, 배우로 살아가고 있는 걸까? 이 시대의 대한민국에서 여배우로 살아가고 있는 성수연 배우는 <연극의 연습, 연습의 연극>을 통해 그 의문을 풀어 보려한다. 이 연극은 비단 여자배우 뿐 아니라 대한민국에서 연극을 하는 배우들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아니, 그녀는 지금 연극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연습을 하고 있는 중이다.

 

워밍업

본격적인 연습에 들어가기에 앞서 명상을 통해 워밍업을 시작한다. 다양한 호흡법은 배우훈련의 첫 단계일 것이다. 호흡을 마치면 서서히 몸을 깨우고 소리를 내보기 시작한다. 호흡과 소리는 같은 위치에서 높낮이에 따라 다른 인물이 되어 지거나 또는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호흡은 움직임과 연결되어지며 자유로워진다. 관객들은 배우의 호흡을 따라가며 인물이 변화되어짐을 함께 느낀다. 공연을 보러 왔지만, 누군가의 연습을 들여다보고 있기도 하다. 마침 무대는 극장이 아닌 연습실이고, 그렇기에 연습한다는 것에 전혀 어색함이 없어 보인다.

 

 

일상의 연습

대학로에 연극을 하러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타면 4호선 혜화역까지 동대문운동장역과 동대문역을 거쳐야한다. 혹은 반대 노선을 타거나 버스를 탈 수도 있을 것이다. 아무튼 연습실 갈 때 배우들의 복장은 어떠한가? 움직임이 편한 연습복 차림에 얼굴은 땀을 흘릴 것이니 되도록 화장 안한 맨얼굴이 좋을 것이다. 자, 이제 연극을 연습할 준비는 다 되었다. 이때 전화가 온다. 가벼운 미팅인 것 같지만 뭔가 느낌이 잘 보여야하는 자리일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대학로에 도착하기까지 그 짧은 구간 변신을 해야 한다. 배우는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도 풀메이크업으로 변신하는 연습을 한다. 대학로에 도착해 미팅을 하러 가는 그 순간에도 여배우는 사람들의 눈에 띄는 것을 즐기는 연습을 한다. 하이힐은 여자의 자존심이기에 눈에 띄고 싶어 하는 여배우를 더욱 돋보이게 할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힐 높은 구두는 항상 구비해놓고 다닌다. 미팅을 하는 자리에서도 연습은 계속 된다. 연극 <갈매기> 중 니나와 마샤의 대사를 적절한 상황에 맞춰 앞서 연습한 호흡법과 움직임 등을 이용해 미팅을 이어간다. 술이 취한 상황에서도 연습은 끊임없이 이어진다.

부모님은 나이가 들어가는데 결혼도 안하고 연극만 하는 딸을 어떻게 생각할까? 엄마와 대화를 시도해보자. 엄마는 그저 딸이 연극이 아니라 적당한 곳에 취직해서 돈도 벌고 시집도 가서 평범하게 살았으면 한다. 모든 엄마들의 생각일 것이다. 그럼 엄마의 삶은 어떠한가? 우리의 엄마들은 막장드라마에 열광하고 종편방송을 시청한다. 그런 엄마의 삶과 딸의 삶을 연결해보자. 드라마 속 인물이 되어 엄마와 드라마 대사를 연습해본다. 엄마의 연기는 마음에 들지 않지만 연기를 지도해가며 상황을 이어간다. 막장 드라마는 전혀 현실성이 없고, 보고 있으면 목이 터져나갈 것 같이 고함을 질러대어 보고 있는 사람의 목도 아파오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렇다면 엄마들이 열광하는 막장 드라마 대사 톤으로 일상대화를 하면 어떨까? 이렇듯 배우는 끊임없이 일상에서의 탐구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연습으로 이어지는 상황들을 이어나간다.

 

심폐소생술 연습

배우는 심폐소생술을 연습한다. 혹시나 무대 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고를 대비하기 위함이다. 연습할 사물을 바닥에 두어 사람이 누워있다 가정하고 그 사람의 고개를 뒤로 젖혀 코를 막아 인공호흡을 하고, 가슴 중앙을 규칙적인 속도로 압박하며 계속적으로 그 행동을 반복한다. 그리고 깨닫는다. 지금, 여기서, 왜, 이것을 하고 있는 건지를...혹시 모르는 사고를 대비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상기시켜주면 그 행동을 다시 계속적으로 의미 없이 반복한다. 왜냐, 혹시 모르니까...

배우는 ‘배우는 사람’이기에 ‘배우’라는 말이 있다. 계속적으로 뭔가를 배우고, 혹시 그것이 배우인 나의 삶에 쓸모가 있든 없든 일단 배운다. 춤, 노래, 움직임, 악기 등등 많은 것들을 배운다. 돈도 없지만 한다. 그리고 어느 날 문득 생각한다. 우리는 지금, 여기서, 왜 이것을 배우고 있는 건지를...그래, 언젠간 쓸모 있을 것이라 생각을 다잡고 계속적으로 배움을 의미 없이 반복한다. 왜냐, 혹시 모르는 그 언젠가를 대비하기 위해...

그 무용(無用)한 행동들이 반복되어 유용(有用)하게 빛을 발하면 좋겠지만, 사실 그것이 발현(發現)되기 어려운 것 또한 배우의 삶이 아닐까 생각된다. 열심히 연습했지만 오디션에서 낙방하고, 어쩌다 하게 된 공연은 페이도 못 받고, 돈 없어서 빚은 늘어만 가고, 예술을 억압하는 사회의 불응에 대응해야하고, 대학로 삐끼들도 피해야하고, 뒤돌아보니 어느덧 서른 혹은 마흔을 훌쩍 넘겨 결혼 시기도 놓치게 되고, 이런 삶에서 두려움을 느끼게 되고, 또 그것은 계속 반복되어져 나의 삶이었던 것이 또 누군가의 삶이 되어간다.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연기밖에 없기에 연기를 한다. 많은 것을 배우지만 그것은 연기를 위한 도구일 뿐이다. 늘 배워야하는 연습해야하는 배우의 삶은 힘들고 고되다. 배우에게 필요한건 사실 심폐소생술을 연습하는 것이 아니라 심폐소생술이 필요한 사람인 것이 아닐까?

 

마무리

연극을 연습하는 배우의 삶. 그것이 맞든 틀리든 우리는 배우라는 일을 선택했고, 살아간다. 배우가 공연기간에 비해 더 많은 양의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연습’이다. 연습을 하다보면 연습은 곧 ‘일상’이 되어버린다. 그 배역이 되기 위해 몰입하다보면 행동하는 하나하나가 배우인 ‘나’가 아닌 연습하고 있는 ‘너’가 되어가는 배우의 삶. 그렇기에 무대 위에서 ‘너’인 채 살다 공연이 끝난 후 ‘나’로 돌아올 때 ‘나’의 삶은 “무용(無用)”해진다. 그 허무함을 채우기 위해 그것이 “유용(有用)”해지기 위해 배우는 또 연습을 한다. 그렇기에 배우에게 일이란, 연극이 아니라 연습인 것이 아닐까? 동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그것을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던 간에 배우는 끊임없이 연극을 하고, 연습을 한다. 비록 그들의 삶에 심폐소생술이 필요할 지라도 누군가의 심폐소생이 되어주기 위해...  

 

 필자_박지혜

 소개_ 시트콤같은 인생을 살고있는 창작하는 감성소녀